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콘서트가 된 이유요? 즐길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콘서트가 된 이유요? 즐길 수 있으니까요
  • 미래한국
  • 승인 2012.06.12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어탕에 미꾸라지 갈지 말고 주세요. 추어탕하니까 추워요”(박보영)

KBS 2TV의 장수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생활의 발견’ 중 한 장면. 게스트로 나온 여배우 박보영이 송준근의 숨겨진 여자친구 연기를 하며 신보라와 티격태격하는 내용이다. ‘생활의 발견’은 연인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전혀 ‘로맨틱 하지 않은’ 에피소드를 발굴해 인기를 얻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이 코너뿐 아니라 ‘네가지’ ‘비상대책위원회’ ‘감수성’ 등 대부분의 코너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보라(생활의 발견) 김준현(네가지) 최효종(애정남) 김원효(비대위) 등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나타나고, 코너의 순환도 빨라 얼마 전부터 ‘하극상’이라는 새로운 코너가 지난해 히트코너 ‘애정남’과 자리를 바꿨다.

대단한 사실은 <개그콘서트>가 1999년 김미화, 백재현, 심현섭 등이 주축이 돼 시작한 이래 크고 작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13년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최근에는 문화계를 넘어 산업계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있다. 유통기업 신세계가 그런 예인데, 얼마 전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를 초청해 성공 요인을 들었다. 신세계에서 짚은 이 프로그램의 강점은 시장논리에 기반한 무한경쟁과 끊임없는 노력이다. 실제로 <개그콘서트>는 방송 전 녹화에서 15개 프로그램이 경쟁을 벌여 현장 반응이 좋지 않은 2~3개 코너는 아예 방송을 타지 못한다. 그리고 출연 개그맨들은 5분도 안 되는 방송을 위해 1주일 동안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에 열중한다.

그런데 <개그콘서트>는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다지 공정하지도, 경쟁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유경쟁과는 거리가 먼 ‘패거리주의’가 득세했다. 2000년대 초반 박준형, 정종철을 내세운 기획사 스마일매니아(대표 박승대)에 이어 이들이 독립해 세운 기획사 ‘갈갈이패밀리’가 주요 연기자들의 출연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다른 회사 개그맨들에게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기 어려웠다. 게다가 KBS 공채 개그맨의 입사기수 간 서열도 엄격해 선후배 사이의 폭력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방송사 PD, 기획사, 일부 스타들로 구성된 소수의 자의적 선택에 따라 프로그램이 좌우됐다. 애초에 자유로운 경쟁은 불가능했던 셈. 결과적으로 성공과 실패의 부침이 크고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극복하기도 힘들었다.

<개그콘서트>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2007년 후반이다.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신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자유경쟁이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윤형빈, 황현희, 송준근 등 실력 있는 신인들이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프로그램이 활기를 띠고 다양해진다.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는 최효종, 김원효, 신보라 등도 이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터줏대감 박준형과 정종철은 프로그램을 떠나기에 이른다.

이런 ‘진화’가 가능했던 건 <개그콘서트>의 탄탄한 인력풀인데, ‘대학로 개그 극단→개그콘서트’인 연기자 육성 시스템이 이런 활발한 경쟁을 가능케 했다. 개그 공연으로 내공을 다진 수많은 개그맨 지망생들이 방송사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은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철저히 실전 훈련을 마친 후에야 메이저리그로 입성하는 것과 비견될 만하다. 김준현, 최효종, 김원효도 모두 대학로 극단에서 몇 년 간 관객들을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데뷔했다.

이렇게 보면 비단 신세계처럼 정색하고 벤치마킹을 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공정한 경쟁이 어떤 무대든지 좀 더 활기차고 활력 있게 만드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신명나는 ‘콘서트’처럼 말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