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본분은 국가 지킴이
대통령의 본분은 국가 지킴이
  • 이춘근 박사
  • 승인 2012.08.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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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

언젠가 국방안보 관련 학술회의에서 어느 신문기자가 필자에게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까”라고 질문했다. 필자는 질문을 받는 순간 “100만 대군을 지휘해서 전쟁을 잘 치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질문한 기자가 “그 대답 정말 끝내주는 대답입니다”라고 말했다. 필자가 다시 얘기했다. “그 대답이 그렇게 멋진 대답 아니에요. 헌법에 다 나와 있는 것을 말한 것 뿐이에요.”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 다시 다가왔다. 수많은 후보들이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광고,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후보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내놓은 각종 정책은 온통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것 뿐이다. 잘살게 해준다는 것은 물론 문자 그대로 ‘경제적’인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잘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보

궁금해진다. 모든 후보가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니...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결국 대통령이 될 터인데, 그러면 우리는 다음번 대통령 밑에서 지금보다 얼마나 더 잘 살게 될까? 보다 구체적으로 내 수입은 얼마나 오르게 될까?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느라 애쓰고 있는 내 제자들은 모두 좋은 데 취직이 된다는 말일까? 우리 가족은 다음번 대통령 정부 아래 얼마나 더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잘 살게 해주겠다는 대통령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귀하에게 표를 드릴 테니 구체적으로 대답해 달라고. 애매모호하게 그냥 잘 살게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계 수입이 얼마나 늘어날지 대답해 줄 수 없느냐고?

후보들은 워낙 탁월해서 방법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젊은이들 모두 일자리 만들어 주고 늙은이들도 정년을 더욱 늘려 오래 일하게 해 주겠다’는 방안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경제학을 잘 모르지만 그런 만병통치약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아직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하나 더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혹시 대통령 후보들이 우리나라 헌법 제4장 제1절을 자세히 정독해 본 적이 있느냐고? 그리고 헌법에 쓰인 바에 의하면 대통령의 첫 번째 임무가 국민을 잘살게 (후보들이 말하듯 거의 전적으로 경제적인 의미에서) 해주는 데 있는 것이냐고?

필자는 국제정치학자로서 국제정치 관련 글 이외의 글은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는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도무지 내가 알고 있는 대통령의 역할을 말하는 후보들이 없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국제정치 분야가 아닌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인식하고 있는 대통령의 첫 번째 임무는 ‘나라를 지키는 것, 구체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잘 지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아서이다.

대통령 선거가 회사의 사장을 뽑는 것은 아닐 것이다. 회사 사장은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다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적격이다. 회사원들에게 “여러분 내가 사장이 되면 여러분 모두 더 잘 살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장의 자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대통령의 자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사장이 되고 싶은 사람처럼 말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들이 말하는 “국민 여러분 잘살게 해드리겠습니다”가 대통령의 첫 번째 사명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장들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대통령 될 사람이 경제 이야기만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한국과 같은 분단 상황의 국가에서 말이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 조건 가장 안좋아

대통령이 될 사람은 국민들에게 “여러분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번 돈을 잘 지켜 드리겠습니다.” 즉 “여러분의 생명과 재산을 잘 지켜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 있는 경우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나라를 지키고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이 된 사람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을 명기하고 있다. 66조 2항과 3항에 나와 있는 대통령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고 더 나아가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엄중한 사명인 것이다.

이같이 엄중한 일을 하기 위해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는다. 그 막강한 권한은 74조 1항에 쓰여 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막중한 임무인가! 대통령이 국군 통수권자가 되는 것은 현대 국가 모두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제정치의 영역이 그만큼 위험한 곳이기에, 국가의 최고 책임자가 담당해야 할 첫 번째 임무가 ‘국가를 지키는 일’로 규정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가 되며 한국을 주체사상 아래 적화통일 시킬 것을 목표로 삼는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아예 ‘국방위원장’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국가안보라는 측면에서 세계 최악의 지정학적 조건에 놓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먹고사는 일’ 만 이야기 하고 있다니 한가한 일인가 무지한 일인가? 우리 대통령 중에 ‘군대는 가서 썩는 곳’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말한 분도 있었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면 우리는 여하한 적의 도발에 대해서도 항복하면 된다. 그러면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국군 통수권자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신임 장교들을 치하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여러분이 장교로 임관한 것은 첫 번째로 여러분의 자랑이고, 그 다음으로 여러분을 길러주신 부모님의 자랑, 그 다음은 여러분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총사령관(Commander in Chief) 인 나의 자랑입니다.”

지금 우리는 우리나라의 안보를 지키고 통일을 이룩해 강대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우리 국민들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게 해줄 Commander in Chief를 뽑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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