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 가져온 美 서브프라임 사태, 그 이후
오바마 당선 가져온 美 서브프라임 사태, 그 이후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07.18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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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여전, 2006년 비해 집값 35% 하락

미국에서는 지금만큼 집을 사기가 가장 좋은 때가 없다고 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집 값이 부동산 경기가 최고였던 2006년에 비해 평균 35% 가량 떨어졌고 30년 고정 주택대출이자율이 1950년대 이후 최저인 3.62%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조금씩 집 매매가 증가하고 신규주택 건설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거래된 집 매매는 1년 전에 비해 9.6%가 증가했고 신규주택의 경우 지난 4월 그 전달에 비해 3.3% 가량 매매량이 증가했다.하지만 남아 있는 부실 주택융자들과 엄격해진 주택융자 기준, 8.2%에 달하는 고실업 등으로 집을 사기 위해 선뜻 나서는 미국인들은 아직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2007년에 터진 서브프라임(subprime) 융자 위기로 초래된 미국 경제 침체의 어두운 그늘 아래 미국인들이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이다.

부동산 붕괴의 피해자는 서민들

서브프라임 융자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미국 서민들이다. 당초 서브프라임 융자는 저소득층이나 흑인 등 소수민족과 같이 신용조건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통상적인 융자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관대하게 주택융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주택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보통 개인신용점수, 정기적 수입, 집값의 3.5~20%에 달하는 보증금(Downpayment) 지불 등 여러 기준을 통과해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검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마련된 서브프라임 융자는 이런 통상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대출자의 수입, 재산, 고용 여부를 검증하지 않은 채 대신 높은 이자율을 부과해서 융자금을 대출해줬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서브프라임 융자로 집을 사기 시작했고 이들은 당시 부동산 경기 붐으로 집값이 계속 올라가면서 집을 팔아 남은 차익으로 이자와 융자금을 갚았다. 2007년 당시 서브프라임 융자를 받은 사람은 720만명이었다.

대출자가 파산해도 주택가격 상승으로 보전돼 금융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에 거래량은 대폭 증가했다. 연방정부 부동산공사인 ‘프레디’와 ‘패니 매’는 2003년 810억 달러, 2004년 전체 서브프라임 융자의 44%인 1,750억 달러, 2005년 1,690억 달러의 서브프라임 융자를 구매했다. 다른 금융회사들은 높은 이자율의 서브프라임 융자가 고수익을 내자 서브프라임 융자를 담보로 한 파생증권을 매매했다. 당시 서브프라임 융자로 거래된 액수는 1조3,00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2007년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떨어지자 처음부터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던 서브프라임 융자 대출자들이 원리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서브프라임 융자 위기’가 촉발됐다.

대출이자도 부담 못하는 사태 발생

증권화돼 거래된 서브프라임 융자론(loan)을 구매한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회수불능사태에 빠지면서 손실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기업들이 부실화됐다. 미국의 대형 금융사, 증권회사의 파산이 이어졌고 이것이 세계적인 신용경색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며 세계경제 침체를 초래했다.

미국에서는 주택융자금을 내지 못하는 미국인들에 대한 주택 압류(foreclosure)가 전국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만 미국에서 200만 건의 주택 압류가 있었는데 그나마 2010년에 비해 31%가 줄어든 것이다. 향후 몇 년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미국에서는 1,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집을 은행에 압류당하고 길거리로 쫓겨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처음에는 주택 압류의 대부분이 서브프라임 융자를 받은 사람들이었지만 경제 침체와 실업률이 9%까지 올라가면서 정상적으로 주택융자를 받은 사람들도 집값을 내지 못해 주택 압류를 당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사회에서는 동네마다 은행이 소유했다는 압류된 집들이 늘어났고 집주인이 살림살이를 다 뜯어가면서 그 집들은 폐가로 전락했다.

서브프라임 융자 사태 후 지금 미국에서 주택융자를 받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대출자가 주택융자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금융기관들이 철저하게 검증하기 때문이다. 개인신용점수, 정기 수입, 현재 부채율 등을 샅샅이 살피는데 현재 부채율과 소득에 맞춰 융자금을 정해주고 직장에서 정말 일하고 있는지 전화로 확인하기도 한다.

자격이 되는 사람들은 고실업률 등 경체 침체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집 사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집값이 많이 떨어지고 주택대출이자율이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기대만큼 미국 주택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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