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적자’ 엑스포 vs 고성 ‘흑자’ 엑스포
여수 ‘적자’ 엑스포 vs 고성 ‘흑자’ 엑스포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09.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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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여수엑스포와 고성의 공룡엑스포가 그 규모와 성적에 명확한 비교점을 던져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8월 12일 폐막한 말많고 탈많았던 여수엑스포는 당초 목표했던 1,555억원의 흑자는 커녕, 2.259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엑스포는 시설비 1조7,921억원, 운영비 2,079억원 등 총 2조1,000억원이 투입된 매머드급 행사였다. 입장객 수는 93일간 총 820만여명(외국인 40여만명)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소리 없이 진행된 경남 고성의 공룡엑스포는 대형 여수엑스포와 행사가 겹친 5월과 6월 방문객들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초기 목표를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했다. 고성 공룡엑스포는 73일간 180만명이 방문(외국인 9만300여명)했으며 수익도 흑자를 기록했다.

엑스포는 직접 수익 115억9,000만원, 입장권 판매 수익 88억2,500만원이라는 흑자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여수엑스포와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남긴 결과만을 놓고 보면 조 단위의 자금으로 전 세계에 홍보를 펼친 여수엑스포는 ‘적자엑스포’, 맨몸으로 뛴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는 ‘흑자엑스포’로 비교되는 상황이다.

사후 시설 활용을 놓고도 상이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여수엑스포는 관객 300만명을 동원한 아쿠아리움을 13일 한화가 운영을 맡아 재개장하는 것 외는 재활용 방안이 막막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이 때문에 민간 기업들이 사후 활용 사업에 좀처럼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조직위가 용역회사를 통해 중간보고서를 국토해양부에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확정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반면에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는 일찌감치 대부분의 시설을 상설로 전환해 직접 수익 114억5,000만원, 간접수익 생산유발 1,800억원, 수입유발 264억원, 부가가치유발 445억원 등 모두 2,528억원의 경제효과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집행위원회가 밝혔다.

속빈 강정 여수엑스포, 고성에서 배워야

여수엑스포의 경우 3,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총수입이 1,555억원에 불과해 2,259억원 이상 적자가 난 사실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 적자를 누군가의 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인데 행사 개막 전에 정부가 운영자금조로 4,800억원을 조직위에 빌려줬기 때문이다.

여수엑스포가 800만 관람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도 적자를 낸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주변에서는 여수엑스포가 관람객 목표를 채우기 위해 할인권을 남발한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여수엑스포는 개막 39일째 이르자 정부가 목표 달성을 위해 공무원 휴가와 연수를 여수로 지정하기도 했고 48일째에는 할인권이 등장, 지역별로 돌아가며 3,000원에 입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막판 사흘 동안은 여수시민 공짜 입장까지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루에 무려 15만명이 공짜 입장을 한 셈이다. 여수엑스포는 결국 폐막일인 100일째에는 800만명을 채웠다. 각 교육청을 상대로 학생들을 불러들였고, 서울 소재 대학교들을 접촉해서 외국인 학생들도 끌어 내렸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엑스포를 집안 잔치로 마무리한 셈이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인 여수엑스포에 비해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는 홍보예산의 턱없는 부족 속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던 성과는 조직위원장인 이학렬 고성군수를 필두로 전 군민이 맨몸으로 뛰었던 결과인 것으로 알려진다. 인구비례도 여수가 5배나 더 높았다.

여수시는 인구 29만2,849여명, 고성군은 5만7,000여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여수엑스포와 비슷한 기간에 공룡엑스포가 180만명을 유치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고성 공룡엑스포의 내실 있는 운영이 향후 정부 전시 행사에 좋은 전범(典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지자체끼리도 경쟁해야 효율성 달성

방만하고 효율성 없는 이벤트 행사들의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메워진다. 지난해 개최됐던 대구 세계육상대회와 F1 레이스도 적자가 계속 발생하자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이 돈을 물어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부실한 정부 행사의 적자를 국민의 주머니로 충당하겠다는 발상은 용납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정부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철저한 감시와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작지만 성공한 엑스포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공룡엑스포는 첫해인 2006년 154만명, 두 번째인 2009년 170만명, 세 번째인 올해 178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고성을 찾음으로써 시골 자그마한 군을 세계적인 명품도시 반열에 올려놓는 대표적인 엑스포가 됐다.

정부의 정책에는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 정당성이란 공공지출에 있어 합법성만을 말하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이 근본적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하는 ‘강제노동’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국민이 혈세를 함부로 낭비하는 정부는 한마디로 타락한 정부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렇기에 정부의 정책에도 효율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지자체와 지자체간에 경쟁도 도입돼야 하고 정부와 민간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도 필요하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집행사업의 결과에 대해 투입 대비 효용에 대한 분석체계를 갖춰야 한다. 나눠주기 식의 공공행정은 결국 재원의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해서 더 좋은 사업들의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 낸 고성 군수와 군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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