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싸이 스타일’
세계는 지금 ‘싸이 스타일’
  • 미래한국
  • 승인 2012.08.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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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강남스타일’ 글로벌 열풍

가수 싸이의 신곡 ‘강남스타일’에 대한 팬들의 열기가 뜨겁다. 특별한 점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극찬하는가 하면 저명한 해외 언론사도 ‘싸이 현상’을 경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국내외 영상물도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2일 미국 유명 프로야구단 LA다저스의 홈 경기 도중 경기를 관람하던 싸이의 모습이 전광판에 잡히자 경기장 내 미국 관중이 그를 알아보고 환호할 정도다. 이때 싸이가 즉석에서 뮤직비디오 속 ‘말춤’을 선보이자 대다수의 미국 관중이 그 춤을 따라하며 즐겼다. 이제껏 대중문화에서 여러 ‘신드롬’이 있었지만 확산의 속도와 범위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가장 이 말에 어울리는 상황이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인기는 숫자로 증명된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14일 ‘이달에 가장 많이 본 비디오’(집계일 이전 한 달) 1위에 올랐다.

‘강남스타일’ 인기 어느 정도인가

세계적인 뮤지션 저스틴 비버와 니키 미나즈를 제친 순위. 조회수는 당시 기준으로 2,900만건을 넘었고 8월 22일 현재 4,400만 건을 넘어섰다. 국내 음원 다운로드 수도 폭발적인 인기가 지속적이다. 8월 16일 기준으로 발매 4주차에도 29만건에 육박하는 다운로드로 1위를 기록하며 누적 191만여 건의 다운 수를 보이고 있다.

유력 언론 매체와 유명 아티스트들도 ‘강남스타일’에 열광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고의 말타기 랩 비디오”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는 호평과 함께 이 노래를 소개하는가 하면, 미국의 CNN ABC WSJ, 영국의 로이터 통신, 프랑스의 M6 TV 등이 ‘강남스타일’ 동영상의 인기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더불어 미국의 유명가수 티페인과 역시 미국 가수 저스틴 비버의 소속사 파트너 스쿠터 브라운, 영국의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 등이 ‘강남 스타일’을 극찬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패러디 열풍도 국내외를 넘나들고 있다. 국내에선 홍대스타일, 대구스타일, 태릉스타일 등의 패러디 영상이 등장했고, 해외에서도 패러디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 일본의 건담스타일, 미국에서 올린 바이올린스타일, 미국 영화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한 고담스타일 등이 그런 예들이다.

특히 한국에 유학 온 외국 대학생이 올린 전주스타일은 외국인이 출연해 싸이의 말춤을 추는데, 전주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비빔밥과 콩나물을 등장시켜 눈길을 끈다.

SNS의 폭발력이 글로벌 성공 이끌어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인기는 달라진 음악 유통·마케팅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음반을 출시하고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해 홍보했다면, 이 노래의 성공 방정식에선 이런 과거 방식은 철저히 조연에 불과했다.

처음 ‘강남스타일’을 이곳저곳으로 퍼뜨린 ‘베이스캠프’는 음반 시장이 아니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이고, 이 뮤직비디오를 전 세계적으로 퍼 나른 것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세계적인 망이다. 예컨대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는 발매 초기 국내 걸그룹 투애니원의 해외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내가 이친구와 계약을 안했던 거지”라는 저스틴 비버의 동업자 스쿠터 브라운의 트위터 논평을 기폭제로 하여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외에도 해외 유명인의 트위터 멘션은 유튜브에 올려진 이 노래의 동영상이 지속적으로 퍼져 나가게 했다.

물론 이번 경우처럼 짧은 시간에 전 세계에 확산된 것은, 그동안의 노력으로 이미 K팝을 소구하는 해외 SNS가 어느 정도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음원 콘텐츠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해외 파워 사용자→해외 유력 음반제작자 및 뮤지션’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음원 유통 경로가 이미 확보된 셈이다.

‘강남스타일’의 내용은 가사를 보면 간단하다.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사나이”가 강남스타일이다. 이런 남자가 비슷한 콘셉트의 여자에게 구애하는 게 이 노래의 핵심이다.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함께 하는 기괴한 춤을 추는 아이, 관광버스의 아줌마들, 고수부지에서 요가하는 여자들, 엘리베이터의 노홍철 등 장소와 사람을 옮겨 가며 말춤을 추는 장면은 그 자체로가 모두 코믹스럽다.

B급 개인기와 절묘한 강남 이미지 비틀기

그렇다면 국내외 팬들이 이 ‘강남스타일’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전문가들은 우선 단순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반복되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구절의 중독성을 꼽는다.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는 클럽이나 싸이의 주 무대인 공연장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한 마디로 같이 놀고 즐기기에 좋은 노래라는 말이다.

여기에 싸이라는 가수만이 갖는 특유의 ‘싸이 스타일’이 매력을 더했다. CNN의 앵커들이 방송 중에 따라하게 만드는 이 코믹스러운 말춤은 2001년 데뷔한 이래 줄곧 밀어온 싸이 개인기의 한 단면이다. 12년 전 싸이코(Psycho)의 앞 두 글자를 딴 싸이라는 이름으로, 비속어에 가까운 “난 정말 새 됐어”어라는 가사를 들고 나온 그다. 당시 국내 팬들이 싸이를 보고 “재밌다”라고 느낀 그대로 해외 팬들도 지금 그를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보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팬들에겐 외국인이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코드로 다가간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쉽게 말해서 ‘강남 이미지’의 비틀기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가 특별히 정색을 하고 우리나라 부자 동네의 상징인 강남을 꼬집고 조롱하는 건 물론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강남이라는 세련미와 싸이의 B급 정서가 만났을 때 나오는 ‘불협화음’의 재미를 느끼면 그뿐이다.

싸이 특유의 개성으로 나름 멋지게 꾸며 ‘강남式’이라고 우기는 재미 말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강남 이미지를 B급 문화로 전락 시킨, 일종의 통쾌함을 공유하고 싶었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재미의 포인트를 잡는 재주는 탁월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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