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이 보는 박근혜와 안철수
美 언론이 보는 박근혜와 안철수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09.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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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엘리자베스 여왕, 안철수는 로스 페로”

블룸버그 통신 논평가인 윌리엄 페색은 한국인들은 오는 12월 대선에서 ‘엘리자베스 1세’ 아니면 ‘로스 페로’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박근혜 후보이고, 로스 페로는 안철수 후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혼 여성으로 영국을 1558년부터 1603년까지 다스린 엘리자베스 여왕이 역시 미혼인 박근혜와 유사하고 1992년과 1996년 미국 대선에 제3당 후보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켰던 로스 페로가 역시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안철수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미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가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 최초로 대통령 후보가 된 것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자’ 오명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점,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 대선 후보임에도 그녀가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로스 페로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며 기성 정치계에서 때묻지 않는 신선함으로 한국정치에 건설적인 영향을 줄 사람으로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페색 논평가는 공화당의 조지 H.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붙었던 1992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인기를 끌어 양대정당 간 대선에 식상해하던 미국인 1,970만명의 표를 획득해 3위를 했던 것을 소개하며 안철수 바람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페로 후보는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무시하고 싶어했던 재정적자 감소를 줄기차게 요구해 두 후보가 이 이슈를 다루도록 했다며 안철수의 비평들은 한국의 양대 정당이 한국인들의 이익을 위해 그동안 무시해왔던 현안들에 집중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해도 한국 내 커가는 빈부격차,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경쟁력 문제, 대북관계 등 주요 이슈에 대한 토론을 자극해 그의 대선 출마는 한국에 좋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부모가 다 살해됐다며 동일한 아픔을 가진 박근혜는 베테랑 정치인으로 남성 위주의 한국사회에서 첫 번째 여성 대통령 후보로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박근혜에 대해 강력한 가부장적 사회에서 권력을 추구하는 미혼여성, 대기업과 각별한 정당 출신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하는 자 등으로 묘사했다. 신문은 박근혜가 한국을 가난에서 건져낸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유교적 사회에서 유리 천장을 부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독재자’라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자리가 없는 젊은 한국인들의 곤경에 동정하며 자신과 당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 위주 사회에서 첫 여성 후보로 등장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모습을 두고 박근혜가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을 중도로 옮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복지를 더 강조하고 덜 이념적이고 실용적인 도시 유권자들을 겨냥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며 북한과의 교류 증진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증거라고 저널은 평가했다.

저널은 안철수의 등장으로 박근혜의 가장 큰 위험은 자신이 구식의 기성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널은 안철수 바람은 변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망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안철수가 의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컴퓨터 백신 소프트웨어회사 사장에서 교수로 변화하고 지난 11월 1억3천만달러 규모의 사재를 저소득 가족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들은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널 역시 안철수의 등장으로 박근혜는 갑자기 현상 유지 혹은 구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바뀌었지만 안철수가 실제 정치 현장에 들어오면 그에 대한 신비로움과 환상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널은 폭압적인 박근혜를 의미하는 ‘박근혜는 폭군’, 무능한 안철수 정부를 상징하는 ‘안철수는 바보’라는 말처럼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자’ 이미지를, 안철수는 정치 경험과 경력이 일천한 자신의 배경을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박근혜가 부상하는 데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육영수 여사는 생존에 나환자들과 악수하고 아픈자를 끌어 앉는 등의 모습으로 국모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며 사람들은 70년대 헤어스타일을 한 박근혜를 보면서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배경으로 박근혜는 부패로 얼룩진 보수정당의 리더라기 보다는 영화스타, 심지어 성인(聖人)으로 한국에서 추앙되고 있다고 보았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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