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탈북민 돕다 2년간 수감, 고문
중국서 탈북민 돕다 2년간 수감, 고문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08.20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월 말 라오스 북서부 지역에서 탈북민 20여명이 국경수비대에 체포돼 중국으로 강제송환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 뉴스를 현지에서 전한 사람은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 회장. 그는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해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지만 이번 건은 국경수비대가 총을 발사해 탈북민들을 잡아들인 건이어서 국제사회에 알릴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8월 6일 본지 사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그는 1998년부터 탈북민 지원활동을 펼쳐왔고, 2002년 8월 중국 공안에 잡혀 수감됐다가 2년 후에 풀려난 바 있다. 당시 주중 스페인대사관에 50여명의 탈북민들이 진입하는 데 성공한 후 전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된 바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에 관여했던 김 회장을 몇 달 후에 ‘본보기’로 체포해서 수감시킨 것이다.

자국민 고문에 관심 없는 외교부

그는 “중국 공안은 내가 잠을 못 자게 하기 위해 의자에 묶어놓고 졸지도 못하게 했으며 밤에만 조사를 했다”며 “특히 밤에는 눈을 못 뜨게 라이트를 켜고 조사했고, 그래도 너무 피곤해서 내가 잠이 들어버리니까 폭력을 행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근 북한인권활동가 김영환 씨 사건으로 불거진 것처럼 한국인에 대한 중국정부의 고문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던 셈이다.

김 회장은 “중국이 2년 후에 나를 무죄로 석방하면서 한 발언이 미묘했다”며 “그들은 ‘내가 죄가 없어서 무죄가 아니라,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석방시켜 주는 것’이라고 우리 측 변호사에게 말하더라”고 밝혔다. 중국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어느 정도는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중국 공안 측에서 죄 없는 나를 2년간 수감시킨 대가로 한국 돈으로 800만원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나중에 중국이 민주화가 돼서 과거사를 정리한다면 그때 반드시 중국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고, 내 젊은 시절을 2년이나 중국 감옥에서 보낸 데 대해 배상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가 바뀌어서 예전과 달리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문제는 관료들”이라며 “당시의 외교관과 지금의 외교관들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료들은 어떻게든 일을 안하고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인지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내가 중국에서 석방된 후 영사들을 만나서 수감 중 고문 받았던 사실을 말했지만, 그들은 ‘고문을 받은 증거를 대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어 “외교부를 통해 중국에 공식 항의를 해줄 것을 담당 영사에게 촉구했으나 담당 영사가 계속 바뀌면서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현지 군인들이 한국대사관에 총들고 진입해도 모른 척

김 회장은 주 라오스 한국대사관과 관련한 충격적인 일화도 털어놓았다.

“2007년에 탈북 여성 두 명이 휴일에 한국 대사관으로 들어갔는데, 그 날이 마침 라오스의 휴일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두 사람이 대사관에서 쫓겨 나오길래 나는 절대로 나오면 안 되고 문을 붙잡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전했죠. 그랬더니 현지 군인들이 장총을 가지고 한국대사관으로 들어와서 그 여성 두 명을 잡아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건 탈북민 문제를 논하기 전에, 군인들이 한국대사관에 무기를 들고 들어온 경악할 만한 사건”이라며 “외교통상부에 항의를 했는데 담담 영사는 ‘신상불명의 사람들이 대사관에 들어왔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한편 대학에서 난민행정학을 전공한 김희태 회장은 현재 사단법인 세이브엔케이에서 추진 중인 탈북난민캠프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유엔에 난민기금도 조성돼 있다”며 “그러나 중국을 설득하는 일이 관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라오스 억류 중인 탈북민들의 구출기금을 지원한 세이브엔케이에 대해, “탈북민들이 북송될 위기에 처해서 금전적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많은 북한인권 단체들이 성명을 발표하지만, 탈북민 구출을 위해 직접 벌금을 대납해 준 단체는 흔치 않았다”며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 준 단체에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최근 북한 정치범수용소(교화소)의 참상을 담은 책 <살려주세요-반인륜 범죄의 현장>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에는 북한 수용소에서 행해지는 각종 고문과 폭력, 살해, 강제낙태 등이 만화의 형태로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김 회장은 머리말에서 “이제는 반인륜 범죄 종식을 위해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