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여전히 든든한 동반자”
“유럽연합(EU)은 여전히 든든한 동반자”
  • 미래한국
  • 승인 2012.05.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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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병세가 깊어지고 있다. 경제통합에 이어 정치통합으로 나아가려는 유럽연합의 의도에는 수백년 동안 그들이 겪어온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경제성장의 욕구가 자리한다. 그런 점에서 유럽연합은 또 하나의 거대한 리바이어던은 아닐까. 갈등과 혼란 속 유럽연합과 우리와의 미래를 최진우 한양대 교수(前 유럽학회 회장)로부터 들어봤다.

- 이번에 프랑스에서 좌파 정권이 17년 만에 집권을 했습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관계가 앞으로 험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좌파정권이 승리한 것도 있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이 워낙 인기가 없었다는 점도 있죠. 일반적으로 평가할 때 국가 원수로는 가볍다는 평이 있었어요. 여러 면으로 볼 때 사르코지가 가지고 있던 정책 프로그램들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는 사르코지 개인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염증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문제는 올랑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독일이 요구하는 긴축 대신에 성장으로 전환한다고 하는 문제인데, 성장 정책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부자 증세, 세금을 고소득층에게는 75%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걸 통해 마련하는 재원이 추구하고자 하는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을 감당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죠. 또한 프랑스 경제도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인데 재정을 확대할 경우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없는 상태죠. 물론 그런 정책 때문에 국민들이 올랑드에 기울어진 측면도 없진 않겠으나 그보다는 사르코지에 대한 반작용이 더 컸을 겁니다.

- 과거에 사회당 미테랑 대통령의 경제 실패를 경험한 프랑스 국민들이 또 다시 좌파 정권을 지지하는 이유가 뭘까요.

80년대 초 미테랑 대통령이 상당히 좌편향적인 정책을 했죠. 국유화도 하고, 그랬더니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캐피탈 플라이’, 즉 자본유출이었어요. 돈을 엄청나게 풀었지만 성장은 안 되고 자본만 이탈하는 현상이 일어나서 결국 1983년 우파정책으로 돌아섭니다. 그래서 인플레를 관리하죠. 그것이 계기가 돼 유럽통합이 1980년대 후반 새로운 단일시장을 형성해 나가는 계기를 만듭니다.

급선회와 급진전을 하는데 바로 미테랑의 유턴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독일, 프랑스, 영국이 같이 수렴이 될 수가 있었죠. 미테랑의 경제정책이 좌파 성격이었다고 하지만 대처나 레이건 정부처럼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있었고, 그래서 배를 같이타는 정책을 폈던 것이죠. 미테랑이 좌파라고 해서 프랑스 경제가 완전 좌편향돼 망가진 것은 아니었지요.

그리스 좌파 집권해도 유로존 탈퇴 어려울 것

- 그리스 문제가 있습니다. 6월 총선에서 좌파집권이 확실시 되는데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문제로 혼란해지면 유럽에 신질서가 오지 않을까요?

그리스는 참 어려운 문제에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리라 봅니다만 가능성은 두 가지에요. 6월 총선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고는 협약이니 긴축안을 수용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것과, 6월 총선에서 좌파가 패배하고 긴축안을 이행하겠다고 하는 경우죠. 이렇듯 기존 주요 정당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문제가 없지만 좌파가 잡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상태로는 좌파는 유로존 탈퇴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좌파 정권이 들어섰을 때 정말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그때 가서 탈퇴냐 쟈유냐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두말없이 탈퇴하기는 힘들 겁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굉장히 크다는 거에요.

