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독도·이어도를 지킬 능력이 있는가
우리는 독도·이어도를 지킬 능력이 있는가
  • 이춘근 박사
  • 승인 2012.08.29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제정치 속에는 협력과 갈등 두 가지 측면이 혼재하고 있지만 국제정치학자들은 갈등을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아주 높다. 다수의 학자들이 국제 갈등을 국제협력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로 보는 이유는 국제관계에서는 갈등이 발발하는 경우 그 갈등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갈등 중에서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인데 존 바스케즈(John Vasquez) 교수는 <전쟁의 수수께끼>(War Puzzle)라는 저서에서 인류 역사상 발발했던 전쟁의 약 90%가 영토문제를 둘러싼 것이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금 이 순간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인 한국, 일본,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서태평양 거의 전 지역에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국과 일본은 독도를 둘러싸고 갈등 중이며,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다오위다오(釣魚島) 섬에서 한·일과 똑 같은 모습의 갈등을 벌이고 있다.

또한 중국은 남지나해 거의 전역에서 동남아시아의 모든 나라들과 수많은 작은 섬들 거의 모두에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스프래틀리 제도, 파라셀 제도 등의 작은 환초마저도 영토분쟁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

전쟁 발발 이유 90%가 영토분쟁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일본 정부의 강경 대응, 한국 정부와 국민의 강경 맞대응은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다. 일본은 센카쿠 섬에 상륙한 중국인들을 체포했고 중국 정부는 강제추방 형식으로 석방된 중국인들을 영웅처럼 대접하고 있다.

영토분쟁은 비단 동아시아 지역만의 고유한 일은 아니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 등은 북극해를 둘러싸고 영토분쟁 중이며 러시아는 티타늄으로 만든 러시아 국기를 얼음 바다 속의 북극점에 갖다 꽂았다.

국가들이 이처럼 영토문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영토는 국민, 주권과 더불어 국가의 3대 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토가 침범 당하거나 적에 의해 탈취 당한다는 것은 국기(國基)의 본질을 무너뜨리는 일과 마찬가지다. 영토를 지키지 못한다는 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다는 말과 동의어다.

그래서 영토는 모든 현대국가에서 사활적인 국가이익으로 간주하는 첫 번째 것이다. 그래서 국가들은 국경선을 정하기 위해 수도 없이 전쟁을 벌였으며, 21세기인 오늘 육지의 영토문제는 대략 해결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다가 시끄러운 것은 사실은 마지막 남은 영토분쟁 지대가 대부분 바다의 섬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인도, 파키스탄, 중국 사이의 영토분쟁은 대전(大戰)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정도로 험악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 눈에 더 잘 보이는 영토분쟁 대상은 대체로 바다 위의 섬들이다.

바다의 섬들은 육지와 달리 정확한 선을 긋기 힘들다. 바다 위의 섬이 어느 나라 영토인가를 결정하는 국제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애매한 부분들을 명확하게 판단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한때 중국과 소련을 전쟁 직전까지 몰아갔던 우수리 강 중간의 다만스키/진보도(珍寶島) 는 중국군과 소련군이 모두 순찰을 도는 섬이었다.

순찰을 돌던 양국 병사들은 삿대질을 하다가 총을 쏘기 시작했고 미사일까지 발사한 적이 있었다. 국제법은 물이 더 많이 흐르는 곳 (주류)을 기준으로 국경을 획정(劃定)하는데 중·소 양국이 주장하는 주류가 달랐다. 물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흐르는지를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었다. 계절마다, 비가 오는 양에 따라 주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애매한 경우 마지막 결정 수단은 무력이요 전쟁이다. 결국 힘이 센 나라가 분쟁 중인 영토의 궁극적 소유자가 되곤 했던 것이 국제정치사의 법칙이었다.

물론 총체적인 국력이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북베트남은 미국보다 힘이 훨씬 약했지만 독립을 쟁취하고 통일을 이룩하려는 북베트남인들의 열망과 의지는 남베트남 정부를 위해 싸워야 하는 뚜렷한 의미와 열정이 없는 미국의 힘을 능가할 수 있었고 결국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결국은 힘의 논리 작용

서태평양 지역의 해양 도서들이 더욱 현저한 영토분쟁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작금 이들 섬들 중 일부 해역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가 다량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급속한 경제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에너지 확보를 사활적인 국가이익으로 삼고 있는 나라들이 석유와 가스가 쏟아져 나오는 자국의 섬을 다른 나라가 자기 영토라고 우기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세계 다른 어떤 지역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결국 이 지역의 불안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제3자들은 말한다. 대화로 해결해 보라고. 웃기는 얘기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 독도 문제가 대화로 풀릴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 독도를 일본과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동아시아 해양 영토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불행하게도 각국의 의지와 군사력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8월 하순 독도 문제가 우리의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독도 문제 못지않은 영토분쟁 대상이 이어도 문제이며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과연 먼 옛날 북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냐 한국의 일부냐에 관한 논쟁이다.

중국 정부는 얼마 후 청나라의 공식 역사를 간행할 예정이다. 청사공정(淸史工程)이라 불리는 이 막대한 프로젝트에서 중국이 만약 우리의 선조 국가인 조선을 청나라의 종속국가라고 표기한다면 이것은 그 면적상 독도의 수 만 배에 이르는 대규모 영토문제가 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다.

해양 방어능력 절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에 잘 대처하고 있는가? 독도가 분명히 한국 땅인 가장 확실한 이유는 현재 한국이 독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사실 뿐이다.

수백년 전 간행된 역사책에 독도가 한국 것이라고 표시돼 있다는 사실은 독도를 지켜주지 못한다. 만주가 우리 땅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 땅이다. 중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국제정치학적으로 냉혹하게 말한다면 독도나 이어도는 일본이나 중국에게 빼앗기기 전 까지만 우리 영토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독도와 이어도를 지킬 의도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지만 독도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묻겠다. 그대들도 독도와 이어도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할 터인데 그렇다면 그대들이 상정하는 세계는 ‘양과 사자가 사이좋게 노닐고 있는 낙원’ 같은 곳이냐고.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