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등에 업혀 지구로 돌아온 북한
한국의 등에 업혀 지구로 돌아온 북한
  • 미래한국
  • 승인 2012.09.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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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은 대한민국이 북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날이다. 21년 전인 1991년 9월 18일 탈냉전 바람을 타고 한국이 벌인 북방외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한이 함께 유엔에 가입했다.

한국은 1948년 제3차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된 후 1949년 1월부터 여러 차례 유엔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소련의 거부로 번번이 좌절됐다. 북한 역시 1949년 2월 유엔 가입을 신청했지만 소련 외에 협조해주는 나라가 없어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외교전의 결실 해외 언론 평가

그러다가 한국의 적극적인 북방외교를 통한 구소련의 대한민국 유엔 가입 지지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졌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기울였던 총체적인 외교전의 소중한 결실이었다.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지자 세계 언론들은 앞 다퉈 이를 평가·전망했다. 그해 9월 17일 미국 시애틀 타임스는 “남북한 유엔 가입은 북한의 고립주의보다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실체를 인정한 것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은 전쟁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같은 달 18일 “한국은 뒤늦은 유엔 가입으로 한반도 통일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고 지역 및 세계의 안보와 번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보다 앞서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그해 8월 7일 사설을 통해 “냉전의 마지막 보루 중 하나로 40년 전부터 유엔군이 주둔해 온 한반도가 그동안 유엔 비회원국으로 남아온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으로 이 같은 외교적 착오가 종식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은 양국의 지위를 결정적으로 개선시켜 남북한 관계 정상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인 평화통일로의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리그라프는 9월 18일 북한의 유엔 가입을 “북한이 자신의 의도대로 통일을 이룰 수 없음을 받아들인 것”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사설을 통해 “남북한이 모두 유엔회원국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휴전선에 걸쳐 있는 긴장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세계 언론들의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관련한 평가는 대부분 옳았다. 그러나 전망에서는 빗나간 부분이 많았다.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북한의 호전성으로 한반도 정세는 지금 초긴장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말로만 유엔 회원국이지 행동으로 보면 회원국이 아니다.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국제협력 증진이란 유엔의 임무와 역할을 외면한 채 핵과 인권 문제로 유엔과 대립·갈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지면서 한반도 주변의 정치 지형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북한이 그 임무와 역할을 외면하고 민간인 거주 지역(연평도)에까지 공격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초긴장의 연속이다.

1994년 이후 북한은 툭하면 ‘서울 불바다'를 입에 올리며 한반도 정세를 고의로 긴장시켜왔다. 그런 가운데 그동안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한 차례의 대청해전, 저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과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한반도 정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1991년 9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직후만 해도 한반도는 평화무드로 젖어드는 듯했다. 남과 북은 이듬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발효시켰다.

‘남북 기본합의서’는 한반도 안보에 있어 절체절명의 과제인 비핵화를 비롯해 상대 체제 인정과 존중, 내부문제 불간섭, 무력 불사용 및 불가침 등 남북관계의 기본 틀을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합의서들을 헌신짝 버리듯 했고 그 이후로도 그러했다. 7년 전인 2005년 9월 19일 북한은 북핵 6자회담 ‘9·19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중유와 식량 지원 등 막대한 대가를 챙기면서 ‘거짓 핵 폐기 약속’을 팔았다.

되돌아보면 남북으로 갈린 한반도의 현대사는 유엔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 한국전쟁,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안정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과 긴장 조성 때마다 유엔은 북한을 견제하고 평화를 지켜왔다.

대한민국은 이런 유엔의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는다. 유엔 연합군의 도움으로 공산화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은 전후 유엔의 지원을 크게 받았다. 그에 힘입어 자유민주주의를 지켰고 전쟁으로 인한 잿더미 위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오늘날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유엔의 원조로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던 대한민국은 이제 유엔의 11번째 재정지원국이 돼 세계 여러 나라를 돕고 있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6·25전쟁을 지켜본 외국 종군기자가 “차라리 적에게 내주고 싶은 이런 나라를 위해 왜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느냐”며 빈정댈 정도로 가난했다.

그러나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8·15해방 이후 전쟁을 겪으면서 유엔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변방의 작은 나라 한국이 불과 20년 사이에 세계평화 외교의 사령탑인 유엔 수장을 비롯해 국제기구의 고위급 인력을 대거 배출할 만큼 성장했다.

유엔에 가입하고 나서 지난 20여년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그 존재를 알리는 데 열중해왔다면 이제는 유엔의 실질적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에 앞장서서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뛰어야 한다.

남북 ‘동해 표기’ 공감대 모범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의 유엔 가입은 그동안 지구촌 밖에 살던 북한이 대한민국의 등에 업혀 지구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진정한 일원이 되지 못한 채 지구촌 망나니 노릇만 하고 있으니 딱하다.

유엔 가입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제무대에 섰다. 그렇다면 유엔의 최종 지향점인 인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핵을 포기하고 인권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

작금 한반도 주변정세는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등으로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이런 때일수록 남과 북은 반목과 불화를 씻고 국제무대에서나마 최소한 화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지난 7월 31일 남과 북이 유엔에서 공조해 ‘동해 표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넓혔던 그러한 자세로 말이다.(미래한국)

김상백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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