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최고의 공중전, 그런데 누구랑 싸우나?
한국 영화 최고의 공중전, 그런데 누구랑 싸우나?
  • 미래한국
  • 승인 2012.09.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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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의 미디어워치『R2B: 리턴투베이스』
 

혼란스런 主敵·힘 빠지는 스토리

본격 공군 전투 영화 <R2B:리턴 투 베이스>(김동원 감독)가 8월 14일 개봉했다. 한국 영화로선 보기 드물게 전투기 공중전과 도심 비행 영상에 도전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관객의 기대를 모았다. 제작비 100억 원을 투입한 대작으로, 톱스타 정지훈(가수 비), 배우 유준상, 신세경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특히 공군 주력전투기 F15K, 고등훈련기 T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 등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는 무엇보다 선이 굵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래서 스토리의 개연성은 다소 미흡하더라도, 충분히 볼만하다. 북한 전투기가 서울 상공에 등장해 폭격을 가하는 게 사건의 시작. 우리 전투기는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응사를 못하고 근접 비행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조종사 한 명(김성수 분)이 죽고, 한 명(이종석 분)은 북한 지역에 조난 당한다. 그러자 정태훈 대위(정지훈)와 이철희 소령(유준상)이 전투기를 몰고 가 조종사를 구출하고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북한 원산 기지를 폭파하는 내용이다.

영화의 큰 줄기는 좋다.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무시하고 민간시설을 폭격하는 북한군의 만행에 우리 군이 힘으로 맞선다는 메시지. 그리고 전투기의 도심 비행과 숨 가쁜 교전 장면은 긴장감을 주고 CG도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손색이 없다. 정태훈 대위와 여자 정비사 유세영(신세경) 간의 러브 스토리도 양념처럼 더해진다.

이런 스토리의 힘은, 영화에서 북한 전투기가 왜 갑자기 우리 도심을 폭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정도는 눈 감아 주게 한다.

그런데 제목처럼 ‘리턴 투 베이스’ 기본으로 돌아가면(물론 영화에선 ‘기지 귀환’이라는 의미),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겉도는 느낌을 준다. 일단 북한군이 북한이 아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진짜 그렇다. 서울 상공에서 횡포를 부리고 미국을 향해 미사일 발사 위협을 하는 것은 북한 정부가 아니라 북한의 쿠데타 세력. 실상은 우리 군이 북한의 쿠데타군과 교전을 벌이고 북한 정부 대신 그들을 일망타진한 셈이다. 오히려 북한 정부는 ‘하나의 민족’으로서 영공 진입을 허용하는 식으로 상당히 협조적이다.

그리고 하나 더. 요즘 영화의 단골 ‘악역’ 미국이 또 등장한다. 미국은 우리 군의 구조작전을 한사코 반대하고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핵무기로 폭격하려 한다.

정리하면 정태훈 대위가 이를 갈고 싸운 상대는 북한군이 아니라 북한 내 저항세력이고, 그의 발목을 잡고 방해한 건 오히려 미국이다. 그가 북한 미사일 기지를 폭격한 것도 미국의 핵 공격을 막기 위해 한반도를 지킨 거다. 게다가 영화를 보는 내내 정태훈이라는 인물은 대한민국 공군 소속인지 그냥 전투기를 모는 ‘용감한 시민’인지 헷갈린다.

영화에선 실체적이고 현실적 주적(主敵)인 북한과 그들과 대치하는 대한민국의 자리는 거의 없는 셈이다. 역시 의도적이든 아니든, 현실을 빗겨나간 스토리는 맥이 빠진다. (미래한국)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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