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전기요금 조회"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전기요금 조회"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09.06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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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6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1위 -

-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 그리고, 전기를 썼으면 고지서가 날아온다.

- 오늘 한국인들이 맹렬한 기세로 ‘전기요금 조회’를 한 것은 높은 전기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폭염 속 올림픽은 우리의 여름을 생생하게 만들어 줬지만 숨은 공로자였던 에어컨은 이제 ‘요금폭탄’의 주범이 되고 있다.

- 전기세가 갑자기 오르는 것은 요율체계 때문이다. 가정용 전기의 경우 누진제가 적용된다. 사용량이 0~100㎾일 때는 ㎾당 57.9원이지만, 100~200㎾ 구간은 120.2원, 200~300㎾ 구간은 179.4원, 500㎾가 넘는 구간에는 ㎾당 677.30원으로 11.7배나 높은 요금이 책정된다.

- 누진제의 도입배경에는 1974년 석유 파동이 있었다.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개입된 것이다. 하지만 고(高)사용구간의 요율체계를 가파르게 형성했을 뿐 대다수 가정에 대해 한국 정부는 매우 낮은 수준의 요금을 지금껏 방치했다. 2009년 기준 1㎾당 전기 요금은 미국이 115원, 영국이 184원, 일본이 202원인데 반해 한국은 83원이었다.

- 이와 같이 낮은 가격이 가능했던 비결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정부가 한국전력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한전의 적자는 누적됐고 에너지 소비는 왜곡됐다. GDP 대비 한국의 전력 사용량은 OECD 평균의 1.7배에 달한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난방용 등유보다도 전기요금이 싸다. 누군들 전기를 쓰지 않겠는가?

- 이와 같은 소비패턴이 불러온 가시적인 영향은 두 가지다. 첫째, 2011년 9월 15일 ‘정전 대란’을 위시한 전기 공급부족이다. 정전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전력본사에 가서 “여러분은 후진국 수준”이라며 일갈했다. 하지만 요금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책정되어 있음에도 이 정도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선진국 수준’이 아닐까.

- 두 번째 영향은 전력공급원 다변화에 대한 논의가 정체되었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전기라는 자원의 희소성을 체험해 본 일이 없으니 왜 전기 공급 사업을 민영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리 없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녹색성장에 대한 판타지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에어컨 바람을 쐬며 생태주의적인 주장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한전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정부로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것이다. ‘요금폭탄’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면 국회의원들 역시 포퓰리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할지 모른다. 하지만 위정자들이 아무리 가격을 내리누른다 해도 자원의 희소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 이제는 전기요금 현실화와 공급처 다변화(민영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가파른 누진제가 아니라 적정한 수준에서 현실화된 요금을 책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원가혁신이 시작될 것이며 누진제로 인해 요금이 갑자기 올라가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때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매년 여름/겨울마다 우리는 두 가지 유령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정전 대란’과 ‘요금 폭탄’이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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