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로 판명된 대북지원
퍼주기로 판명된 대북지원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06.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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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차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다각도로 지원 ... 12월 대선이 변수

대북 식량차관 상환을 촉구하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6월 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북한의 차관계약서 불이행 사실을 지적하고, 대북 식량차관 환수를 촉구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북한조선무역은행 총재 앞으로 오늘 오전 10시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통지문에서 2000년 10월 4일 합의한 남북 차관계약서에 따라 북한이 통지문을 수신하고도 미상환 상태로 30일이 경과할 경우 채무불이행 사유가 된다는 점을 알리고 조속한 상환을 요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0∼2007년 제공한 대북 식량차관의 첫 원리금 상환일은 6월 7일이었고, 북한은 정부가 지난 2000년 북한에 제공한 쌀과 옥수수 등 8836만 달러(약 1042억 원) 규모 식량 차관의 첫 원리금 583만 달러(약 69억 원)를 이날까지 갚아야 했다. 북한이 통지문을 수신하고도 6개월 동안 상환계획을 비롯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앞서 정부는 국제관례에 따라 지난달 4일 수출입은행을 통해 조선무역은행에 상환기일과 금액을 통보한 바 있다. 대북식량 차관의 전체 규모는 2000~2007년까지 쌀 240만t, 옥수수 20만t을 포함해 모두 7억2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8460억 원에 달한다.

 

북한, 적반하장으로 대남 비난 일색

북한은 적반하장으로 우리 정부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난을 계속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이명박 역적패당은 집권 초기부터 6·15 북남공동선언을 거부하고 체계적으로 반공화국 책동과 노골적인 비난을 일삼아왔다”며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거부하고 미국과 공모해 조선반도를 세계 최대의 전쟁 위험지역으로 만든 이명박 패당은 마땅히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런 적반하장식 태도는 대북식량차관이 집행된 지난 2000년부터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00년 9월 체결한 남북 식량차관 제공 합의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남측’ ‘북측’으로 돼 있어 국제법상 당국 간 합의문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또 당시 합의서에는 북한 당국의 지급보증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합의서는 분쟁조정 절차를 명기하지 않고 ‘합의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남북 당국이 협의해 해결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특히 당시 차관 공여와 상환의 구체적인 방법을 한국수출입은행과 조선무역은행 사이에 별도로 체결하는 차관계약에 따르도록 했다. ‘2%의 연체이자를 부담한다’는 구절을 제외하면 계약 불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차관계약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이 식량차관의 상환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김대중 정부에서 지원한 식량이 군량미와 핵개발에 전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은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됐다. 북한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상환의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으로 천문학적인 달러 지급

김대중 정부에서 제공한 식량차관 외에도 금강산관광 사업과 개성공단을 통해 천문학적인 달러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우리 관광객 박왕자 씨가 피살된 2008년 7월까지 약 10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 동안 우리 관광객 193만4600여 명이 금강산을 다녀왔고, 그 대가로 현대아산은 모두 5억 달러 가량의 현금을 북측에 지불했다.

이로 인해 금강산관광의 대가로 북한에 현금을 주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우리 정부 내부에서도 제기돼 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009년 7월 "10년간의 막대한 대북 지원이 북한의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09년부터 금강산관광 대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종전 방식 대신 북한 주민의 생명과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식량·약품 등의 현물로 지급하거나 북한 경제개발 재원으로 돈의 용도를 한정하는 방안, 현금을 송금하더라도 지금의 아태평화위 계좌가 아니라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공개된 계좌를 이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왔고, 북한에도 이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북한 아태평화위는 지난 2009년 9월 “세계 그 어디에 관광객들이 관광료를 물건짝으로 지불하면서 관광하는 데가 있는가”라며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축했다.

현재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우리 정부는 박왕자 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금강산관광의 재개에 집착하고 관광 대가가 반드시 현금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금강산을 통한 대북현금 지급이 북한의 핵개발과 독재정권 유지에 그만큼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5억 달러 중 상당수가 핵개발과 핵탄두 소형화,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2004년부터 시작된 개성공단 역시 북한 정권에겐 유익한 ‘돈줄’이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의 숫자는 2012년 6월 현재 5만여 명이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1인당 평균 110달러다. 우리 돈으로 매월 약 66억 원, 매년 8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 만수대 방명록에 남긴 글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불법 송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대북사업과 식량차관 지원 외에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북한 정권에 현금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 2003년 실시된 대북송금 관련 특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4월 8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최종 합의하면서 현대는 포괄적 경제협력 사업권을 얻는 대가로 4억 달러(현금 3억5000만 달러, 현물지원 5000만 달러)를 정상회담 전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이와 별도로 정부는 1억 달러의 현금지원을 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특검팀은 “북한에 송금된 돈의 액수는 총 5억 달러이며 이 중 5000만 달러는 현물로 보내졌다”며 “5억 달러 중에는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김대중 정부가 북측에 건네기로 약속한 1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다각도의 대북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쓰였다면 모르겠지만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을 거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은 개선된 게 없다.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입지는 강화됐고 막대한 현금 지원에 힘입어 북한은 두 번의 핵실험(2006년, 2009년)을 강행한 바 있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추진 중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좌파연합’은 집권 즉시 금강산사업 등 대북지원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선거 때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굴욕적인 대북지원이 재개될지 여부는 2012년 12월 대선 결과에 달린 셈이다.

김주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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