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삶의 방식을 둘러싼 성전이었다
6·25는 삶의 방식을 둘러싼 성전이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6.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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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콜디스트 윈터>(The Coldest Winter>를 읽고
황성준 편집위원·동원대 초빙교수

1998년 8월 터키 이스탄불 부근의 해수욕장. 필자는 백사장 파라솔에서 누워 파인애플 주스를 홀짝거리며 물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비키니 차림의 러시아 아가씨들 몸매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당시 쿠르드족 문제를 취재하고 있었는데 취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터키 당국이 쿠르드족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쿠르드족 자체도 여러 정파로 나뉘어 서로 헐뜯고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다소 시간이 남아 지친 몸과 마음을 추릴 겸 지중해에 인접한 해수욕장에 들렀다. 해수욕장은 러시아 관광객으로 넘쳐흘렀다. 터키가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쉽게 비자를 발급해 주었을 뿐 아니라 물가도 저렴했기 때문에 당시 해외여행과 따뜻한 햇볕에 굶주려 있던 많은 러시아들이 터키 해변으로 대거 몰려들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따뜻한 햇살과 신선한 바람을 즐기고 있는데 한 터키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영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열심히 뭔가 설명하던 그도 내가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소 절망스런 표정을 지은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흘렀다.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 청년이 다른 청년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를 데려온 것이었다.

이 통역을 통해 코리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남(South)이냐 북(North)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남이라고 대답했더니 좋아하면서 자기 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꼭 만나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었다. 전혀 아는 사람이 없는 이국땅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사람이 초청하는 곳으로 그냥 쫓아갈 정도로 용감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절한다는 의미에서 “너희 할아버지가 꼭 만나겠다면, 내일 이곳으로 모시고 와라”고 이야기한 뒤 호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음날 휠체어를 탄 노인을 모시고 그 청년이 왔다. 이 노인은 6·25 참전 상이용사였다. 1951년 1월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다리를 잃은 뒤 자신의 삶을 원망하고 살았다는 것이었다. 한국하면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 한국인하면 이(lice)가 득실한 사람들로만 생각됐다는 것이었다. 희망이라곤 전혀 보이질 않았으며 도대체 이런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흘러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참전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터키 해수욕장에서 만난 6·25참전용사의 눈물

그렇기에 당시 전사한 동료들의 죽음은 ‘개죽음’이었으며, 자신의 부상은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한국 소식은 거의 들리는 것이 없었고 간혹 뉴스가 나오면 온통 혼란과 정치적 탄압 소식 밖에 없으니 그런 곳을 위해 다리를 잃은 자신이 한심스러울 따름이었다는 것이었다.

이 터키 노병의 생각, 아니 인생을 다시 바꿔 놓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것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이었다. TV를 통해 비춰진 한국의 모습은 경이, 그 자체였다. “정말 저것이 내가 갔었던 한국이란 말인가?” 처음에는 믿을 수조차 없었다. 언론 조작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소식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의 발전상은 뉴스가 아닌 생활을 통해 더욱 와 닿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품과 현대자동차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사실들이 확인되면서 인생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다리가 바로 저런 번영을 일궈내기 위한 밑거름이었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삶이 더없이 값진 것이 됐다.

이 할아버지는 필자를 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정말 고맙다. 너희가 잘 살게 돼서. 만약 너희가 그때(6·25 당시)처럼 계속 굶주림 속에 있었다면 나는 나의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왜 남의 나라 내전에 끼어들어 다리만 잃어 버렸나 하고 삶을 원망해 왔는데… 그 전쟁은 단순한 외국의 내전이 아니었어. 자유와 번영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이를 파괴하려는 세력의 전쟁이었어. 나는 수백만, 아니 수천만이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살 수 있도록 정말 조그맣기는 하지만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된 거야.” 필자도 함께 울었다. “땡큐”란 말은 필자가 먼저 했어야 하는 말인데, 이 말을 필자가 들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서,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릴 뿐이었다.

 

자유수호 전쟁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6·25를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분명 6·25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죽였으니 동족상잔의 비극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재연되면 결코 안 된다. 그러나 6·25는 단순히 ‘무가치한 비극’이 아니다. 6·25는 갓 태어난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자유 수호 전쟁’이었다.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1948년 8월 ‘자유의 공화국’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물론 당시 상황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과 불완전한 모습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자유’와 ‘공화국’ 이념을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이다.

