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대선후보 롬니는 누구인가?
美 공화당 대선후보 롬니는 누구인가?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09.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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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후보인 미트 롬니는 2004년 자서전 ‘턴어라운드’를 출간했다. 와해 위기에 있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돼 1억 달러의 흑자를 내며 2002년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

‘반전(反轉)’으로 번역될 수 있는 ‘턴어라운드’는 롬니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1975년 하버드대에서 법학과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롬니는 보스턴컨설팅 그룹에서 잠시 일하다 1977년 투자회사인 베인 & 컴퍼니(Bain & Company)에서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롬니는 1978년 부사장으로 진급하며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지만 1984년 회사를 그만두고 베인 캐피탈(Bain Capital)을 창업했다.

10여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한 베인 캐피탈은 3,7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하며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첫 성공은 사무실 용품업체인 스테이플(Staples). 롬니는 사무실 용품 시장의 규모와 가능성을 보고 스테이플에 투자했고 투자금의 7배 이상의 이득을 보았다.

반전(反轉) 성공시대

베인 캐피탈은 승승장구, 1999년 115명의 직원이 40억 달러의 투자금을 운용하며 투자수익률 113%를 자랑하는 미국 내 최고 투자회사 중 하나로 부상했다.

롬니가 일했던 베인 & 컴퍼니는 1990년 운영 위기에 봉착하자 롬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롬니는 1991년 1월 베인 & 컴퍼니의 새로운 사장으로 회사를 구조조정했다. 임직원 주식보유 계획 수정, 부동산 거래와 은행 융자 조정, 창업주와 다른 창업파트너들 경영권 축소, 재정 투명성 증가 등 총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1년 만에 베인 & 컴퍼니는 흑자로 전환했다. 롬니는 1992년 새 사장에게 베인 & 컴퍼니 경영권을 넘겨주고 베인 캐피탈로 돌아왔다. 그의 첫번째 ‘턴어라운드’다.

1999년 롬니는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돼 2002년 유타주 솔트레이크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준비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당시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3억7900만 달러의 적자를 안고 있었고 위원장은 뇌물 수수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과연 미국이 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컸다.

당시 롬니는 1994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패배한 후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선거 패배 후 1년 뒤인 1995년에는 미시건 주지사였던 아버지, 1998년에는 미시건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했던 어머니가 사망하고 같은 해 그의 아내인 앤은 불치 신경병인 ‘다발성 경화증’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었다.

성공한 주지사

롬니에게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어려움을 딛고 자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재기의 기회였다.

1999년 2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된 그는 지도부를 교체하고 지출을 줄이며 후원자들을 확대해 나갔다. 그후 그는 연방 정부와 의회를 찾아가 9.11 테러 직후라 안전문제가 시급하다며 이를 위한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그의 끈질긴 요청으로 연방정부는 총 15억 달러를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경기에 지원했다. 이 액수는 연방정부의 올림픽경기 지원 액수 중 최대 금액이었다.

적자로 시작했던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은 1억 달러의 흑자를 내며 성공리에 마쳤고 롬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전국 스타가 됐다. 그의 동계올림픽 운영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사례연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의 두번째 ‘턴어라운드’다.

롬니는 200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다.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의 후원을 등에 업고 출마한 그는 이전의 ‘턴어라운드’ 경험을 토대로 매사추세츠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고 그해 11월 주지사로 당선됐다.

주지사 취임 당시 매사추세츠는 적자가 30억 달러 가량 됐다. 롬니는 주지사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후 주정부 지출 삭감, 수수료 인상, 누수 세금 제거 등의 노력을 통해 적자를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시와 타운, 그리고 주가 운영하는 대학에 대한 주정부 지원을 감소해 18억 달러의 주정부 지출을 감소시켰고 운전면허증, 결혼증서 등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해 3억 달러, 가솔린 비용을 갤론당 2센트씩 올려 6억 달러의 수입을 증가시켰다.

세금 누수를 고쳐 재임 중 3억 달러의 수입이 증가했다. 예상하지 않았던 자본이득세 인상에 따른 10억 달러의 수입과 5억 달러의 연방그랜트가 들어오면서 주 정부의 적자가 줄더니 재임 중 마지막 2년은 주예산이 6,7억 달러 흑자가 됐다. 그의 세번째 ‘턴어라운드’다.

롬니가 기업, 올림픽위원회, 주지사 등 민간 및 공공분야에서 이룬 반전(턴어라운드)의 능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벌이는 이번 대선에서 그의 가장 큰 무기다.

롬니는 지난 8월 30일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그(오바마 대통령)는 대다수 미국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자질 없이 취임했다. 그는 사업을 한 경험이 없는 것이다. 나는 미국이 어떻게 일하는지 경험을 통해 알았다. 나는 37세에 작은 회사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성공을 축하하지 그 성공을 사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자 몰몬교도의 고민

롬니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일자리”라며 16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빚과 고실업률 등 미국이 안고 있는 경제문제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해결하겠다며 또 다른 반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몰몬교도라면 자격을 갖춰도 대통령으로 뽑지 않겠다고 답한 미국인이 18% 가량 되고 롬니가 한때는 낙태를 지지하다가 나중에 반대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고 주지사 시절 오바마 건강보험개혁법(이른바 ‘오바마케어’)과 유사한 건강보험개혁법을 서명해 진짜 보수가 아니라 ‘중도’라는 보수주의자들의 의심이 아직 있다.

롬니가 최대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부자라 서민들의 삶을 모를 것이라는 괴리감과 차가운 사업가로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등의 부정적 시각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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