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한 천안함에 대해 좌익매체가 다시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북한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종북 정치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겨레>는 지난 7월 7일자 ‘천안함, 두 개의 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 버클리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인 안수명 씨의 주장을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안 씨는 “인간에겐 오감이 있지만 어뢰는 음파와 자기장이라는 두 개의 센서에만 의존한다”며 “백령도와 같은 서해 인근 해상의 조건에서는 탐지음파 대 소음(Signal to Noise ratio)의 차이를 모르기에 음향에 수중탐지나 추적은 거의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피격됐을 확률이 0.0000001%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중탐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어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안 씨의 주장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리 해군은 이미 서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잠수함 유도무기인 ‘홍상어’를 실전 배치한 상태다. 지난해 개발된 홍상어는 세종대왕함에서 발사 가능하며, 공중으로 발사된 뒤 수중으로 입수해 적 잠수함을 추적, 타격할 수 있다. 또한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가진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수십척의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보유 중이며, 이들 잠수함들의 주요 작전 목적 중 하나는 유사시 적의 수상함에 대한 어뢰 공격이다. 만약 안 씨의 주장대로 어뢰를 이용한 수중유도 타격이 불가능하다면,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도 ‘헛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결론이 성립한다.
한겨레는 안 씨에 대해 “1984년 미 국방부 비밀 취급허가를 받은 안테크(www.ahntech.com)를 설립해 대잠수함전 프로젝트 관련 1천여건의 기술보고서를 작성, 잠수함과 어뢰 등 유도무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홈페이지를 방문해 검토해 본 결과 해군 및 잠수함 관련 경력은 보이지 않는다. 회사 소개 코너에는 “가장 중요한 업무는 미 국방부 산하 군 훈련 시설의 운영, 유지, 지원 업무 계약”(U.S. Department of Defense military training range operations, maintenance, and support services contracts form the core of our business)라고 적혀 있다.
이어 DLA COG(미국 공군기들의 응급 상황시 비상 급유 시설에 비상용 기름을 공급하는 계약), OPTARSS II(Operations, Planning, Training, and Resource Support Services for Warfighter Operations의 약자로, 이라크, 아프간 등에서의 전쟁 수행을 위한 후방 지원 프로그램) 등에 대한 내용은 있으나 잠수함 및 해군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 어뢰의 유도능력에 대한 그의 조악한 지식이나,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업 영역을 보더라도 그를 ‘잠수함 전문가’라고 분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유용원의 군사세계,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군사문제에 해박한 네티즌들이 주축이 돼 안 씨의 주장을 일축하고 그를 ‘잠수함전문가’라고 소개한 한겨레신문을 조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의 이 같은 무책임한 보도는 군사-무기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는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음모론 제기가 정치적으로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도 좌익매체들이 천안함 음모론을 제기했으나 총선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안수명 씨의 주장을 인용한 한겨레 기사가 보도된 직후에도 각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인기검색어에는 ‘천안함’, ‘안수명’ 등의 단어가 올라가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 군사전문지 '나치오날나야 아바로나'의 2011년 1월호에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린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조선일보>의 지난 7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이 전문지에 실린 '새해의 전쟁'이라는 논문에는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으며 이는 매우 신중한 조치였다. 폭침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맞선 북한의 대응”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잡지의 편집장 이고르 코로트첸코는 러시아 국방장관의 민간자문위원장이고 세계 유수의 국방 전문지들과 협력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년 기자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