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총’은 생활필수품 중 하나
미국서 ‘총’은 생활필수품 중 하나
  • 미래한국
  • 승인 2012.05.01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인 1명 당 총 1정 보유, 자신과 가족 보호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 보편화
‘Stand Your Ground’. 최근 미국사회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법이다.
 
‘당신의 땅을 지켜라’로 번역될 수 있는 이 법은 충분한 생명의 위협이 있을 경우 정당방위를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력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내 20여개주에서 채택된 이 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는 두 달 전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트레이본 마틴 사건 때문이다. 지난 2월 26일 플로리다 샌포드에서 17세의 흑인 청소년 트레이본 마틴이 자율순찰대원인 조지 짐머만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마틴은 옷에 달린 모자(후드)를 뒤집어 쓴 채 아버지의 여자친구가 사는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고 하는데 짐머만은 그를 수상하게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짐머만은 뒷머리에 부상을 입은 채 코피를 흘리고 있었고 마틴은 짐머만이 쏜 총에 맞아 죽어 있었다.
 
경찰은 마틴과 격투를 벌이다 정당방위로 총을 쏘게 됐다는 짐머만의 말을 듣고 플로리다 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Stand Your Ground’법에 따라 짐머만을 풀어줬다.
 
그러자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시위하며 큰 반발이 일어났다. 총을 쏴서 사람을 죽인 살인자를 어떻게 경찰은 체포하지 않고 풀어주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죽은 마틴이 흑인이고 총을 쏜 짐머만이 히스패닉계 백인이라는 인종 이슈가 불거지면서 사태는 커져갔다. 흑인이기 때문에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받고, 흑인이기 때문에 총맞아 죽어도 총을 쏜 히스패닉계 백인은 체포하지 않는다는 분노가 흑인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흑인 청소년, 총에 맞아 죽자 인종차별 이슈로 비화
 
일리노이주 흑인의원인 바비 러시 민주당 의원은 연방하원 전체회의장에서 후드를 덮고 선글라스를 쓴 채 “마틴은 피부 색깔 때문에 총격의 타깃이 됐다’며 “후드 티셔츠를 입었다고 모두 깡패가 아니다”고 항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들이 있었다면 마틴과 같이 생겼을 것”이라며 공정한 조사를 강조했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특별검사를 임명했고 지난 4월 11일 짐머만은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짐머만은 법에 따라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쏘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짐머만이 말한 법이 ‘Stand Your Ground’으로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이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사회의 오랜 논쟁 중 하나인 총기규제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 보유는 수정헌법 2조에 따라 개인의 고유 권리다. 1791년 수정헌법 2조는 ‘무기 소지는 국민의 권리로 침해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각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이 원칙에 따라 총기 소유 연령이나 구입에 필요한 사전 절차 등을 규정한 법을 저마다 제정, 시행하고 있다.
 
워싱턴 DC가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무기소지권을 경찰과 보안군의 ‘집단적 무기소지권’으로만 해석, 1976년부터 개인의 총기 소지를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했으나 32년 후인 2008년 연방대법원은 워싱턴시의 관련 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2010년 6월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와 지방정부도 개인의 총기 소지를 통제할 권한이 없다며 “총기 보유 금지 규정을 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총기소유율은 세계 1위로, 전국에 퍼져 있는 전체 총기 수는 3억정에 달한다. 미국인 1명 당 1정의 총을 보유한 셈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권총이며 1억정 가까이를 일반 대중이 소유하고 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자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살인, 강도, 강간, 폭행 등에 맞서기 위해서 스스로 무장하고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집주인이 집 안에 들어온 침입자를 총으로 쏴서 죽일 경우 무죄이며 고소도 할 수 없다는 이른바 ‘성의 원칙(Castle Doctrine)’은 미국 전체 주의 절반이 채택하고 있다. 위스콘신 주의 경우 집 안 뿐 아닌 집 밖의 잔디, 길가, 수영장까지 이 원칙을 확대하는 법을 지난 12월 채택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일리노이와 워싱턴 DC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에서 사람들이 총을 안보이게 소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인의 75%는 총기 소지 허용하는 법 찬성
 
로이터 통신이 지난 3월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5%는 총을 소지하고 다니도록 허용하는 법에 찬성하고 67%는 공공장소에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력(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에 찬성했다.
 
하지만 대규모 총기살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을 중심으로 높아져왔다. 대표적인 예가 브래디 법. 이 법은 1981년 3월 30일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 당시 총을 맞은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당시 총에 머리를 맞고 불구자가 됐다. 총을 쏜 범인이 거짓 집주소와 옛날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문제의 총을 구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총을 구입하는 사람은 과거 범죄기록 유무 등 배경조사를 철저히 받고 이를 위해 5일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의 브래디 법이 1993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마련됐다.
 
그러나 회원 430만명을 둔 전국총기연합회(NRA) 등의 로비로 이 법은 배경조사를 위해 5일 동안 기다리는 과정이 빠지고 컴퓨터로 바로 조회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총기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범죄인들은 총이 없으면 다른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다며 총기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 개개인들이 총기를 더 자유롭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범죄를 더 예방하고 사회를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