그리고 그러한 ‘씨앗’이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이를 없애 버리려는 세력이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를 ‘피’로써 지켜낸 것이 ‘6·25전쟁’의 본질이다.

6·25는 ‘무가치한 관념’(ideology) 때문에 싸운 전쟁이 아니다. 생존과 삶의 방식을 둘러싼 ‘성전’(Holy War)이었다. 자유민으로 살 것이냐 노예로 연명할 것이냐를 놓고 자유를 선택한 사람들이 노예를 강요하는 세력에 맞서 싸워, ‘자유의 공화국’을 수호한 전쟁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낙동강 방어선을 육탄으로 지켜낸 호국 영령들의 희생은 ‘헛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전쟁은 악이며,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고 말하는 자들도 있다. 이들은 전쟁 공포심을 자극, 전쟁 혐오감을 증폭시키면서 자신을 평화주의자로 위장하곤 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낙동강 전선에서 산화한 국군장병의 희생은 ‘헛된’ 정도가 아니라 ‘바보짓’이었다. 나쁜 평화(=항복과 이에 따른 노예적 삶)가 전쟁보다 좋은 것인데, 목숨까지 받쳤으니…

위선적인 종북 평화주의자들

그런데 재미 있는(?) 사실은 ‘허무주의적 평화주의자’인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북한의 ‘선군정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아니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자들조차 있다!) 이들의 조국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편을 들거나, 아니면 제3자 입장에서 마치 ‘심판’이라도 된 것처럼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한 심판이라면 그나마 봐 주겠는데, 문제는 매우 편파적이라는 사실이다. 북한 문제는 ‘내재적 접근’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왜 ‘유신’이나 ‘5·18’에 대해서는 그토록 적대감을 표시하는지 … ‘내재적 접근법’을 들이대면, ‘유신’도 ‘5·18’도 모두 다 이해될 수 있을 텐데…

6·25전쟁 62주년을 맞이하여, 데이비드 햄버스탬 기자가 쓴 <콜디스트 윈터>를 다시 읽어 보았다. 여기서 ‘가장 추운 겨울’이란 1950년에서 1951년 사이의 겨울을 말한다. 미군이 참전한 전쟁 중에서 가장 추운 겨울이었던 것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햄버스탬 기자 특유의 ‘새로운 저널리즘’(new journalism), 즉 ‘픽션적 테크닉’(fictional techniques)을 사용한 스토리텔링적 화법 덕분에 손에 땀을 쥐고 숨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낙동강 전선에서의 미군 제2사단 제2공병대대 이야기, 청천강 부근 군우리 전투, 미 해병대의 장진호 전투 등의 이야기 전개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햄버스탬 기자는 6·25전쟁에서의 주요 오판 4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이 6·25 이전에 한반도를 방어선에 포함시키지 않은 애치슨라인의 발표이다. 이로 인해 김일성과 스탈린에게 남침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것. 두 번째 오판은 미군의 참전 초기, 미군이 인민군의 군사력을 얕잡아 보았다는 것이다. 이 오판으로 전쟁 초기 미군이 어려움을 당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오판은 맥아더 장군이 중공군의 개입 가능성을 오판한 것이다.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맥아더 장군의 권위는 하늘을 찌르는 것이었고 따라서 중공군이 전면적으로 참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맥아더 장군의 주장에 대해 감히 아무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으며 그 결과가 운산지구와 장진호에서의 참패이었다.

마지막 오판은 마오쩌둥의 오판인데 마오쩌둥은 초기 북한 지역에서의 승리에 도취, ‘혁명적 열정’으로 미군의 화력을 누를 수 있다고 오판한 것이다.

이러한 오판 분석을 읽으면서 자신의 득점보다는 상대방의 ‘자살골’ 때문에 판세가 바뀌는 한국 정치판의 현실을 떠올리기도 했다. 앞의 4가지 오판 가운데 첫 번째를 제외한다면 모두 ‘자만’에서 나온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곱씹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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