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잊혀진 전쟁의 기억
[해외리포트] 잊혀진 전쟁의 기억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06.25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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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지아주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

지난 26일(현지 시각) 조지아의 한 도시 게인즈빌에 있는 작은 공원에 한국전 참전용사 3명이 모였다.

이 공원에 세우려는 한국전 전몰용사 기념비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이들은 게인즈빌 한국전 참전용사 협회 임원들로 게인즈빌이 속한 홀 카운티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11명의 전몰용사의 이름을 새긴 기념비를 세우려 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해군으로 참전했던 폴 스코로그 회장은 “미국에서 한국전쟁은 2차 세계대전 직후에 터져 ‘잊혀진 전쟁’이라고 합니다. 그와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용사들도 잊혀지며 합당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념비가 세워지면 이들은 더 이상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협회 회원들은 대부분 70, 80대의 고령으로 이들은 죽기 전에 자신들의 지역 출신 한국전 전몰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 공원에는 베트남전 전몰용사 기념비는 이미 세워져 있었다.

이들은 지난 몇 달 동안 기념비 건립에 필요한 경비를 모금했고 미주 한인사회에도 알려 도움을 요청하고자 했다. 이 소식은 이날 모임보다 일찍 지역 한인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한 한인이 기념비 건립에 필요한 나머지 금액 전체를 내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이날 모임에서 이 소식을 전하자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정말이냐며 놀라워했다. 산소 호흡기를 코에 걸고 나온 찰스 섹스톤 협회 총무는 “다시 한국전에 참전해야 한다면 또 할 것이다. 우리는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총 180만명의 미군을 참전시켰고 그 가운데 3만6,574명이 사망하고 10만3,284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며 그 가운데 사망한 미군들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엄수하고 있다.

메모리얼 데이는 5월 마지막 월요일로 이날이면 길가에 성조기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걸리고 지역마다 각종 기념식과 퍼레이드를 통해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 워싱턴 DC에는 전국의 참전용사들이 모여들어 알링턴 국립묘지까지 오토바이로 퍼레이드를 하는 ‘롤링 선더’(Rolling Thunder)라는 행사가 열린다.

이날에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미국인들이 누리는 자유가 없었다는 의미의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이 가장 많이 되새겨진다. 참전용사들은 이날 자신이 참전했던 전쟁 이름을 새긴 검은 모자를 자랑스럽게 쓰고 나온다.

이들은 자신의 참전으로 미국과 미국인들의 자유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에 긍지를 갖고 있고 일반 미국인들은 이를 인정할 뿐 아니라 경의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군대가 미국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조직이라는 사실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세계 최대의 군사비 지출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를 뒷받침하는 군인과 군대를 존경하는 미국인들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게인즈빌(조지아)=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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