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와 정면 대결하라
불의와 정면 대결하라
  • 미래한국
  • 승인 2012.09.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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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니의 <리더십(Leadership)>
 

거의 매일 흉악한 성범죄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동 성폭행 뉴스가 아침 출근길을 분노와 우울함에 휩싸이게 만든다. 2008년 조두순이라는 자가 8살 아이를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또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

전남 나주에서 7살짜리 초등학교 1학년생이 납치 성폭행 당했다. 이게 나라꼴인가. 경제민주화? 복지? 무상급식? 우리의 어린 딸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따위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린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없는 나라가 온전한 나라이기나 한가.

이런 일이 빈발하는 건 그간 각종 성범죄를 말이 안 될 정도로 느슨하게 처벌한 것이 큰 원인이다. 사회적 요인이 어쩌고,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져서 어쩌고, 분노의 출구가 없느니 어쩌니…… 이런 따위의 현란한 논리가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가난하면 성범죄를 저지르는가. 사흘 굶으면 담벼락 넘는다는 속담은 들어봤어도 밥그릇이 비었다고 성폭행을 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성범죄는 정상 참작과 동정의 여지가 있으면 안 된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는 인격의 파탄이며 사회적으로는 문명의 양식을 파괴하는 짓이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는 인간으로 간주될 수 없는 짓이다. 십계명에도 아동 성폭행은 안 된다는 계명은 언급 자체가 없다. 상상조차도 못해봤다는 것 아니겠는가.

뉴욕 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W. Giuliani)라는 인물이 있다. 1993년 뉴욕시 107대 시장으로 선출돼 재선에도 성공해 8년 간 재직한다. 공화당 소속이었다. 뉴욕은 한마디로 민주당의 안마당이다. 그런데 줄리아니의 후임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블룸버그 통신으로 유명한 바로 그가 맞다)도 공화당 소속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줄리아니는 재임 8년 간 뉴욕을 명실상부 세계의 수도로 되돌려 놓았다. 무엇보다도 시의 범죄를 2/3나 줄였다. 줄리아니 이전 뉴욕은 가히 악명 그 자체였다. 그런데 줄리아니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내걸고 범죄에 대한 가차 없는 대응으로 이를 바로 잡았다. 블룸버그도 줄리아니의 이런 정책을 이어받았고 덕분에 연거푸 3선에 성공한다. 민주당 텃밭 뉴욕이 공화당 인물의 ‘범죄와의 전쟁’을 인정해준 것이다.

줄리아니는 시장을 퇴임하면서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내놓았는데 재직 시 일들이 잘 나와 있다. 특히 ‘불의와 정면 대결하라’는 장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에나 불량배들이 있으며 이들과는 가차 없이 맞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정치인의 자서전이 다 그렇듯 자화자찬이 많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앞뒤 안 맞는 ‘누구의 생각’보다는 훨씬 읽을 만하다. 긴박하고 생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흉악범죄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에 교훈을 준다. 2002년 발간이라 품절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시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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