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논란, 386 출신 국회의원에게 묻다
종북 논란, 386 출신 국회의원에게 묻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8.20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지난 8월 6일 여의도 의원실에서 만난 하태경 국회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은 소박한 차림새였다. 평생 학생운동과 통일운동, 북한민주화운동 등 ‘운동’에 투신해온 사람답게 캐주얼한 복장이 편안해 보였다.

시작한 지 만 2개월 남짓 된 국회의원 보다는 민주화 투사나 인권운동가라는 직함이 더 잘 어울리는 행적을 걸어온 하 의원이다. 대학 시절 운동권(NL)에서 전향한 후 북한인권운동가로 ‘변신’해 종북문제를 이슈화하고 ‘변절자’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새누리당에 입당한 그. 이제는 ‘보수’ 여당의 의원으로서 우리 사회의 이념문제와 북한문제 등을 보는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 최근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종북 논란이 올해 들어 전국적 이슈로 불거졌죠. 의원님은 얼마 전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정희나 임수경은 종북이 아니다’라고 밝혀 보수진영에서 비판이 있었습니다. 운동권 전력을 가진 분으로서, 종북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십니까.

우파 내에서 종북은 사전적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 개념이지만 철학적인 의미에서 종북은 한국사회의 특수성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이번 진보당 사태가 일어나면서 종북에 대한 개념이 대중화됐죠.

문제는 종북에 대한 개념 정의가 아니라 어떤 개념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종북을 청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입니다. 엄격하고 정밀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임수경 의원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포괄적으로 종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임수경 의원을 종북이라고 정의하고 공격하면 그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별로 동의를 안 한다는 거죠. 반면 이석기 의원을 종북이라고 공격하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동의를 합니다.

때문에 ‘정명’해야 합니다. 정확히 써야 울림이 있는 거죠. 종북이라는 개념을 너무 포괄적으로 쓰면 솜방망이 펀치가 돼서 힘도 없고 역효과만 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진보당의 구당권파에 한정해서 쓰는 편입니다. 유시민이나 심상정 같은 경우는 비종북 좌파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종북과 영합한 거라고 봅니다.

 

종북(從北)의 정의

- 이적단체로 판명된 범청학련을 최초로 제안해 조직했고 전대협 활동과 평양축전 파견으로 수감되기도 했는데, 과거 자신의 주사파, 종북 활동에 대해 어떻게 돌아보고 계십니까.

저는 종북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북한이 조종한 것이 아니라 항상 제가 주도했으니까요. 운동을 할 때도 제가 먼저 제안했고 북한이 오케이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만큼 제 사고가 친북적이었다는 뜻이겠죠.

당시에는 북한이 나를 따라온다고 생각했는데 범민련을 해체하자고 하니 반대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게 된 것입니다. 운동권의 NL이라고 해서 모두 종북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저는 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마르크스 레닌주의도 6,70%는 동의했지만 프롤레타리아 독재이론이나 사회주의 개혁, 집단농장은 그 당시에도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정치이론이라기보다는 철학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 현재 우리 사회와 정치권 내 종북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종북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고, 비록 소수라고 해도 이른바 한반도 혁명의 주체로서 북한과 인민군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질적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6개월 전에는 훨씬 더 위험했어요. 그때만 해도 야당이 종북문제에 대해 불철저한 인식을 보였죠. 제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종북세력과 연립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출마할 때 제1과제로 내건 종북 청산이 크게 부각됐죠. 지금은 야당 내에서도 종북문제에 대해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경계해야 합니다. 종북세력들은 프로입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조직적으로 대오를 유지해 왔고 훈련이 돼 있어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충분히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는 민주당 386세대 또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그 부분이 위험한 것이죠.

하지만 동시에 우파 내에서도 이것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종북이었던 사람도 있지만 현재는 아닌 사람이 더 많아요. 이들을 모두 종북으로 몰아붙이면 레드콤플렉스가 큰 오십대 초반까지의 세대를 저쪽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죠.

