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낮은 전기료…이제야 ‘일렉트릭 쇼크?’
너무 낮은 전기료…이제야 ‘일렉트릭 쇼크?’
  • 이원우
  • 승인 2012.09.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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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폭탄'에 심리적 부담…근본적 대책을 강구할 때

지난 9월 6일. 오전부터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는 난데없는 전기요금 소동이 일었다. 네티즌들이 검색어로 ‘전기요금 조회’를 기입하면서 검색순위 1위가 온통 전기요금으로 도배됐던 것이다. (9월 6일자 미래한국2PM 보기)

이 날 오후 3시에 안철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대선정국을 뒤흔든 기자회견을 열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6일 오전오후가 온통 전기요금 충격으로 점철될 뻔했다. 왜였을까?

전기료 폭탄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달콤했던 에어컨의 추억

2012년 여름, 기록적인 더위가 한국인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00년 만의 폭염’이라는 레토릭보다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지갑을 급습하는 물가충격이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과일·채소류 가격이 오르면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5개월 만에 0.7% 상승했다(전년 동월 대비로는 0.3% 상승).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충격을 줄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덧붙여 전기료의 충격까지 한국인들의 지갑을 덮치려는 태세다. 열대야를 심리적으로 식혀준 것이 런던올림픽이었다면 육체적으로 식혀준 것은 고민 끝에 틀었던 에어컨이었다. 그런데 그 달콤했던 에어컨의 추억이 지금 전기료 폭탄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려는 것이다.

가시적 원인은 누진제

평소보다 전기를 많이 썼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전기료 증가폭은 높았다. 이것은 전기료가 ‘사용량 비례’로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료 책정기준은 누진제로 되어 있다. 일정량을 넘어서면 ㎾당 가격이 급증한다.

※ 사용량이 0~100㎾일 때는 ㎾당 57.9원이지만, 100~200㎾ 구간은 120.2원, 200~300㎾ 구간은 179.4원, 500㎾가 넘는 구간에는 ㎾당 677.30원으로 11.7배나 높은 요금이 책정된다.

전기요금이 누진제 방식으로 징수된 계기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이었다. 국민들의 전기 이용량을 일정수준 이하로 통제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누진제는 가전기기 보급 확대 및 대형화에 따른 전력 사용량 증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지닌다. 올여름과 같이 예외적으로 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을 예측 가능한 상태로 포섭할 수도 없다.

결국 한국전력(사장 김중겸)은 대안을 마련했다. 지난 7일 “단계별 재조정을 통해 부담을 완화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최고 11.7배에 달했던 누진율은 3배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치도 결국엔 미봉책이 될 확률이 높다. 한국전력에게는 더 이상 충격을 흡수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전의 고질적 적자는 이미 한계 수준이다.

근본적 원인은 ‘한국전력’

국민들에게 ‘폭탄’이라고 느낄 만큼 비싼 요금을 징수하면서도 왜 한전은 적자에 허덕이는 것일까? 또 한국인들은 왜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정전 대란’을 걱정해 절전노력을 하면서도 요금폭탄을 맞아야 할까?

이 아이러니를 이해하려면 근본적인 진실 몇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①공기업 한국전력은 실질적으로 정부의 관할 하에 있다는 사실 ②현재 한국의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일련의 진실들은 ‘전기’를 둘러싼 한국의 산업지형과 발전(發電)체계 모두를 왜곡하고 있다.

난방용 등유보다 싼 한국 전기요금

한국의 전기요금은 한 마디로 ‘원가 이하’다. 이는 국가 간의 비교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각국의 전기요금을 달러로 환산, 한국의 전기요금수준을 100으로 놓았을 때 일본이 257, 중국이 140, 필리핀이 241, 미국이 132, 영국이 189수준이다. OECD 국가 중 최저다.

한국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에너지와 비교해도 전기는 싼 수준이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난방용 등유보다도 싸다. 석유를 전기로 바꾸려면 대략 60%의 열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거쳐서 나온 전기요금이 석유보다 싸다. 누군들 전기를 쓰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전기 요금이 싸기 때문에 냉방이든 난방이든 전기 제품만 사용한다. 경유 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경유로 난방을 하지 않고 전기로 난방을 한다. 정부의 전기 값 통제가 에너지의 상대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 과거 10년간 등유 소비량은 50% 감소했지만, 전기 소비량은 56% 증가했다.” (신중섭 교수, 『대통령이 야단친다고 정전사태 해결될까』)

상황이 이러하니 전기에 의지하는 비중은 턱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전기 소비량은 OECD 34개 회원국 평균의 5배다.

하지만 모두가 망각하고 있을 뿐 전기 역시 분명 ‘희소한 자원’이다. 수요가 올라가면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여름 우리를 놀라게 한 전기요금 폭탄은 결국 ‘낮은 전기료의 역습’인 셈이다.

두 가지 대안 – ‘원전 확대’와 ‘한국전력 민영화’

대안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처럼 값싼 전기료를 마음껏 이용하는 것이겠으나 이는 유토피아에서만 가능하다. 지금도 한국인들이 마치 희소하지 않은 것처럼 전기를 쓰는 동안 한국전력은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감내해야만 했다.

결국엔 전력 공급처가 다변화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안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요금폭탄을 맞는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더 많은 발전소를 허용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추가발전은 원자력이 주로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진실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고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 덧붙여 한국전력을 민영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공영기업 한전이 전력공급을 독점하는 형태로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쟁 없는 전력공급 사업은 ‘원가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또한 잃게 마련이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제반 문제는 희소성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자극한다. 세상 어떤 자원도 희소하지 않은 것은 없다. 값싼 요금으로 마구 써대는 통에 전기는 더욱 희소하게 되었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충격적인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아든 지금이 바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때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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