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그리고 남겨진 과제들
김영환, 그리고 남겨진 과제들
  • 미래한국
  • 승인 2012.08.02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최홍재 김영환고문대책회의 대변인, 남북청년행동 대표

북한민주화운동가 김영환 선생에 대한 고문사건으로 몇 가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 가장 앞에 중국이 있다. 그들이 이 시험을 합격하면 명실상부하게 대국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요 낙제하면 공룡으로 뒷걸음치게 되리라 생각한다.

중국에 관한 시험문제는 세 가지의 방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인권문제에 대한 그들의 해법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과의 관행적 결탁을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한중 외교관례에 대한 것이 마지막 문제라 여겨진다. 하나씩 풀이해 보자.

중국이 풀어야 할 세 가지 방정식 시험

첫 번째 인권문제에 대한 것을 살펴보자. 김영환 선생에 대한 고문은 매우 충격적이고 가슴 아프다. 또한 중국 동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북한인권운동가들이나 탈북자들도 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 두렵고 불안하다. 차제에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도 이 같은 미래의 위험을 제거하려는 것이 가장 일차적이라 하겠다.

중국 공안이나 국가안전청 요원들이 한국인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은 특별한 차별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오히려 중국이 자국민에 대한 인권 유린보다 그 정도는 심하다고 볼 수 없다. 김영환 선생의 진술에 따르면 전기고문은 중국인에게 낯설지 않은 것이다. 단동 구치소에 수감돼 한 방을 쓰게 된 중국인 재소자들에게 물어 본 결과 24명 중 8명 정도가 전기봉을 사용한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그 재소자들은 마약, 폭력, 절도 등 일반범들로서 정치범은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의 경우 과거 그야말로 ‘국가안전 위해죄’를 범한 이들에게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전기고문이 지금까지도 중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김영환 선생에 대한 고문사실만큼이나 경악스러운 일이다. 중국이 돈 많은 무뢰한으로서 지구촌의 존경이 아니라 오히려 경계를 살 것이 아니라면 이 같은 인권후진국의 모습과는 단호히 단절해야 할 것이다.

북한 보위부와의 결탁을 청산하는 것도 숙제다. 김영환 선생 등 북한민주화운동가에 대한 검거와 고문이 북한보위부의 요청과 협조에 따른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김영환 씨에게 여러 차례 북한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으며, 고문이 집중된 4월 15일에는 김일성 생일 선물로 북에 보내면 북한에서 매우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한다.

조폭의 대리인은 경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세습체제를 여전히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지만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순망치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며 대국굴기를 하기 전까지 현상을 유지한다는 그들의 일관된 외교노선에 따른 것인 까닭이다.

그러나 야만적인 마피아 정권의 사주 비슷한 것을 받아 대리수사나 해주며 운동가들에게 전기고문을 가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용납되기 어렵다. 한국과 주변국이 이해할 수 있는 선을 중국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 조폭의 대리인은 경찰이 될 수 없다. 마피아 정권의 결탁자는 지구촌의 대국이 되기가 어렵다.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대국굴기의 길은 부정한 관례와 결별하는 곳에서 시작된다.

외교상 결례는 또 어떤가! 요녕성 안전국은 김영환 선생의 지속적인 영사접견 요구를 고문으로 응대했다. 심양에 있는 한국 영사들의 지속적인 접견 신청을 이유 없이 거절해 왔다. 영사접견권은 국제법적으로 보장돼 있고, 중국 국내법에도 역시 보장돼 있다.

그들은 보편적인 국제법과 자국의 법을 모두 위반하면서 김영환 씨 등의 한국인과 한국 정부의 만남을 차단해 왔다. 다른 사례도 조사해 보아야 하겠지만 미국 등과 같은 강국의 시민권자를 제외하고 이와 같은 위반사례는 비일비재할 것이라 보인다. 이와 같은 막무가내는 상대국 국민들의 가슴에 켜켜이 미움과 두려움을 쌓아간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중국의 어마어마한 채무가 될 수 밖에 없다.

김영환 씨 고문 사건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놀랍지 않다. 하지만 바르지 않은 과거와 결별하지 않고서 대국으로서의 중국은 없다. 중국이 주변국에 그리고 지구촌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나라가 되고자 한다면 그 첫발이 이 사건에 대한 상식적 해결 과정에서 비롯되길 바라고 또 촉구한다.

우리 정부는 어디에 있었나

김영환 씨 일행이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에 정부의 노력은 매우 컸다. 당연한 국가의 의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분들에 대한 감사함은 크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는 있다. 북한인권운동가들이 가장 극심한 고통에 처해 있을 때 정부는 없었다.

그리고 고문의 참상을 소개할 때 정부의 태도는 모호했다. 하나의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신뢰와 힘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공자님 말씀이니 매우 지당하다. 극단적인 위험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있으면 정부가 반드시 구해낼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우리의 공동체는 그만큼 생동할 것이다. 초기 대응은 안이하고 미숙했으나 마무리는 신뢰로 결속짓기를 바란다.

김영환 선생의 고문사건과 그에 대한 반응은 한국 좌파의 맨살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애초 북한인권운동 혹은 북한민주화운동은 좌파가 가장 앞장섰어야 할 사안이었다. 마치 유럽의 좌파들이 전체주의 스탈린체제에 가장 앞장서서 저항했듯이 말이다. 국제주의나 보편적 인권은 좌파의 존재라고 할 정도 중대한 가치이다.

그러나 한국 좌파의 대부분에게 이 목숨과도 같은 가치는 이율배반적이었다. 모든 국경을 넘어서는 그들의 관심은 언제나 휴전선에서 머뭇거린다. 아니 가장 야만적인 정권을 옹호하는 사람들로 돌변하기도 한다. 종북주의자들이야 세습집단과 생사를 같이 하기로 했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상한 말을 하는 좌파들은 왜 종북을 또 추종해 야만에 침묵하고 결국 동조하는가.

김영환 씨는 전향했다고 하나 내가 보기에 가장 일관된 사람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예외 없이 그리고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 그에게 이론은 이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좌파의 딜레마

아무튼 북한인권과 민주화와 대한 좌파의 혼돈 그리고 적과의 동침이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지만 슬픈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한 인간이 부당하게 고문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한국 좌파는 아직까지 모르쇠다.

부끄럽다. 그들이 좌파였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그들이 아직도 좌파라고 명칭되는 한국의 현실이.

기괴한 침묵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스스로 그 이유들이 터무니없이 군색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 깨달음에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이 현실화되길 바란다. 좌파가 좌파다워질 수 있는 용기. 건투를 빈다.

김영환 선생의 몸에는 전혀 군살이 없다. 술을 전혀 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위가 썩 좋지 않아 식사를 엄격하게 하기 때문이고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까닭이다.

그의 몸무게가 120일 동안 7kg 감량됐다고 한다. 인천공항에서 그를 보았을 때 무척 야윈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중국 동북에 남아 있는 동지들의 안위를 생각하고 북한인권 문제의 본질이 희석되는 것을 걱정하며 고문사실에 대한 공개 여부를 망설일 때도 가슴이 아렸다.

이 사건이 잘 마무리 돼 중국이 대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우리 정부가 더욱 멋진 정부로 사랑받으며 좌파가 좌파다워지는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 그의 혹독한 시련이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다 잘 되기를 소망한다.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지 않은가! (미래한국)

- 고려대 신방과 졸. 총학생회장
- 사) 시대정신 이사
- 방문진 이사
- 통영의딸송환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