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사회통합으로 넘을 수 있다
경제위기, 사회통합으로 넘을 수 있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08.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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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장

세계적 불황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 97년 IMF 위기가 왔을 때 우리 국민들은 격심한 고통 속에서도 금모으기 운동을 펼칠 정도로 사회통합의 지혜를 발휘했다. 경제위기 극복에는 올바른 정책이 필요하고 이 정책이 수행되려면 사회통합이 전제돼야 한다. 무엇이 사회통합을 가능하게 하고 그 결과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내 신설된 사회통합센터장으로 부임한 현진권 박사(전 아주대 교수·경제학)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먼저 사회통합센터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사회통합센터는 공공정책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정책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이번에 신설됐습니다. 그럼으로써 정책에 대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국민 스스로 분별할 수 있도록 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다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이죠.

 

올바른 경제정책도 사회통합이 안 되면 실패

- 올바른 정책 유도를 통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위기를 사회통합이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먼저 다가올 경제위기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를 말하고 싶습니다. 경제위기를 꼭 위기로만 보지 말고 그것을 통해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경제위기는 우리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와도 좋다고 봅니다. 위기의식이 있어야 대안을 찾고 모색을 하며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들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포퓰리즘이 사라집니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에는 코스트가 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그런 생각이 약했어요. 경제는 저절로 알아서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죠.

- 경제문제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경제성장을 흔히 압축성장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약 30년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죠. 그것이 100년을 기준으로 보면 압축성장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가 경제성장을 하면서 거기에 걸맞는 사회철학과 시민의식에 대한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오는 경제위기는 우리가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죠.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와 같은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을 선동해 나가려 할 것이고 그러한 것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이번 경제위기는 역으로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경제위기에 대응할 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입니다. 워낙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렇습니다. 유럽의 문제는 분명히 터질 것이고 그러면 그 여파가 중국에도 오고 우리에게도 올 겁니다. 그런데 지금 내수도 약하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죠. 주변을 돌아보면 무엇 하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정치권 마저 이렇게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오죽하면 다른 국가들에서도 하지 않는 정책을 생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요.

어차피 대외경제는 우리가 다룰 수 없는 독립 변수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느 정도의 쓴 약도 필요합니다. 그런 유인책이 없으면 절대로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 경제현안에 현 정치권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정치권은 시장의 실패만을 이야기하지 정부의 실패, 정치의 실패로부터 오는 코스트를 국민들이 엄청나게 지고 있는 사실을 모릅니다. 코스닥과 같은 실패와 정치의 실패를 비교해 보면 정치의 실패가 훨씬 그 피해가 크죠. 이제까지 정치인의 부패는 개인의 부패로 치부됐습니다. 누가 얼마 먹었다..그런 문제죠. 하지만 이제 이것은 정치의 실패, 정확하게는 정치 시장의 실패문제로 인식돼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도 경쟁이 필요합니다. 공공선택의 문제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것이죠.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을 위해서는 그런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 정치권이 크지 않았을 때는 정부의 관료주의에서 오는 왜곡이 많았죠. 당시에는 정부의 실패가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복지 포퓰리즘처럼 정치의 실패가 문제되고 있다는 것이죠. 정책은 정치인이 만듭니다. 경제학자들이 반성해야 하는 것이, 정책의 방향만을 연구합니다. 정책은 정치인들이 만든다고 볼 때 경제를 모르는 정치인들이 정책을 만드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아야죠. 결국 정치시장이라는 것이 정치 공급과 수요로 본다면 결국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정치 수요자, 즉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장에 드는 코스트 인식 부족이 스스로 경제위기 초래

- 그러한 생활정치를 통한 국민운동은 진보나 좌파적 방법이 아니었던가요?

그렇습니다. 좌파들은 그러한 프레임을 잘 짰죠. 그들은 정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카지노 자본주의와 같은 그런 용어들로 프레임을 짰고 정치인들은 여기에 갇히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이제 그런 프레임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정치 시장에서 정치 공급자들이 수요자의 선택을 받게 하려면, 수요자인 국민이 먼저 그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통합센터는 그러한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올바른 정책적 개념을 정립하고 이로부터 정치 수요자인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려는 것이죠. 문제는 보수진영의 새누리당이 좌파로 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아야죠. 누구나 저 길은 잘못됐다고 알면서도 가려는 그런 흐름을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경제파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그래서 사회통합센터는 그런 일을 할 것입니다. 물론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 그러한 사회통합운동을 정부가 아니라 경제 민간기구에서 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부 공공정책의 문제점은 업적 위주라는 것입니다. 문화나 사회 정책보다 경제 정책에서 소득의 재분배는 가장 명료한 업적을 낼 수 있는 영역이죠. 즉 정부 관료들은 있는 사람들의 것을 뺏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소득 불균형이 개선되는 수치를 업적으로 삼고 싶어 합니다. 가장 쉬운 업적이죠. 그러다 보니 왜곡된 정책들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사회통합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분열정책이에요.

뺏기는 사람은 뺏기지 않으려 저항하고 뺏은 걸 받는 사람들은 또 그것을 권리라고 생각하게 되죠. 따라서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선의 사회는 분열사회고 갈등사회가 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사회통합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인간에는 이기심과 이타심이 있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기심이 필요한 일이어야 합니다. 반면에 이타심의 영역은 민간에서 자발적 참여로 이뤄져야 하죠. 그것이 진정한 사회통합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바로 자유주의 시장경제인 것이죠. 결국 경제민주화라는 것도 이기심의 영역이 아니라 이타심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인데, 그래서 분열이 생기고 저항이 생겨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통합은 갈등만 부추겨

- 그렇다면 이타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통합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입니까?

결국 사회통합이란 잘 살기 위한 것입니다. 바로 경제문제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어느 나라에서는 되고 다른 나라에서는 안 되는 경우를 봅니다. 광우병 사태를 보죠. 미국 쇠고기 수입은 잘 살자고 한 겁니다.

하지만 사회통합이 안 돼 있으니 그러한 좋은 제도가 역할을 하지 못하게 돼 버린 거죠. 이러한 갭을 정치인들이 또 파고 들어갔습니다. 결국 정치인들은 무엇이 좋은지 알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잘못된 결정에 끌려간다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필요한 시기에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사회통합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좋은 경제정책도 소용이 없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그렇죠. 유럽의 그리스 재정문제가 우리와 관계가 있는 이유는 개방화로 인해 그런 외생변수들이 우리의 문제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불황이라고 해서 경제 민주화와 같은 방법으로 형평을 추구한다면 그 사회적 코스트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죠. 그런 상황일수록 우리 사회는 효율성을 구축해야 합니다.

세금 문제로 잠깐 설명해 보죠. 현재와 같은 경제불황에 대처하고 복지를 하기 위한 재원으로 미국이나 일본 등은 모두 소비세를 가장 먼저 손댑니다. 그 다음이 소득세고 맨 마지막이 법인세죠.

OECD에서도 권고는 항상 이런 순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죠. 복지재원이나 불황대책을 위한 재원으로 항상 법인세를 먼저 손 보려하고 그 다음에 소득세, 마지막이 소비세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결국 낡은 패러다임에 안주해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올바른 방법 하에서 정책들이 서로 경쟁하는데 우리는 완전히 구시대적 패러다임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잘못된 정책이 과거에 비해 수백배의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통합센터에서 그러한 정책 개발의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시민들과 대화하려는 것이죠. 10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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