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구찌 가격인하"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구찌 가격인하"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09.10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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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0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10위 -

- 가격을 내린 명품은 명품일까 아닐까.

- 구찌가 가격을 인하했다는 소식이다. 베스트셀러인 ‘조이라인’을 비롯,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3% 인하했다. 국내 명품 매출 1위 루이뷔통 역시 시계류 가격을 평균 12% 인하하며 동참했다. 한국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만한 소식이다.

- 흔히 정의(正義)를 강조하는 학자들은 명품 소비에 대해 부정적이고 예외적인 시선을 던진다. 그 시초는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일 것이다.

- 그는 <유한계급론>에서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재화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 스타덤에 올랐다(베블런 효과).

- 허나 베블런은 ‘브랜드’ 그 자체가 하나의 재화임을 고려하지는 못했다. 시장과 인간에 대해서 보다 심도 있는 관찰을 하고 나면 베블런 효과는 수요-공급법칙의 반례(反例)가 아니라 그저 조금 특별한 사례일 뿐이라는 진실이 드러난다.

- 명품의 핵심은 브랜드의 희소성이지 재화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명품구매를 통해서 가방이나 신발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나는 비싼 물건을 살 능력이 된다’는 사인(sign)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때 가방과 신발은 브랜드가 프린트되는 공간을 제공하는 탈 것(vehicle)에 불과하다.

- 이와 같은 사례는 동물세계에서도 발견된다. 이스라엘의 생물학자 부부 아모츠 & 아비삭 자하비(Amotz & Avishag Zahavi)은 아무런 효용가치도 없어 보이는 공작새의 깃털이 교배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수컷의 화려한 깃털이 몇 개만 부족해도 짝을 찾지 못한 채 ‘노총각 공작’이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했던 것이다.

- 눈에 뻔히 보이는 핸디캡을 전면으로 내세울 때 그것은 도리어 그 주체의 능력을 대변하는 사인이 된다. 자하비 부부는 여기에 ‘핸디캡 원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 이번에 단행된 명품 가격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심리 위축’이다. 철옹성 같은 가격으로 쌓았던 진입장벽이 조금 낮춰진 바로 이 타이밍에 사람들의 관심은 쏠리고 있다. ‘핸디캡의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 지나치게 낮아진 가격은 더 이상 핸디캡일 수 없으므로 이 기회의 문은 머지않아 닫힐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한국인들의 관심이 쏠린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들은 인간인 동시에 자신에게 유리한 사인(sign)을 찾아나서는 생물군의 일부이기도 하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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