- 중국에서 전기고문을 당한 김영환 씨와도 함께 일해오셨죠. 최근 국회에서 ‘김영환 고문 진상규명 촉구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번 김영환 씨 문제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전에도 가혹행위는 있었지만 경제와 무역 관계를 중시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과거의 조선은 대국과의 관계에서 현실주의였습니다. 이제 중국이 과거의 청나라, 명나라 때처럼 융성해질지 모릅니다. 그때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불만이 있어도 참고 살 것이냐 아니면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것이냐 하는 문제에 있어 우리 국민이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결정짓겠죠.

저는 이제 예전처럼 힘센 놈한테 참고 사는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계화시대가 돼 인류 공통의 가치가 생겼습니다. 자국민 인권 생명 보호도 그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면 당당하게 중국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의원님은 그동안 통일 방안으로서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을 얘기해왔는데 그러한 인식변화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번 김영환 씨 사건이 향후 통일논의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김영환 고문사건으로 중국 다시 보게 됐다”

김영환 씨 사건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 국내에서 구호만 외치는 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중국 땅에서 더욱 안전하게 민간이 일을 할 수 있어야 효과가 커지는 건데 중국이 못하게 하는 거잖아요.

만약 2,30대 젊은이들이 체게바라처럼 중국 땅에서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서 살겠다고 결심하고 운동했는데 전기고문 당한다면 절망하겠죠. 하지만 잡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인권을 보호 받을 수 있다면 그 차이는 클 것입니다. 중국을 모델로 한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라는 입장에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변화가 없더라도 중국에 목소리를 내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 통일이 멀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통일 방안을 그리고 계신가요.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의 변화는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감시와 탄압이 심한 북한 내부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결국 인권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부에 새로운 주체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북한 내부에서 자생적인 운동을 재생하려 했다고 얘기한 김영환 씨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봐요. 과거 우리의 민주화 운동도 물질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외부의 도움을 받았죠.

특히 자생적인 민주주의가 힘든 북한에 민주화 세력이 형성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김영환 씨 같은 방식도 있을 수 있고 북한 권력 상층의 분화를 꾀할 수도 있어요. 김정일 사망 후 북한 군부도 다양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대북정책을 짤 때 이런 북한 상층의 다원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하죠.

 

북한에 자생적 민주화운동 일어나게 도와야

-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대진영에서는 삐라지원법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이 삐라지원법이라는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인권법 통과를 지원하지만 지원예산으로 삐라는 지원을 안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것은 언론인데 언론은 팩트를 전달하는 매체이고 그것이 규제돼야 합니다. 삐라는 구조적으로 심의 받기가 힘듭니다. 심의를 못 받는 활동에 대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물론 개인은 자발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독려하는 것입니다.

- 북한인권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가 가능할까요. 현재 어떤 형국입니까.

문제는 민주당의 반대입니다. 다만 민주당 입장을 종합적으로 보면 좋아지는 현상이 보입니다. 처음 반대할 때는 북한인권이 심각하냐는 논리였다가 다음에는 북한 인권법이 심각하긴 한데 통과하면 전쟁하자냐는 말이냐 하는 평화 논리로 반대했죠.

지금은 효과가 있냐는 논리입니다. 북한인권법에 대한 야당의 시각이 진화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북한인권이 심각하다는 것은 진보당 빼고는 다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제 입장은 가능한 빨리 통과 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첫째는 북한인권 문제를 좌시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고, 두번째는 북한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지원하기 위해서 입니다. 지금은 1단계이기 때문에 국가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하 의원님도 학생운동 전력까지 합하면 정치경력이 벌써 꽤 되는 것이고, 특히 조직과 전략적 차원에서 프로라고 보는데, 대선문제와 최근의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을 했기 때문에 사회 변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어나서 세대 간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소통이 안 되는 거죠. 안철수의 강점은 50대 중에 20대에서 30대 중반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이건 민주당도 못하는 일이죠. 안철수 개인이 열심히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젊은 사람과 소통하며 코드를 맞춘 것도 있고 체질적으로 맞는 부분이 있어요. 문제는 안철수 본인이 ‘자신이 왜 20대의 문제를 채워준 것인지’ 모른다는 겁니다.

