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가 필요한 곳은 북한이다
촛불시위가 필요한 곳은 북한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5.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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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저항의 상징으로 된 것은 2002년부터였다. 그해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이 도화선이었다.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이 타기 시작했다.

그 후 시위나 집회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 촛불이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 때 그 절정을 이뤘다. 그해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불붙은 촛불은 두 달여 동안 전국을 밝혔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손실은 물경 3조7513억 원에 달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4년이 흐른 지난 2일, 당시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들이 또다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12일로 다섯 번째였다. 그러나 참가 인원은 미미했다. 주말은 1000여 명, 주중은 200여 명 안팎이었다. 2008년 이맘때 평일에도 평균 1만여 명이 광화문 일대를 휩쓸었던 데 비하면 단출했다.

참가자들 중엔 고교생이나 유모차부대의 모습도 거의 볼 수 없었고 좌파단체들이 동원한듯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자유발언자 20여 명 중 단체소속이 아닌 일반인은 고작 3명밖에 안 됐다고 한다. 촛불집회가 시민들로부터 홀대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좌파단체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이처럼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4년 전 시위 때 나돌았던 광우병 괴담이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당시 광우병 사태 주동자들이 퍼뜨린 터무니없는 선동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얻어진 ‘학습효과’ 덕분이다.

정부와 수의학계 관계자 등 9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미국 농무부와 국립수의연구소 등을 방문하고 지난 11일 귀국해 내린 결론은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이번 광우병 소가 국내 수입이 별로 없는 젖소로 연령이 10년 7개월인데 우리나라는 월령 30개월 미만에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된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를 믿는 소비자들도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은 18일 여섯 번째 촛불집회를 벌이겠다고 한다. 여기에 정치세력들의 음흉한 야욕이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으로 가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까지 끼어들어 한 몫 거들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광우병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에서 광우병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북한 선전매체들은 고기가 물은 만난 듯 쉬지 않고 반정부투쟁 선동에 나섰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4일 ’누구를 위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인가'란 글을 싣고 "남조선에서 미친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인민들의 투쟁이 반정부 투쟁으로 타 번지는 것은 응당하다"며 반정부 촛불투쟁을 선동했다.

지난달 30일엔 "광우병에 걸린 소 한 마리는 5만5천여 마리의 소에게 병을 전염시킬 수 있고, 병원체의 0.001g만 섭취해도 사람이 이 병에 걸리게 되며, 뇌수에 구멍이 생겨 목숨을 잃는다"는 근거 없는 사실로 불안감을 조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광우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조치와 현지조사단의 활동까지 왜곡하고 있다. 정부의 현지조사단이 미국 농무부와 국립수의연구소, 사체처리장, 농장 등을 방문해 광우병 발생과 정밀검사, 그리고 사료안전관리 실태 등을 살펴봤는데도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0일 "현실적으로 미국에 간 현지조사단은 소목장 농장주로부터 문전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생뚱맞은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송두리째 불살라 버려야 할 재앙의 소굴'이란 개인 필명의 글을 통해 "남조선 도처에서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반정부 촛불투쟁은 지극히 정당하다"며 "남조선 인민들의 과감한 투쟁은 온갖 재난만을 빚어내는 이명박 패당의 썩은 정치, 동족대결 망동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울분의 폭발"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러나 ‘송두리째 불살라 버려야 할 재앙의 소굴’은 남한의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 집단이다. 그리고 촛불시위가 정작 필요한 곳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다.

남한에서 촉발된 일부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대정부 집단 의사표시다. 그리고 그러한 의사표시는 헌법으로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북한에는 그러한 집회의 자유도, 언론의 자유도 없다. 수십, 수백만 명이 굶어 죽어가도 당국에 대해 누구 한 사람 눈 한번 흘기지도 못 하고 앉아서 당해야만 하는 곳이 북한이다. 그런 북한이 남한 국민들을 향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다니 소가 웃다 꾸러미 째질 노릇이다.

지금 지구상에서 북한을 정상적인 나라로 인정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 유럽의 진보좌파 정당들조차 1980년대에 이미 북한체제에 등을 돌렸다. 그들이 북한을 버린 것은 인민을 위한다면서 재판 없는 공개 처형을 밥 먹듯이 하고, 특권층이 노르웨이산 바다가재 요리를 즐기는 사이 인민들은 굶어 죽는 체제가 사회주의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촛불은 남쪽이 아니라 북한 인민들의 손에 들려져야 한다. 지난 60여 년 동안 어둠의 골짜기에서 신음해오고 있는 북한 인민들이야말로 이제는 손에 손에 촛불을 높이 치켜들고 그 어둠의 골짜기를 밝혀야 할 때다.

그리고 북한의 인권탄압과 핵실험 등에는 침묵하면서 무슨 꼬투리만 생겼다 하면 이를 이용해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이 나라 좌파세력들이야말로 아직도 청계광장에서 태울 양초가 남아 있다면 이제는 그 양초를 북한 인민들에게 보내줘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 사회의 민주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 나라 좌파단체들은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을 4년 전에 있었던 촛불시위로 재현시켜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반정부·반미 불씨를 되살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진실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4년 전과 같은 국정 혼란을 획책하는 일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김상백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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