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이 국제문제화 된 최근의 사례는 인도다. 지난 7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인도에서는 10시간가량 전기가 끊기는 사상 최대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피해 인구는 6억 명. 전체 인구가 12억 명임을 감안했을 때 절반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지리적으로도 동부와 북동부 지역 등 국토 절반에 해당하는 13개주의 전기가 끊겼다. 일부 광산 지역에는 리프트의 전원이 끊겨 광부들이 갱도에 갇히는 아찔한 사고가 속출했다.
인도에서 정전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정전은 처음이었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 사태를 추적하다 보면 이 참사가 근본적으로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난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문제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결과 뻔히 예상되는 참사에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자력 공포증’이 피해 키워
인도의 발전(發電) 수급에서 가장 큰 비중(약 70%)을 차지하는 것은 화력발전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인도의 경제를 감안했을 때 화력발전만으로 모든 수급을 감당하기는 무리라는 게 정설이다. 현재 인도의 전력설비는 약 20만1000MW.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최소 50만 MW까지는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안수립이 만만치 않다. 인도의 수력발전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전후. 허나 인도의 고질적인 가뭄은 수력발전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운다. 선진국에서도 지지부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인도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기도 어려운 상황.
여러 정황은 결국 인도의 돌파구가 ‘원자력’ 뿐임을 가리키고 있다. 인도 정부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2050년까지 원전 수십 기를 지어 현재 2.3%인 원전 비중을 25%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이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에서 엄청난 규모의 반(反)원자력 여론이 일자 일본정부는 결국 원전비중을 축소하는 쪽으로 국론을 정했다. 2010년 기준으로 26%인 원자력 의존도를 2030년까지 15%로 줄인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 역시 이러한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정전대란을 맞고 말았다.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현상은 언제 또 반복될지 모르며, 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사회 하층민들이다.
그래도 원자력이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문제를 걷어치우는 것. 원자력에 대한 여론의 공포는 이 문제를 그저 ‘걷어치우는’ 쪽으로만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비행기 참사가 있었다고 해서 공항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아니듯 후쿠시마 참사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여전히 추구할 가치가 충분한 차세대 에너지다. 빌 게이츠 역시 후쿠시마 사건 이후에도 원자력을 “가장 안전한 에너지”라 주장했고 최근엔 원전 기술 개발 회사 ‘테라 파워’를 설립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막연한 공포심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이며 이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원자력의 가치를 되도록 정확히, 그리고 빨리 받아들일수록 인도의 정전대란은 해결의 돌파구를 얻게 될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인도와 일본, 한국 모두 정전대란의 공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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