현재의 유로체제에서 다시 자국통화 체제로 이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이라든지 해외자본 차입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그리스 경제가 훨씬 더 망가질 것은 분명하죠. 그런 사태를 과연 그리스 정치인들이 감수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설령 좌파정권이 계속 된다고 해도 유로존 탈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기 보다는 유로존에 남아 있으면서 자기네가 감수해야 하는 고통범위 내에서 긴축을 느슨하게 한다든지 하는 협상을 추구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기 때문에 유로존 전체를 봐서도 굉장히 큰 타격일 수도 있고, 그리스 한 나라를 봐서도 그렇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유로존 국가들 가운데 독일이 상당히 건강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독일은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죠. 경제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나라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독일은 무역대국이죠. 미국이나 일본은 내수가 큰 나라이고요. 독일이 그렇게 무역대국이면서 경제가 좋아질 수 있는 것은 수출 경쟁력 때문이죠. 그 배경은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 사민당 정권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배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기업적인 정책을 폈어요. 노조 쪽에서는 큰 배신감을 느꼈죠. 그때 복지혜택을 줄이고, 기업주의 입장에서의 노동비용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했죠. 말하자면 국가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한 것입니다. 임금상승도 억제되고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업수당도 많이 줄였지요.

- 그래서 독일이 10년 동안 허리띠 졸라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군요.

그렇죠. 통일 이후에 독일 경제가 계속 힘들었거든요. 힘들다가 사민당 정책에서 그렇게 긴축과 개혁을 추진했죠. 그 바람에 사민당은 날아갔죠. 하지만 결국 독일은 경제체제를 개선해서 유럽 내에서 수출을 많이 하고 기반을 닦았는데 그리스가 저렇게 빈털터리 돼서는 독일이 허리띠 졸라매서 번 돈을 그들에게 갖다 바치게 되니 독일 국민들은 허탈한 것이죠.

영국, 정치적 유럽통합에 부정적

- 영국이 점점 유럽의 섬처럼 돼간다는 느낌인데 영국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영국을 유럽에서는 ‘프로블럼 차일드’, 즉 문제아라고 종종 부릅니다. 사실 영국이 유로존만 거부한 것이 아니고 유럽통합이 시작될 때 가입도 늦게 했죠. 초창기 멤버도 아니에요. 오죽했으면 영국이 가입하려고 할 때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싫다고 두 번이나 거부한 적도 있었죠. 꽤 늦게 합류하고는 그 이후에 계속 비토(veto) 파워로 얘기를 많이 해요. 전통적으로 영국은 자신과 유럽 대륙을 구별 지으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사실 우리가 철학을 이야기할 때나 법체계를 나눌 때 영미주의니 대륙주의니 하죠. 영국 같은 경우에는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강합니다. 세계에 많은 표준을 가지고 있고 더구나 2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 유럽에서 승전국이라고는 영국 하나밖에 없었죠. 프랑스도 졌으니… 결국 유럽의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지위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관념이 있어요.

- 그렇다면 영국은 유럽통합에 대해서도 그다지 호응할 것 같지 않습니다.

최 : 그런 면이 있죠. 유럽통합이 독일과 프랑스 중심의 구도로 진행되는 것에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유럽통합은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가 축을 이뤄 쌍두마차로 끌고 가죠. 프랑스가 주도하고 독일이 호응을 합니다. 물론 신재정 협약에서는 바뀌었지만, 그런 모양으로 가다 보니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구도 속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이죠. 사실 대처 총리가 상당히 유럽통합에 회의론적인 시선을 가졌죠.

보수당의 대처 추종자들은 유럽통합은 단일시장까지라고만 봅니다. 정치적으로는 반대하고 자유무역에만 동의하죠. 여기서 더 나아가는 것은 영국의 주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유럽통합의 구도 속에 들어가는 것은 자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럽 문제에 관련해서는 보수당 내에서 대처리언들이 굉장히 큰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EU는 독일을 묶자는 데서 출발

- EU는 공산 소련의 위협을 느껴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러시아가 힘이 없는데 유럽이 뭉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유럽통합이 맨처음 시작된 동기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정치적인 것,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것이죠. 정치적 동기는 소련이라는 변수도 있지만 사실은 독일이에요. 독일이 프랑스를 상대로 1870년 보불전쟁, 1914년 1차 대전, 1939년 2차 대전을 일으킵니다.

