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좌파진영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불과 몇 년, 몇 달 전에 자신들이 했던 발언을 손바닥처럼 뒤집고 있다.
우상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이 대통령의 방문과 관련해 "원론적으로 방문에 문제가 없으나 일본의 독도 분쟁지역화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직접 방문과 시기가 현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P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평소에 조용한 대응이 아니라 아예 무대응을 하시던 분이 갑자기 초강경 대응을 하니까 오히려 일본은 한국이 독도문제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 아닌가라는 의심을 불러왔다”라며 “단발성 이벤트보다는 눈에 안 보여도 끈질긴 외교적 노력으로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 최고위원은 “일본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국가 간 분쟁을 내정에 활용할 가능성과 독도가 국제 사회의 관심 지역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한일간 외교채널을 강화해 더 이상의 갈등 고조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도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혹평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연설에서 "일본의 불법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설 마지막 카드인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아무런 전략적 고려도 없이 단지, 국면 돌파용으로 활용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새누리당과 대통령의 역사인식 부재와 외교역량 부족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감정과 국가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 외교 사안을 깜짝쇼로 활용하는 일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라면 가장 피해야 할 아주 나쁜 통치행위"라고 맹비난했다.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민주당
민주당의 이 같은 반응은 불과 1년 전인 작년 8월과는 정반대다. 당시 강창일 민주당 독도특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독도특위의 독도 현지회의에 일본 총리와 관방장관 등이 강도 높은 발언을 낸 것과 관련해 “국가원수로서 영토수호를 위해 알아서 해야 할 일을 다해야 한다. 안하면 국민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일본 수상까지 저렇게 강한 입장을 내는데 우리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예고했던 대로 대통령이 독도에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지난 10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외무성으로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10분간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의 입장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대사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지방 순시의 일환이었다”면서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지역임을 분명히 한다”고 반박했다.
겐바 외무장관은 이날 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강력한 항의 표시로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 대사를 소환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장관이 11일 오전에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2일에는 독도와 센카쿠 열도 문제 등을 다루는 전담 조직을 정부 안에 설치한다는 구상도 나오는 등 잇따라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국제사법재판소행을 원하는 배경에는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당시 일본이 포기할 영토로 독도가 명시되지 않았고, 당시 조약을 미국이 주도했다는 역사적 경위가 있다. 강화 조약 당사국인 미국과 국제 재판에서 일본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입할 때 강제관할권(강제재판권)을 유보했기 때문에 일본이 제소하려 해도 한국이 응하지 않는 한 재판할 수 없다.
일본은 1954년, 1962년에도 한국에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제안했지만, 한국은 이를 거부했었다.
실효적 지배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더라도 역사적 지리적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여론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당일인 10일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견이 66.8%로, 부정적 평가(18.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83.2%가 긍정평가를 했고, 민주통합당 지지층에서도 45.9%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을 보였다. 부정평가는 32.8%였다.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83.2%) 중도층(65.8%), 진보층(48.1%) 순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독도가 포함돼 있는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긍정평가(78.4%)가 가장 많았고, 서울은 72.3%, 강원 70.0%, 부산/경남 69.6% 순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경기-인천 62.3%, 전북 60.9%, 대전-충청이 59.9%, 전남-광주 47.7%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10일 전국 유권자 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방식으로 조사했고,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무작위 추출 후 통계처리 과정에서 성, 연령, 지역별로 인구비례 가중치를 부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6%p다.
김주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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