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케인즈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 (Meltdown)>
북리뷰 <케인즈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 (Meltdown)>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06.07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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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패(policy failure)인가,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인가
 

토마스 우즈 주니어 著, 이건식 譯, 리더스북 刊, 2009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을 곤혹스럽게 한 이슈 중 하나는 한미 FTA 체결과 관련된 ‘말바꾸기’ 논란이었다. 한미 FTA 본협상은 노무현 정권 당시 타결된 것임에도 협상 타결에 적극 힘을 보탰던 인사들이 이제 와서 FTA 반대 집회를 주도하며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에 대한 좌파의 반박 논리는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 때리기’였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한명숙 전 대표는 총선 두달전이던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한미 FTA는 참여정부에서 시작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 내용과 상황이 바뀌었다”며 “특히 국제 금융질서가 엄청나게 급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도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예를 들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반론한 바 있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국제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매도하는 좌파들의 논리는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그 여파로 2008년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한국에서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죄악시 하는 풍토가 당분간 계속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에도 확인할 수 있다. 좌파인사인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한 칼럼에서 “지금 세계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몰락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불황이 엄습하는 중이다. 다음 대통령은 이런 혼돈과 급변의 시대를 잘 헤쳐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인한 세계적 불황을 신자유주의의 탓으로 매도한 부분이 눈에 띈다.

미국 금융위기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

이들의 논리를 종합하면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제금융위기는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발생한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자본규제 등의 고강도 시장개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슬 퍼런 좌파의 비난에 국내 시장주의자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미 이 같은 논리에 대한 자유주의 진영의 반격이 3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루드비히 폰 미제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토머스 우즈 주니어 박사가 2009년 2월에 낸 저서 ‘MELTDOWN’(국내에서는 ‘케인즈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로 그해 7월 발간)에서 좌파들과 정부개입주의자들의 논리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우선 그는 이 저서에서 1930년대 대공황이 그처럼 오래 지속된 이유는 알려진 바와 달리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의 뉴딜정책 때문이며 실제로 케인즈식 경기부양책은 천문학적 지출에 비해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이에크와 미제스를 필두로 한 오스트리아 학파인 그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과 인플레이션을 조절함으로써 경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통화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절하면서 시장이 본래 가지고 있는 조절기능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인위적인 금리 조작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지속적인 투자과열과 이로 인해 반복되는 경제 파탄의 순환을 지속적으로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기 침체기는 피할 수 없는 것이며 경제가 과열될 경우 자연스럽게 거품을 빼면서 재조정을 갖는 기간이라고 말한다. 통화주의의 핵심인 금리 조절과 케인즈 학파의 핵심인 정부 지출이 과열에 의한 수요와 진정한 수요를 구분하려는 시장의 노력과 분별력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2장에서 구체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부동산 거품을 제공한 6가지 원인을 하나씩 지목했다. 첫 번째 원인은 정부의 간접적인 보증 하에, ‘소외된 이들’의 주택소유를 돕기 위해 본래의 신용 기준으로 대출이 불가능한 이들에게도 대출을 부추긴 주택융자회사인 Fannie Mae와 Freddie Mac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역재투자법과 대출에 대한 차별철폐로 지역재투자법을 통해 각 주정부가 특정지역이나 인종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 은행들을 상대로 압력을 넣기 시작했고, 이 결과로 상대적으로 가난한 다른 소수인종들에게 평소에는 불가능했던 대출이 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로는 이러한 담보대출들의 투기를 조장한 미국 정부, 네 번째는 주택 담보 대출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감세혜택, 다섯 번째는 FRB의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을 손꼽았다.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현금 보유자들이 안정된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권을 외면하고 리스크가 높은 각종 파생상품들을 찾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FRB가 경제에 궁극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자유시장경제 자체의 한계로 인한 ‘시장 실패’가 아닌 정부의 각종 개입과 인위적인 금리 조절로 인한 ‘정책 실패’가 미국 발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다는 게 그의 논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금융위기의 가해자는 정부 및 정부의 시장 개입을 촉구한 좌파세력이며 시장은 그들의 개입으로 인해 망가진 ‘피해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좌파진영에서 내세우는 시장경제 비판 논리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토하는 적반하장의 전형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토하는 상황?

2012년 6월 현재 미국의 금융상황은 회복추세이며 이번에는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상태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남유럽 국가들의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한 과도한 재정적자임에도, 좌파는 이것 또한 신자유주의의 폐해라고 덮어씌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5월 17일 “신자유주의의 범람이 국제금융위기의 근원”이라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는 국내 좌파인사들의 주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적 금융위기처럼 수십억명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원인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밝힌 진실들을 숙지한다면 정책실패와 포퓰리즘의 남발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를 자유시장경제 자체의 문제로 덮어씌우려는 ‘경제민주화론자’들을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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