“참된 교양은 공동체를 인도하는 불빛이다”
“참된 교양은 공동체를 인도하는 불빛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4.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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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식나눔' 박효종 교수
‘지식나눔’의 ‘대표 나누미’로 그동안 사회 각계에서 뜻 있는 목소리를 높여온 박효종 교수. 현재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 교수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으로 교양의 큰 물줄기를 만들기를 소망한다”며 지식나눔의 취지와 포부를 밝혔다. <미래한국>이 3월 14일 ‘지식나눔 Tea Party' 세 번째 모임 현장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 ‘지식나눔’이란 단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현재 우리의 삶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취업문제, 대학 등록금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공동체와 비교하면 상당히 번영하고 있는 공동체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국제경제 차원에서도 10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오히려 물질적으로는 상당히 번영된 삶이지만 정신적, 공동체적인 삶의 질이 너무 낮다는 느낌입니다. 전철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이 동영상으로 올라오는 모습은 품위 없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입니다. 막말을 하며 남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입니다. 인터넷을 보면 악플이 대다수이고 선플은 정말 소수입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플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것을 봤을 때 우리 공동체의 도덕지수, 품위 지수가 의심스럽습니다. 공론의 장에서도 공공연하게 서로를 비아냥거리고 밝혀지지 않은 소문으로 특정한 사람을 매도하는 방식의 담론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나꼼수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꼼수를 듣는 클릭수가 700만이 넘어가고 있지만 정도를 걷지 않고 막말을 하면서 인기를 얻으면 최고라고 하는 생각은 저질스러운 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비열함과 저급함이 판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변화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벽돌 한 장 쌓는 심정으로 ‘지식나눔’이라는 모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물질은 풍요로워도 사회의 품위지수는 낮아

- 무너진 공동체의 모습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말은 도덕이 무너지고 교양이 무너졌다는 말입니다. 특히 공동체를 지탱하는 권위가 무너졌습니다. 우리 사회의 권위는 이제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습니다. 학교의 선생님들이 학생들 때문에 큰 곤혹을 치르고 있고 법조계를 비판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수백만의 관객을 불러 모은 것을 보면 사실 여부를 떠나 법원이 백성들로부터 권위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국회에서는 최루탄이 터지고 국회의원들이 몸싸움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좋아하고 싫어할 수는 있지만 품위를 지키는 비판이 아니라 막말로 욕을 합니다. 물론 대통령이든, 국회든, 법원이든 스스로 반성해야 하지만 권위가 이처럼 무너지게 된 데에는 우리 자신이 권위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결정을 한다고 해서 선거관리위원회를 욕하면 공동체의 해체를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공동체를 지탱하는 권위가 무너지게 되면 공동체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방지해야 합니다. 

- 윤리학을 가르치시는데, 윤리란 과연 무엇입니까.

윤리, 즉 ethics는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들어 낸 말로 도덕적인 의미도 담고 있지만 본래는 공동체에서 살아가면서 어떤 규범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삶의 방식을 뜻합니다. 홀로 바르게 산다는 뜻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면서 어떤 삶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윤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천이고 방향성입니다.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타인은 나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하는 정의, 신뢰, 공존의 문제를 말하는 개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 윤리가 부족해 신뢰 관계가 약화돼 있는 것이죠. 이런 불신이 드러난 안타까운 사건이 바로 수원 살인사건입니다. 112 신고 받은 사람이 바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책임이 무척 크지만 장난전화를 거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아무리 절박한 전화가 걸려 와도 장난으로 넘길 수 있다는 거죠. 공적인 기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일이 널리 확산돼 있는 것입니다.

민중선동가들이 위력 발휘하던 고대 아테네의 말기 현상 우려 
 
- 통시대적으로 다른 사회와 비교해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윤리와 교양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나 타락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테네와 같은 민주주의의 발상지를 보면 데마고그라는 민중선동가가 있습니다.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자극해서 이익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테네 말년에 민주주의가 망하게 될 때쯤 온갖 사람들이 나와서 주장을 하게 되죠. 이때 소피스트가 출현해 공적인 거짓말을 재미 있게 하니 사람들이 솔깃해서 진실을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로마사회도 비슷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이겨야 하는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식으로 말을 재미 있게 하고 민중을 선동할 수 있는 사람이 담론을 형성하게 되면 사회는 해체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나꼼수의 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위력을 발휘해 청중들이 많아지는 모습이 마치 아테네 사회의 민중선동가들이 번성했던 그 말기적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 첫 번째 지식나눔 강연에서 말씀하신 ‘혼미한 시대의 참된 교양’이란 무엇인가요. 

참된 교양은 안전한 항로를 안내해 주는 불빛입니다. 정치 공동체라고 할 수도 있고 시민들의 공동체라고 할 수도 있는 공동체의 삶을 은유적으로 얘기할 때 플라톤 등 많은 사상가들이 비유한 말이지요. 사실 우리 모두가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이 인생 아니겠어요.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공동체라는 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 또한 배를 타고 희망하는 목적지까지 가는 중입니다. 블루오션도 있겠지만 레드오션과 같이 힘든 상황도 많습니다. 풍랑을 피해 안전한 항로를 가기 위해서는 안내해주는 불빛이 있어야 합니다. 이때의 불빛이 교양을 뜻합니다. 허위에 쉽게 넘어가기보다는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껴안고 상식과 건전한 판단에 의해서 사물과 정치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교양인 거죠.
교양에 대해서는 우리 시대에만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부터 말하고 있습니다. 옛날 로마 사람들을 후마니타스(humanities), 즉 휴머니티라는 말을 썼습니다. 동물은 태어나면 곧 바로 설 수 있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나기 때문에 휴머니티를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성장기가 걸리는 것이죠.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교양이 필요한 것이고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안전하게 항로를 가기 위해서는 교양, 즉 품위가 우리를 인도해야 하는 것이죠.

- 앞으로 지식나눔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뜻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아직은 나비의 작은 날개짓에 불과합니다. 작은 나비의 날개짓에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지만 공동체의 품위를 꾸준히 높이고 교양을 쌓는 노력을 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대한민국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폭포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노력함으로써 진실, 상식, 논리가 조금씩이라도 살아 꿈틀거릴 수 있다면 작은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글 / 조진명 기자
사진 / 은재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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