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 어떻게 볼 것인가
‘교회세습’ 어떻게 볼 것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2.09.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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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래로 교회 담임목사직의 세습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즈음에 교회세습에서 자유롭지 못한 감리교단에서 감리교 교회법인 ‘장정(章程)' 개정위원회가 세습방지조항을 추가한 장정 개정안 초안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3달 전에 일어난 한 사건이 감리교단의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 사건이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장로교교단의 총회장을 지낸 목사님이 금년 6월 12일 어느 원로목회자의 모임에서 “교회를 무리하게 아들 목사에게 물려준 것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큰 잘못이었다”고 고백한 일을 말한다.

감리교, 교회 세습방지 법안 추진

그는 영적인 목회자였으며 교회를 개척해 교단의 대교회로 성장시킨 목회자였을 뿐 아니라 교단의 총회장을 지내고 성도들로부터는 존경을 받는 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영적지도자가 끝내는 교회세습의 길을 선택하게 됐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그 답은 하나님과 자신만이 알 것이다.

추측하자면 가족에 대한 애착 때문일 것이다. 비록 훌륭한 영적지도자이지만 혈육의 성공과 평안에 대해서는 일반 사람들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연히 영적으로나 외적으로 모범이 되는 교회를 남에게 주기보다는 아들에게 주고 싶었을 것이다. 더구나 주려는 것이 평범한 것이 아니고 좋은 것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세습은 자신과 아들의 명예와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길이기 때문에 더욱 세습에 집착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세습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시골 리(里) 소재지의 미자립 교회를 담임목사의 후임으로 아들 목사가 온다고 해서 세습 운운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리어 아들 목사의 헌신적인 결단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문제는 다수의 목회자들이 목회하고 싶은 교회가 세습하는 경우이다. 왜 어떤 세습은 미담으로 여기고 어떤 세습은 비난을 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이는 다수의 사람들이 볼 때 공정성이 기준이 된다. 곧 절차나 방법이 공정한가 하는 것이 기준이 된다.

왜 세습이라는 형식을 사람들은 문제시 하는가? 그 이유는 신앙공동체인 교회를 개인소유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칫하면 목회자가 이 교회는 내가 개척한 교회, 내가 부흥시킨 교회이므로 ‘내 교회, 내 소유’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작은 교회가 수많은 사람이 몰려오는 대형교회로 되기에는 목사의 열정, 헌신, 은사, 그리고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소유자

남다른 은사를 통해 부흥한 교회가 있고, 새벽기도를 통해 성장한 교회가 있고, 제자훈련을 통해, 혹은 영성운동을 통해, 혹은 태신자 운동을 통해 성장한 교회가 있다. 거기에는 능력 있는 목회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교회는 목회자들이 늘 강조하듯이 그리스도가 머리가 되시는 하나님의 교회요, 목회자는 그의 종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는 목회자의 것도, 장로의 것도, 성도들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교회는 믿음으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이지 혈연공동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적인 목회자의 아들이라고 해서 영적인 목회자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교회의 후임 목회자를 선정할 때에는 혈연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목회비전이나 헌신 그리고 믿음이 후임목사의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 교회세습을 강행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한 노목사의 절규처럼 혈연에 따라 움직일 때는 공정성을 잃고 무리한 수를 두게 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세습에는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가? 세습이라고 해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점도 많이 있다. 신앙의 가정에서는 본이 되는 부모로부터 믿음을 유산으로 받기를 기도하는 것처럼 목회자에게 있어서도 영적인 본을 보인 부모로부터 신앙의 유산을 받는 것이 장점 중의 하나이다. 성도들이 익숙해 있는 영적스타일을 소유함으로 새로운 목회자에게 훨씬 적응하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표면적 이유의 근원에는 내재적인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곧 하나님 중심의 생각이 아니라 나 중심의 생각이 강하게 움직일 때 이러한 세습을 선호하게 된다.

서울 강남구의 ‘ㄱ’ 감리교회의 세습이 진행될 때의 사회적인 반응을 보면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80%를 넘었다. 기독교계통의 언론만이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도 해당교회의 세습문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교회는 성경적인 원리에 따라야지 일반인들의 소리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가 사회일반인들의 많은 반대와 비난을 무릅쓰고 세습을 주장해야 할 근거가 있는가?

차선책으로서 세습금지법

우리는 이러한 세습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예장합동 교단은 2001년에 금품선거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회임원 선거에서 제비뽑기를 선택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제비뽑기를 꼭 성경적이라거나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차선책은 된다.

물론 이러한 제도에도 문제는 있다. 능력이 검증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 다시 직접선거제로 바뀔는지 모르지만 제비뽑기는 오랫동안 예장합동의 총회임원선거에서 야기됐던 금품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이는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다.

이렇게 선거제도에서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듯이 세습 금지가 최선책은 되지 않아도 차선책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에 감리교의 교단 차원에서 세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세습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법이 한국교회의 당면한 세습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춘기 편집위원·총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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