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교도소로 추락하며 거듭난 ‘척 콜슨’
백악관에서 교도소로 추락하며 거듭난 ‘척 콜슨’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05.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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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악덕’ 특별고문에서 죄수들 재활 돕는 전도사로 대변혁

사람들은 그를 21세기 사도 바울과 같다고 말한다. 기독교인들을 극심하게 핍박하다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만난 후 오히려 기독교인이 돼 선교에 앞장섰던 성경의 바울과 같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노예상인을 하다 예수를 만난 후 기독교인이 돼 유명한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쓴 존 뉴톤과 같다고 한다. 지난 4월 21일 향년 80세로 타계한 척 콜슨(Chuck Colson) 교도소선교회(Prison Fellowship) 설립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바울과 존 뉴톤처럼 예수를 믿기 이전과 이후의 삶이 극명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 교계는 이 시대에 유력한 복음주의 지도자를 잃었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의 삶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콜슨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특별고문으로 백악관에서 권력과 명예를 누렸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닉슨 대통령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야비한 냉혈 인간’이라는 악평을 받아왔다. 깡패들을 고용해 반전 시위자들을 제압하고 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를 방화해 닉슨 대통령에게 불리한 정치적 문서들을 빼내오자고 서슴없이 제안했다. 닉슨 대통령을 반대하는 이른바 ‘적 명단’을 만들어 관리했고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서는 친할머니도 밟고 갈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민주당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몰래 침입해 선거정보를 빼오려다 발각돼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획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콜슨은 워터게이트 사건 은폐 혐의로 기소돼 유죄로 판결, 교도소에 7개월 간 수감됐다.

하지만 콜슨은 백악관에서 교도소로 급락하는 추락 가운데 예수를 믿으며 기독교인이 된다. 극적이었다. 1973년 8월 12일 저녁 워터게이트 혼란에 지친 콜슨은 친구인 토마스 필립 집에 방문한다. 당시 친구 필립은 자신이 뉴욕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 집회에서 예수를 믿고 기독교인이 된 이야기를 콜슨에게 말하며 C.S. 루이스가 쓴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라는 기독교 서적을 소개했다.

콜슨은 필립이 읽어준 이 책의 첫 장에서 자만한 사람은 하나님을 찾지 않기 때문에 자만(Pride)은 악이라는 내용에 강한 충격을 받는다. 항상 ‘대통령이 나를 찾고 있다’는 말에 자만했던 자신의 과거 모습들을 떠오르며 그는 이날 예수를 만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나온 눈물을 보며 비로소 예수를 찾게 된 것이다. 그는 ‘순전한 기독교’를 읽으며 마침내 “예수님,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을 받아들입니다. 내 인생에 들어오십시오”라고 고백하며 기독교인이 된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나는 거듭난 기독교인이 되었다. 이제 내 인생을 예수 그리스도께 드린다”고 말해 당시 혼란스런 워터게이트 정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기독교 개종은 주변으로부터 의심, 멸시와 조롱을 받았지만 콜슨은 수감되며 철저한 기독교인이 된다.

콜슨은 자서전인 ‘거듭남’(Born Again)에서 “교도소에 수감되며 나는 어떤 면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 권력, 영예, 자유, 심지어 정체성까지. 당시 나는 죄수번호인 23226으로 불렸다. 교도소에서 작은 흑백 TV를 통해 내가 3년반 동안 충성스럽게 섬겼던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것을 보아야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다른 면에서 모든 것을 찾았다. 바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난 것이다. 내 인생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며 극적으로 새롭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연설문 작성가였던 마이클 거슨은 콜슨에 대해 자기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완벽하게 기독교인으로 개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콜슨에게 감옥은 개종의 현장으로 감옥에서 그의 자만이 부서졌고 그는 자유를 발견했다”며 “백악관에서 교도소로 가면서 그는 성공의 삶을 끝내고 의미의 삶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콜슨의 의미 있는 삶은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시작된다. 콜슨은 출소 후 진로를 두고 고민하다 어느날 아침 한 이미지를 본다. 교도소 내 남녀 죄수들이 예수를 믿고 제자가 돼 출소해 사람들과 잘 지내는 모습이었다. 콜슨은 교도소 죄수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들을 예수의 제자로 만드는 것이 자신의 부르심이라고 믿게 됐다.

그는 교도소선교회를 설립했고 처음에는 죄수 일부를 교도소 밖으로 데리고 가 성경공부를 한 후 돌려보내 이들을 통해 다른 죄수들이 예수를 믿고 제자가 되도록 했다. 나중에는 직접 교도소로 찾아가 관심 있는 죄수들에게 성경공부와 직업교육을 통한 재활 훈련을 시켰다. 그는 “70년대 중반 미국 정치인들은 교도소 내 죄수들을 감방에 넣고 문을 걸어 잠근 뒤 잊어버리고 있었다”며 “이들의 갱생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에서 잊혀진 죄수들에게 직접 찾아가 성경공부, 직업교육 등의 재활훈련을 실시했고 많은 죄수들이 이를 통해 예수를 믿고 기독교인이 되며 재활에서 성공했다. 2003년 텍사스에서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측정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거친 죄수들 중 출소 후 2년 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재수감되는 비율이 8%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 50%에 달하는 것과 비교되는 성공이었다.

교도소선교회는 수감 중인 죄수들의 자녀들에게 선물을 사주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하다. 발단은 1982년 메리 비어드라는 여성이 쇼핑몰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 후 쇼핑나온 사람들에게 여성 교도소에 갇힌 죄수들의 자녀들에게 선물을 사주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다. 그 여성은 악명 높은 은행절도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교도소선교회 재활프로그램을 거친 후 출소했는데 교도소에 갇혀 있는 여성 죄수들의 자녀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했다. ‘엔젤 트리’로 불린 이 행사는 확대돼 미국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교도소선교회는 현재 미국 내 1,300여 교도소와 110개국에서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수만 명의 죄수들과 그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위로와 힘이 되고 있다.

콜슨은 이 공로로 1993년 저명한 종교상인 ‘템플턴 상’을 수상했고 상금 100만 달러를 전액 교도소선교회에 기부했다. 2008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시민이 받을 수 있는 두 번째로 높은 상인 ‘대통령시민메달’을 받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빌리 그래함 목사는 콜슨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는 천국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통해 삶이 변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11월에는 복음주의계, 가톨릭, 정교회 대표들과 함께 종교의 자유, 생명의 존엄, 결혼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저항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맨하탄 선언’을 발표했다.

세속화돼가는 미국사회에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양심을 밝힌 이 맨하탄 선언은 콜슨이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나중에 52만5,000명이 지지 서명을 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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