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이 보내는 편지] 수줍음과의 싸움
[이성원이 보내는 편지] 수줍음과의 싸움
  • 미래한국
  • 승인 200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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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다소곳이 내리 깔은 여자는 매력적이지만 남자가 그러면 세상 살기가 힘들다. 남의 눈길을 피하려는 태도는 수줍은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인데 남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테스토스테론 실험수줍은 성품은 많게는 80%까지가 유전이라 한다. 한두 살 난 어린애를 봐도 어떤 녀석은 방글방글 웃으며 아무에게나 덥석 안기는데, 어떤 녀석은 낯을 가리고 엄마 품에 안겨서 삐죽거린다.유전인자의 하나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거론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씩씩하고 여성은 수줍다고 하는데, 남성은 이 호르몬을 여성보다 10배가량 더 가지고 있다. 쥐나 새나 암컷에 이 호르몬을 주입하면 수컷처럼 행동하고, 수컷한테서 이 호르몬을 제거하면 암컷처럼 행동한다. 유산을 막을 목적으로 한때 임산부들에게 이것을 투여한 적이 있었는데 태어난 여자 아이들이 모두 왈가닥이 되었다.21세기는 여성 상위시대시몬느 드 보봐르는 〈제2의 성〉첫머리에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 썼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굳이 남자처럼 길러지기를 바랄 필요가 없게 되었다.농업중심의 1차산업시대와 공업중심의 2차산업시대에는 남자의 체력이 힘을 썼지만, 서비스중심의 3차 산업이나 말 중심의 인터넷 시대에는 언어능력이 탁월한 여자가 우위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창살 없는 감옥 벗어나기여자는 그렇다 치고 남자가 수줍으면 구제할 길이 없다. 자꾸 뒤로 물러서는 대인기피증이 생겨 비사교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어려서는 수줍어서 인사를 못해 버릇없다는 꾸중을 들었고, 모친상 때는 쑥스러워 회사에 알리지를 않아 이상한 사람이란 낙인이 찍혔다. 조금 거북한 사람과 전화를 할 양이면 말이 엉켜 뒤죽박죽이 되고, 지금도 화장실 가는 것을 남에게 보이는 것을 옛날 여인네들처럼 남부끄러워 한다.수줍음이란 창살 없는 감옥이다. 스스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맥주 두 병을 마시면 나도 꽤 활달해진다. 술 안마시고도 씩씩하고 숫기 좋은 사람은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오랜 맘고생 끝에 겨우 조그마한 깨달음에 도달했다.제 타고난 성품은 싸워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타고난 대로 받아들이자. 그리고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자. 거기 전념하여 자신감이 생기면 수줍음을 깔고도 남과 대등하게 응대할 수가 있다.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서재단을 시작한 것이 나를 창살 없는 감옥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이따금 역사적인 인물 가운데 수줍은 사람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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