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공지영 <의자놀이>
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공지영 <의자놀이>
  • 이원우
  • 승인 2012.09.05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성’ 아닌 ‘선동’으로 본 쌍용자동차 파업
 

 <미래한국>연재칼럼 ‘서른 살의 자유주의’를 집필하고 있는 이원우 칼럼니스트가 매주 한 권의 베스트셀러를 분석하는 Podcast 방송 ‘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음성파일은 Podcast에 접속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 다룰 책은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라고 하는 책입니다. 소설책은 아니고요. 르포르타주, 그러니까 르포 책입니다. 공지영 작가로서는 최초의 시도라고 하네요.

이 책은 쌍용자동차 파업사태에 대한, 그리고 그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투쟁, 연이은 자살문제 등을 다루고 있는 책이고요. 공지영 작가는 이 책을 한 권의 ‘사실 에세이’로 읽어주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게, 이 책은 쌍용자동차하고 아무 상관 없는 얘기로 시작을 합니다. 첫 원고 제목이 ‘7분간의 구조요청’인데요.

‘7분간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구조요청을 했는데 강경진압을 한 건가?’

그게 전혀 아니고, 2012년 봄에 있었던 살인사건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한 여성이 납치된 후에 범인이 화장실에 간 사이 112를 눌렀는데 경찰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결국 죽음에 이른 사건. 안타까운 사건이고 경찰의 각성이 필요한 사건이죠.

시작부터 선동인 불편한 베스트셀러

그런데 제 말씀은 쌍용자동차 얘기할 거면서 왜 이 얘기로 시작하느냐는 겁니다. 이건 이 책의 포지셔닝을 아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말하자면 경찰에 대한 악감정을 자극하고서, ‘앞으로 내가 독자의 가슴에 경찰을 증오하는 마음을 불질러주겠다. 맛 좀 봐라.’ 이렇게 선언을 하면서 시작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쌍용자동차 사건이 안타까운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게 납치사건이랑 같을까요?

공장점거 파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직면해야 했던 처절한 상황들에 대한 묘사는 무섭고,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나’ 싶을 정도의 일들이 잘 알려지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근데 문제는 거기부터라는 거죠.

이 책이 2012년 7월에 나왔잖아요? 쌍용자동차 문제가 진짜 심각했던 때는 2008년, 2009년 그 때쯤이었고요. 이 책이 예를 들어서 2010년쯤에만 나왔어도 저는 <의자놀이>가 의미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근데 지금 상황이 더 진전이 됐고, 더 시간이 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우리가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랬다고 했을 때 이 책은 마땅히 지적해줘야 될 사실 하나를 칼로 도려낸 듯이 피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다가 ‘강기갑 이정희 쌍용자동차 굴욕’. 이렇게 한 번 쳐서 거기 나오는 영상을 보시죠. 이 책 <의자놀이>에서는 마치 민주노총을 위시한 노동단체들, 여기에는 당연히 당시 민주노동당도 포함되겠죠. 그 단체들이 마치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이랑 혼연일체가 돼서 혼신의 힘을 다한 투쟁을 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거든요? 근데 그게 공지영 작가의 선동에 불과하다는 게 이 영상을 보면 나옵니다.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들이 강기갑, 이정희 의원(일행)한테 욕을 하는 영상이에요. “너희들이 일을 더 악화시켰다”는 거죠. 강기갑, 이정희 의원은 비장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어요.

그런데 진정한 압권은 그 강기갑, 이정희 의원을 <의자놀이>에서 공지영 작가가 비난하고 있는 경찰 전경들이 보호하고 있다는 거죠. 이게 진짜 현실입니다.

결국엔 민주노총이 쌍용자동차 문제를 본인들의 ‘하투’, 여름투쟁의 간판으로 가져가기로 한 순간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거죠. 전문 시위꾼들이 난입해 들어와서, 본래 쌍용 소속도 아니고 물정도 잘 모르는 분들이 판을 흐리기 시작을 한 거예요.

한국 지식사회의 처참한 풍경

“노동문제는 우리가 잘 알아. 우리가 싸워줄게.”

<의자놀이>에 보면 외부로부터 물 공급이 차단되는 등의 얘길 하면서 경찰을 아주 악랄한 집단으로 묘사를 하는데요. 알고 보면 파업을 주도하는 측에서 도리어 물 공급을 차단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노동단체들이 쌍용자동차 문제를 본인들의 세 확장에 이용했다는 아주 강력한 증거가 있다는 거죠. 거기에 대해서 <의자놀이>에는 단 한 마디도 서술이 안 돼 있습니다. 이 책의 목적은 선동인 겁니까? 사람이 스물 두 명이 죽었는데, 그래도 본인들의 세 확장에 더 관심이 많으신 건가요?

쌍용자동차 문제는 단순 노사문제일 수도 있었던 것을 전문 시위꾼들이 악화시킨 사건이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겠다고 하는 단체들이 노동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근데 공지영 작가는 마치 영상 속에서 눈을 꾹 감고 있는 강기갑, 이정희 의원처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말이 없어요.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적인 표현들로 넘쳐납니다. 비판의 대상은 당연히 이명박 정부고요. 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은 한 마디도 없죠? 관련된 뉴스를 못 보셨을 리는 없고. 이 책이 2012년 7월에 나왔는데 뭐라고 말을 해 줘야 될 거 아닙니까. 그들이 무슨 일만 나면 비난하는 ‘조중동’은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을 했습니다.

이 책의 히트야말로 저는 한국 지식사회의 처참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책이 단지 공지영 작가 본인 스스로 외치는 ‘진정성’이라는 모토 하나로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게 정말, 씁쓸하고 암울하기까지 하네요." (미래한국)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