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난민캠프, 어떻게 가능할까
탈북난민캠프, 어떻게 가능할까
  • 미래한국
  • 승인 2012.09.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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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전 북한인권 대사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중국이 탈북자를 유엔난민협약상의 난민으로 판정해, 이 협약에서 정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유감스럽게도 탈북자에 대해 난민지위 인정을 거부하는 완고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유엔난민기구인 UNHCR의 탈북자 보호 및 지원 활동을 용인 또는 묵인하는 한편, 탈북난민캠프 조성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어떤 점에서 보면,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직접 난민으로 인정하는 방안보다도 중국 정부가 UNHCR의 탈북자 보호·지원 활동을 용인·묵인하고 탈북난민캠프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이 더욱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중국이 동맹국인 북한을 의식해서 직접 난민판정을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UNHCR의 개입 허용은 탈북자 문제를 탈정치화 내지 인도주의화 함으로써 남북한과 중국 등 이해관계국들 간의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차단 내지 줄이는 장점이 있다.

또 UNHCR의 개입 허용은 탈북자를 난민협약 상의 엄격한 난민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위임난민’ 혹은 ‘사실상의 난민’으로 간주하는 효과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이 경우 탈북자에게 ‘일시적 피난민’으로서 ‘잠정적 보호’를 제공하는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고 하겠다.

공식적인 설치방안은 중국이 UNHCR의 탈북자 지원을 용인하는 가운데, UNHCR이 주도하여 중국 내의 적절한 지역에 탈북난민캠프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안이 실현되려면, 중국이 탈북자와 관련해서 유엔난민기구의 자국 내 인도적 구호 및 원조 활동을 허용 내지 묵인하는 등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방안은 중국에서 일단 실시될 경우, 그 파급 영향으로 인해 러시아 연해주 지역이나 몽골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공식적 탈북난민캠프의 모습

탈북난민캠프 설치 장소는 가능한 한 접경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적당하다. 이와 관련, UNHCR이 제시하는 난민보호시설의 설치기준은 난민들의 신변안전을 위하여 접경지역에서 최소 50km 간격을 두고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조·중 변경지역(특히 길림성과 요령성)에 설치할 경우 북한 기관원들의 수시 월경 및 탈북자 납치·테러 가능성이 있으므로 북한 국경과 너무 가까운 곳은 지양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식적으로 설치·운영되는 탈북난민캠프는 주거시설(건물)과 식당·매점 등 부대시설, 교육시설, 직업훈련시설 등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건물은 콘크리트로 지을 경우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므로 조립식 가건물로 짓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볼 때 더욱 유리할 것이다. 인근에 농업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광활한 농장이 위치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유엔기 게양되는 특별관리구역

이곳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경우 아동과 여성, 성인 등으로 차별적이고도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아동에 대하여는 중국어, 영어 등 어학교육과 한국과 중국에서 행해지는 기본 소양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단계별로 직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UNHCR이 주도하여 설치하는 탈북난민캠프는 ‘유엔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 운영될 수 있다. 이 경우 탈북난민캠프의 행정시설에는 유엔 기(旗)가 게양될 것이다. 또한 탈북난민캠프 내에서는 유엔의 권위를 배경으로 상당한 정도의 자율권이 인정되고 중국 정부의 간섭은 최대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즉, 탈북난민캠프의 운영은 UNHCR이 임명하는 자가 독립적으로 담당하되, 필요시 중국의 중앙 및 지역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운영에 관한 사항을 처리해 나가도록 하면 될 것이다.

공식적인 탈북난민캠프의 경우 건물 외곽에 철책을 침으로써 외부인의 무단진입을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탈북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탈북난민캠프의 외곽경비를 위해 중국 공안(경찰)의 경비인력이 배치되거나 유엔 표식을 하는 특별 경비인력들이 배치될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기관원들의 납치 및 테러 가능성이 상존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될 것이다.

탈북난민캠프의 운영경비에 관해서는 UNHCR의 자체 재원, 중국·한국 등의 지원, 기업과 국내외 민간단체(특히 교회 등 종교단체)들의 자발적인 기여금 등으로 충당하게 될 것이다.

비공식적인 난민캠프의 설치 방안

탈북난민캠프에는 탈북자들 외에 이들을 돕는 인력이 필요하다. 탈북난민캠프 측이 계약에 의해 임용하는 한정된 인력만으로 탈북자의 성공적인 정착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능력과 경험을 갖춘 국내외 자원 봉사자들의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인건비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비공식적인 설치 방안은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국제법상의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또한 UNHCR의 공식적인 탈북자 지원 활동도 허용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 NGO 중심의 탈북난민캠프 건설을 중국이 묵인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되려면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발생(적어도 탈북자 체포 및 강제송환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하는 동시에, 한국과 중국 간에 낮은 차원에서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야 하며, 비공식적인 탈북난민캠프 설치 사실에 대해 보안이 잘 유지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탈북난민캠프 설치장소는 가능한 한 접경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적당하다. 다만, 외부인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쉽게 탈북난민캠프가 노출되지 않는 외딴 곳(특히 숲이 우거진 야산이나 고지대)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 조선족 거주지역 및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지역도 탈북난민캠프 설치장소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신원 미상의 외부인들이 불순한 목적으로 침투하여 언제라도 탈북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공식적인 탈북난민캠프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우선 모든 운영경비는 탈북난민캠프 건설을 주도하는 NGO와 협력업체가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심 있는 교회 등 종교단체들이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국, 러시아, 몽골과 협조 시나리오

외곽경비는 자체적으로 담당하는 한편, 운영 인원도 스스로 충원해야 한다. 시설의 존재와 위치는 보안사항으로 일반인들에게는 가급적 최후까지 비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탈북자의 신변안전을 위해서 그러하다.

이곳에 행해지는 교육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교육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자원 봉사자가 필요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같은 비공식인 탈북난민캠프 건설 방안은 대규모로 운영하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이므로 소규모로 여러 곳에서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방안의 적용은 중국뿐만 아니라 몽골이나 러시아 연해주에서 가능할 수 있다. 몽골이나 연해주 지방정부와의 경제협력을 할 때 탈북난민캠프 조성을 묵인해 주도록 중앙 및 지방 정부의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탈북난민캠프의 외곽경비를 해당 정부가 맡아준다면, 탈북난민캠프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같은 비공식 탈북난민캠프의 경우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 등 적극적인 역할이 요망된다고 할 것이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어느 경우나 해당국 정부가 탈북난민 수용소 건립을 허용한다면 탈북자의 정착과 재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소한 지금과 같은 탈북자 체포 및 강제송환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보다 더 많은 자유와 행복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꿈과 미래와 기회가 있는 삶을 준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탈북난민캠프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힘을 합하여 중국을 압박,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엔 총회나 인권이사회 결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탈북자 보호의 의지이다. 이것만 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천리 길도 한 걸음이라고 하지 않았는가.(미래한국)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전 북한인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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