모르니까 확실히 결정을 못하는 건데 문제는 새누리당은 더 못한다는 거죠. 시도한 지도 얼마 안 됐고 딱히 진지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는 반면교사입니다.

- 일반 국민들은 물론 지금까지 보수우파 진영에서도 ‘안철수 정도면 괜찮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안철수는 반국가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통치능력입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의견을 수렴해 판단하는 것이 리더십인데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자질을 충분히 검증 받지 못했습니다. 공명심은 강한데 준비는 안 돼 있는 거죠.

잘할 수 없는데 잘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스스로 소화해내야 하는 지식들이 머리 속에서 정리가 안 돼 있고 인기에 영합하려는 요소가 있습니다. 상황이 어려우면 실언을 해버리기도 하고 한마디로 어설픈 정치를 하고 있는 겁니다. 후보 결정하는 것도 어느 시점에서 결단을 해야 하는데 자꾸 떠밀려서 되는 것을 바라거든요. 용은 그렇게는 안 되는 거죠.

정치인 하태경

-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하다가 제도권 정치권에 들어온 것에 대한 개인적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안보문제가 중심인데 저는 민주주의 문제로 아젠다를 바꾸고 싶습니다. 아직 소수에 불과한 제 의견을 일관되게 말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거죠.

핵문제 폐지보다 종신제를 폐지하면 경제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인데 이런 접근도 NGO에 있는 것보다는 정치권에 있는 것이 대북정책의 방향을 잡는 데 새로운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NGO도 필요하지만 만약 제가 NGO에 있었다면 근자에 있었던 종북 파동의 혼란이 더 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당시 종북 청산을 내걸고 출마했고 당선됐기 때문에 나라에 보탬이 되지 않았나 하는 자평을 해봅니다.

- 정치권에 와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상임위가 농수산위인 것은 좀 의외인데요.

지역구 선거를 해보니 지방 쪽은 안보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역은 지역 자체의 문제에 관심이 많죠. 우파운동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좌파 쪽은 지역 내의 NGO를 육성하면서 참여하니까 민주당의 영향력이 크고 공천 과정에서도 많이 고려를 하게 되는 거죠. 앞으로는 우파도 주민들 생활과 직결되는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져 아젠다를 확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을 발굴해 차세대 리더로 키워 나가야 합니다.

- 저변 확대를 말씀하셨는데 우파적 가치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라는 겁니까, 아니면 정치인으로서의 역할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건가요?

정확히 얘기하면 대한민국이 계속 혁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정희 정권 때의 에너지가 나이 드신 분들 중심으로 있습니다. 이제까지 중심을 잘 잡아온 우파가 혁신이 안 되고 고연령화되면서 젊은 우파가 없는 거죠.

우파운동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과 반감 때문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으로 DJ 이후에 발생한 우파운동이 1세대 운동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2세대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혁신해야 국가의 혁신도 가능할 것입니다.

-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여서 그런지(웃음) ‘우파’를 많이 의식하고 계신 것 같은데, 보수나 우파라는 분류에 대한 불편함은 없습니까.

정치적으로는 새누리당에 있으니까 우파냐 보수냐 하는 불편함은 없는데 이념적으로 제가 우파냐 하는 문제는 조금 복잡합니다. 제가 좌파를 100% 버린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은 유지하고 아닌 것은 버렸습니다.

아마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에서 이념적으로 엄격하게 좌우를 따져 보면 백프로 좌파, 백프로 우파는 없을 겁니다. 다들 그 중간 어디에 있는 거죠. 지금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좌우, 진보보수의 개념은 엄밀히 철학적, 이념적 개념이 아니라 진영의 구분논리로 쓰이고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bumsoo1@hotmail.com
정리·사진/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