전부 프랑스 상대로 시작된 전쟁이에요. 그러니 프랑스와 독일간에 어떻게 하면 전쟁을 안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죠. 특히 어떻게 하면 독일을 가만히 있게 하겠느냐는 것이 유럽통합을 시작하게 된 프랑스의 중요한 의도에요. 다른 나라도 독일이 한번 설치면 모두 자신들을 밟고 지나가니 거기에 프랑스 입장에 동의해서 독일을 유럽에 특수하게 묶어두는 구도에 찬성을 했죠.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소련과 동구권이 문제인데 그들을 막아내는 데 유럽통합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합니다. 그래서 미국도 유럽통합을 지지했죠. 냉전 상황과 독일문제라고 하는 두 가지 정치적 동기가 어우러져 유럽통합의 정치적 모티브가 형성이 된 것이죠. 또 하나는 그들도 경제발전을 하고 싶었고요.

- 그 경제적 동기가 미국의 일극 체제에 도전하려는 것 아닌가요?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지요. 그렇다면 미국이 지원하지 말았어야 하죠. 하지만 미국은 상당히 지지를 했죠. 그 이유는 일단 유럽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못 먹고 못 살면 태생적으로 공산주의가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유럽이 빨리 성장해야 미국에도 수출시장이 생긴다는 판단을 하죠. 유럽이 경제적으로 크는 것을 미국이 경계하는 게 아니라 빨리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유럽도 그렇게 해서 경제발전을 해 나갔습니다.

미국과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월남전을 계기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럽국가들은 고정환율로 묶여 있었는데 불안했죠. 결국 자기들끼리 통화를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과 함께 통화 협력에 대한 구도가 60년대 말 70년대 초부터 시작이 된 것입니다.

- 미국 입장에서는 유로존을 반대했었죠?

신경이 쓰이죠.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죠. 왜냐하면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어서 생기는 이익이 있는데 그것을 유럽과 나눠먹거나 유럽에 양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유럽의 단일통화에 대해서는 미국이 썩 좋게 생각하지 않았죠.

북핵 반대하는 EU, 우리의 튼튼한 동반자

- 우리 문제와 연계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죠. 교수님은 북핵이 유럽에 위협이라는 주장을 하신 바 있는데요.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북한이 유럽에 미사일을 쏠 것은 아니지만 결국 핵확산, 즉 핵물질과 핵기술의 유출 때문에 그런 것이죠. 중동 쪽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몇 년 전에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 원자로를 폭격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무도 항의도 안하고, 이스라엘도 미국도 입다물고 있는데 북한이 저 혼자 이스라엘을 비난한 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북한이 지어준 것이거든요. 북한 기술자가 많이 가 있었어요. 이스라엘이 폭격했을 때 당시 북한 사람들도 많이 죽었죠.

- 결론으로 이어집니다만, 우리에게 EU는 어떤 존재일까요. 어떤 점에서 외교, 경제적 레버리지가 있다고 보십니까.

EU가 우리나라로부터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멀지만 교역규모로 따지면 중국 다음인 2위에요. EU는 한 나라가 아니죠. EU는 무역 협상을 할 때 하나의 단일 행위자로 EU 대표가 우리나라 협상대표와 만나 협상을 합니다. 아세안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직 아세안과 EU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EU는 우리나라에 굉장히 중요한 교역 파트너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해외직접투자로는 EU가 1위에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는 EU가 가장 많습니다. 포트폴리오는 잘 모르겠는데 국내에 생산과 고용투자는 EU가 제일 많아요. 그래서 실제적으로 경제적인 파트너이고 한.EU FTA는 이미 밀접해진 경제관계를 반영하는 시도였죠.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1996년에 우리나라와 EU간에 한.EU 기본협력협정을 맺은 적이 있었어요. 경제, 정무, 사회, 문화 골고루 협력관계를 발전시키자는 거였죠. 공무원도 수시로 만나고 정상회담도 정례화되고 정무관계도 굉장히 제도화가 돼요. 한마디로 경제를 뛰어넘는 파트너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정리·사진 / 곽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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