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3人 3色 베스트셀러, 뭘 볼까
[트렌드] 3人 3色 베스트셀러, 뭘 볼까
  • 미래한국
  • 승인 2012.06.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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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로 대중성 확보

최근 몇 년 사이,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블록버스터급 외국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와 기욤 뮈소. 대중성을 확보한 작가들인 만큼 깊은 성찰의 세계를 보여주기보다는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로 쉽게 읽히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헐리우드 장르영화도 분석해보면 시대의 화두가 드러나는 것처럼 대중문학에도 수많은 독자와의 소통에 성공한 이유가 담겨 있다.

예리한 일상의 묘사 더글러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드라마적인 요소와 스릴러적인 요소가 적절히 구현된 덕분이다. 생생하게 묘사된 등장인물의 심리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과 동시에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은 논리와 감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작가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 <빅 피처>는 케네디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변호사 벤은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두 자녀를 부양하는 가장으로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 것 없이 성공한 남자다. 물론, 실상은 다르다. 가정에서는 아내와의 갈등과 육아문제로 허덕인다. 젊은 시절의 꿈을 접고 시작한 직장생활도 지겹기만 하다.

결국 이웃에 살고 있는 아내의 정부 게리와 실랑이를 벌이다 살인을 저지르면서 그의 인생은 백팔십도로 바뀌게 된다. 변호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증거를 말살한 뒤, 게리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벤은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오랜 시간 꿈꾸던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숨겨둔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빅 피처>의 전체적인 구성은 살인과 완전범죄가 이어지는 스릴러이지만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주인공의 내적 고민과 현실적으로 재현해낸 일상의 모습들이다. 독자는 꿈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답답한 일상에 공감하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 자신의 꿈을 되찾는 모습을 통해 희열을 느끼게 된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와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일탈에의 소망을 흡입력 있게 담아 현대인의 고민이 무엇인지 역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이어 발표한 <위험한 관계>, <모멘트>, <파리 5구의 여인>에서도 작가 특유의 스타일은 이어진다.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의 뒷면에 숨겨진 서스펜스와 놀라운 반전 등 한번 손에 쥐면 멈출 수 없는 더글라스 케네디만의 기법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환상적이면서도 치밀한 구성의 기욤 뮈소

기욤 뮈소는 프랑스 작가다운 상상력으로 현실을 한 번 뒤집어 놓은 후 이야기를 시작한다. 환상동화 혹은 판타지 같은 느낌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지만 치밀한 구성으로 짜여진 덕분에 논리적인 사람도 쉽게 빨려드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작품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시간을 3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다소 진부한 설정을 새롭게 엮어낸 작품이다. 30년 전 연인의 목숨을 구하지 못해 평생 죄책감에 빠져 사는 의사 엘리엇은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연인과 딸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딸을 선택하지만 생각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기욤 뮈소는 이야기의 갈래를 정확한 지점에서 교차시키며 점점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이끌어 나가는 데 달인이다.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 속에 새로운 인물들을 내세워 그들의 관계 속에서 전혀 색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한 줄로 요약되는 설정으로 단순하게 시작하지만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융합하면서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식이다. 자신이 쓴 소설의 여주인공이 소설에서 빠져나왔다는 발상에서 시작하는 <종이여자>와 휴대폰이 뒤바뀐 남녀 간의 에피소드를 다룬 <천사의 부름>에서도 그의 솜씨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대중성과 작품성 겸비한 신예 김애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소설가들 중 대표적인 신예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김애란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80년대 출신의 젊은 작가로서 기성 작가의 반열에 정착 중인 대표 작가이자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혜성처럼 나타나 사라지는 무수한 신인작가들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의 꾸준한 성장은 놀랍기까지 하다.

김애란의 글은 그의 나이대로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감성이다. 두 편의 단편집 <달려라 아비>와 <침이 고인다>를 읽어보면 자신의 감성코드가 20대인지 그 이후인지 확인할 수 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구절이 많을수록 후반 쪽에 가깝다.

두 단편집이 고스란히 그녀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성장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가난한 집에서 성장한 주인공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무능력 그 자체이지만 왠지 코믹한 구석이 있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대신해 삶을 꾸려나가는 강인한 어머니’라는 인물 설정이 일관되게 등장한다. IMF를 겪으며 아버지의 추락과 경제적 위기를 경험한 또래들에게는 가슴 뭉클하게 읽히는 설정인 한편, 비애스러운 상황을 신파적으로 풀지 않고 특유의 유머로 헤쳐 나가는 작가의 해학에 웃음 지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 후로 30여년이 지난 오늘, 어머니가 신세 한탄을 할 때면 아버지는 겉 담배를 피우며 영화배우처럼 말한다.

“인생 원래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거다.”

국수 가게 전세를 월세로 돌려야 했을 때도, 돈 꿔간 선배가 잠적했을 때도, 내 대학 등록금 대책이 없었을 때도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인생 원래 밑바닥……”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두루마리 화장지를 집어던지며 버럭 소리쳤다.

“그놈의 밑바닥!”

- <칼자국> 中-

일상의 풍경 속에서 문득문득 들었던 ‘설렘, 좌절감, 난감함, 민망함’ 같은 기분들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 또한 김애란의 장기다. 24시 편의점 아르바이트, 재수생, 학원 강사, 고시원 생활기 등 20대가 처하기 쉬운 환경에서 겪었을 심리들을 고스란히 소설로 옮겨와 한 편의 유쾌한 무대를 만들어 낸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 주인공은 동네의 세 편의점을 순회하며 장.단점을 분석하는 한편, 새로운 관계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진다. 수많은 찰나의 관계 속에서 타인에게 무심해진 도시 생활자의 모습이 오늘날 젊은 세대의 초상인 것이다. 한편 80년대 태생을 대표해 이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기도 하다. 재수생으로서, 학원 강사로서, 고시원 생활자로서 겪는 고단하고 불안한 일상을 솔직하게 그려나간다.

김애란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소설은 작년에 발표한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다. 희귀병에 걸린 소년이 죽음을 앞두고 써내려간 이야기 방식으로 난치병에 걸린 아이답지 않은 유머와 해학이 끊이지 않는다. 참신한 문장과 톡톡 튀는 문체가 가득하다. 덕분에 현재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김애란이라는 이름의 소설가를 대중 속에 널리 알리고 있다.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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