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에 가려진 FTA 의 효과
경제 민주화에 가려진 FTA 의 효과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08.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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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경제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7월 25일 “3분기 GDP 수치가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영국의 경제적 문제는 뿌리가 아주 깊다”고 고백했다. 영국은 2차대전 이후 최대의 불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GDP 전망치도 암울하다.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1분기의 1.9%보다 크게 위축된 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7월 25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3%를 밑돌 수도 있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이 나설 때라는 말도 덧붙였다. 청와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대외교역, 즉 수출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글로벌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내수 진작도 필요하겠으나 어쨌든 수출에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한미 FTA와 같은 자유무역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한미 FTA로 대미 무역흑자 증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미 FTA 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한미 FTA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달라”고 토마스 도나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하며 당부했던 데도 그런 배경이 존재한다.

실제로 한미 FTA는 우리 수출에 도움이 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미 상무부가 11일 발표한 ‘국제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54억6700만 달러 어치의 상품을 수입했다.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시행으로 한국이 미국보다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4월에 17억7000만 달러, 5월엔 20억 달러의 적자를 연속 기록했다. 더욱이 지난해 같은 달의 13억300만 달러 적자에 비하면 무려 53.5%나 급증했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누적된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61억1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억1900만 달러보다 26.9% 늘어났다.

반면에 한-EU FTA는 유럽발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작년 7월 이후 1년 간 우리나라의 대 EU 무역수지 흑자폭이 7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었던 것. 이는 EU 수출이 12.1% 감소한데다 수입이 13%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자유무역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FTA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지금 예측불허이고, 경제불황이 당분간 갈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런 때 한미 FTA를 포함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1%를 차지하는 시장을 경제 영토로 넓힌 것은 어떤 경쟁국보다도 한발 앞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를 계기로) 힘을 합치면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과 야당 후보들은 모두 자신들이 집권하면 한미 FTA를 철폐하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야당은 과거 멕시코의 NAFTA 체결로 인해 멕시코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례로 그 증거로 삼곤 한다. 하지만 이는 좌파진영의 100% 거짓 선동이다.

성공한 멕시코의 NAFTA를 왜곡하는 좌파와 야당

NAFTA 발효 이후 멕시코는 미국시장 진출의 생산 거점으로 부상했다. 멕시코는 1985년부터 개방경제정책을 펼쳐 왔으나 멕시코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 계기는 NAFTA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NAFTA 이후 역내 교역 증가를 바탕으로 수출이 크게 확대됐는데 NAFTA 발효 후 지난 18년간 미국과 캐나다의 수출이 각각 3.3배, 3.1배 증가에 그친 데 반해 멕시코 수출은 6.9배나 증가했으며 특히 NAFTA 이후 5년간 수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17.9%로서 전세계 수출의 평균치인 6.3%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멕시코 전체 교역에서 NAFTA의 역내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 77.6%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0년에는 82.6%로 정점을 기록했고 NAFTA 발효 1년만인 1995년에 멕시코는 對미국 무역 적자국에서 흑자국으로 탈바꿈한 후 지속적으로 흑자폭이 증가해 2011년 최대치인 1003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했던 對세계 무역수지 역시1995~1997년 이례적인 흑자를 경험했으며 그 이후에도 적자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1994년 말 멕시코 페소화 위기,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 몇 차례의 경제 위기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때에도 외국인 투자는 꾸준히 유입돼 고용 창출 등 멕시코 경제위기 극복의 발판이 됐던 것이다.

다만 멕시코는 지역간 불균형이 존재하는데 이는 마약과 같은 불법 조직들이 지역을 점거하면서 정부의 통제나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함으로 일어나는 분배 왜곡 때문이다. 좌파와 야당은 이런 멕시코의 농촌 사례를 들먹이며 자유무역의 폐해를 주장하는 것은 날조에 가까운 사실 왜곡인 셈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으로 2010년에는 세계 경제규모 15위로 우리를 제쳤고 1000만 명의 중산층이 새로 생겨났다.

FTA 필요없다는 안철수

이렇듯 FTA는 체결국간에 관세를 없애고 거래 규제를 해소하기 때문에 수출과 수입 모두 활력을 줄 수 있다. 시장과 시장이 합쳐져 더 큰 시장을 만들면 그 안에서 새로운 투자와 생산, 고용 등의 기회가 창출된다. 문제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다.

현재 야당은 한미 FTA를 반대했다가 여론 역풍을 맞아 이 문제는 대선 후보들 사이에 금기가 돼 버렸다. 하지만 유력한 제3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최근 출판된 자신의 자서전에서 “수출이 중요하다고 해서 FTA를 꼭 해야 한다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 다가오는 경제위기로 인해 FTA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분명한 자기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들은 한미 FTA와 경제 민주화 사이에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FTA는 경제민주화와 무슨 관계에 있는 것인가? 한미 FTA는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철폐할 것인가? 이러한 분명한 정책 아젠다가 검증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일본을 제친 지금이 이스라엘 시장을 잡을 수 있는 적기다.”

7월 27일 방한한 대니 아얄론 이스라엘 외무차관은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군사 협력을 맺고 있는 한국을 입구 삼아 아시아 시장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도 “이스라엘은 자동차도 생산하지 않고 쇠고기도 수출하지 않아 FTA 체결이 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지원 사격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모두 ‘경제 민주화’에 올인돼 이런 기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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