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의 편지] 행복의 언저리
[이성원의 편지] 행복의 언저리
  • 미래한국
  • 승인 2012.07.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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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임의 화두는 행복이었다. 한 친구가 6·25 때 얘기로 이렇게 풀어 나갔다.

고2 때 6·25가 났다. 중앙청 꼭대기에 인공기가 꽂힌 것을 보고 이제 내 인생은 끝이로구나 생각했다. 1917년 혁명으로 고국에서 쫓겨나 세계 각지로 유랑하던 백계 러시아인이 떠올랐다. 충무로까지 와서 양복점을 하는 이도 있었다.

가장 행복했던 날

3개월 후 내 생애 가장 기뻤던 날이 찾아 왔다. 인공 치하 3개월만에 시골 신작로 길에 아군을 가득 태운 UN군 차량들이 물밀듯이 북상하는 모습이 보였다. 밖을 내다보던 대청마루에서 나도 모르게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한국 춤은 흥이 나면 절로 추어진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먼 훗날 매슬로우가 말하는 5욕망 가운데 ‘안전욕’이 나머지 식욕, 성욕, 명예욕, 성취욕 4욕망을 다 제치고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나라의 ‘안보’가 우리 개개인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을 6·25가 똑바로 가르쳐준 것이었다. 뒤이어 한 친구가 근자에 읽었다는 행복론을 소개했다.

돈과 일의 행복

서양 학자들은 행복의 요인으로 돈, 일, 정 3가지를 꼽는다.

돈이 물론 기본이다. 중산층 생활을 유지할 만한 돈은 꼭 있어야 한다. 돈에 쪼들리면 아무런 좋은 발상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류층, 특권층에 이르면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줄어들어 제로에 가까워진다. 연수 9만 달러(월수입 800만 원)면 모든 꿈이 다 이루어질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중년 때 지위나 수입이 가장 높지만 그러나 정작 행복은 20대 초년 때와 60대 은퇴 후에 온다.

또 일에 대해서 사람들은 제 능력을 한껏 쏟아부어 성공으로 가져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풍요로운 복지시대를 만나 사람들은 노력하는 습관을 잃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생활에 활기와 보람을 안겨주어 커다란 행복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정과 우정의 행복

그러나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인은 사람사이의 ‘정’이다. 사람들과의 ‘어울림’, 인간관계의 ‘유대’다. 가정과 우정이 그 대표다.

한 부인은 미혼인 아들아이가 어떻게 4, 50년을 한 남자와 같이 사느냐고 묻더라며 웃었다. 돈을 왕창 벌어 세계여행도 하고 자유롭게 쏘다니며 사는 게 이상 아니겠느냐고 하더란다. (예전 ‘세일즈맨의 죽음’이란 영화가 그런 줄거리였다.)

그러나 학자들의 견해는 달랐다.

단조로워 보이지만 한 사람과의 정이 깊어지면 그것이 훨씬 더 큰 행복을 낚아 올린다. 오래 지속된 안정된 결혼생활은 연수 10만 달러 상당의 심리적 이득을 안겨 준다. 또 일을 하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기반을 제공한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파탄나면 일에 성공해도 마음이 행복하지 못하다.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도 그렇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스트레스는 줄고 수명은 는다. 월 1회 모이는 동아리모임도 수입이 2배 오른 행복을 안겨준다. 퇴근 길에 동료와 한잔 하거나 친구와 같이 식사만 해도 행복이 불어난다. 직업도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게 되는 관리직이나 미용사, 건강코치 등이 행복하고 혼자 일하는 기계공은 그렇지 못하다. 요즈음처럼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일도 행복에 해롭다. 외롭게 지내는 것은 도대체 안 좋다는 결론이다.

그렇게 소개되는 행복론을 ‘80 노동’들이 모두 진지하게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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