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영토분쟁을 통해 본 ‘힘의 정치’
中-日 영토분쟁을 통해 본 ‘힘의 정치’
  • 이춘근 박사
  • 승인 2012.09.27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본과 중국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첨예한 상태로 대립 중이다. 일본 정부는 9월 10일 중국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센카쿠 섬을 일본인 개인 소유자로부터 한국 돈 약 300억 원에 구입, 국유화 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중국은 자신들은 댜오위다오라고 칭하는 센카쿠 섬을 영해기선으로 삼는다고 선언했다. 중국 역시 이 섬은 자국 영토라고 법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후 중국과 일본 양국 간 긴장은 고조되고 있으며 무력분쟁 직전 상황까지 이르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무려 12척의 해양감시선이 댜오위다오 해역에 진입했고 일본 역시 군함을 이 해역에 파견했다.

전쟁의 포성은 바다에서 일 것

21세기는 비록 테러리즘의 시대이며 세계 곳곳에서 내란이 발발하고 있지만 국가들 간의 전쟁 발발 빈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줄어든 시대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앞으로도 국제 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대단히 낮아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전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의 국가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만약 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전쟁의 첫 번째 포성(砲聲)은 바다에서 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전쟁을 분석하는 학자들이 발견해 낸 사실은 국가 간 분쟁 중에서 영토 분쟁이 전쟁으로 확전(擴戰)될 가능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이다.

센카쿠/댜오위다오가 더욱 첨예한 대립 요인이 되는 이유는 이 섬 부근 해저에 대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은 모두 에너지가 궁핍한 나라이며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일은 국가의 사활과 연결돼 있다. 일본이 일으켰던 태평양 전쟁의 직접 원인 역시 ‘에너지 확보’ 라는 것이었다.

이상의 전쟁 이론에 입각해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데 21세기인 현재 일본과 중국이 이 섬을 둘러싸고 혈압을 높이게 된 다른 이유들이 있다. 이 같은 이유들을 우리가 정확히 파악해야만 전략적으로 이 사태에 대처할 수 있다.

우선 일본이 최근 독도를 비롯해 센카쿠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국제분쟁의 적극적 당사자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국가로서 정상(正常)인 나라는 아니었다. 현대 국가의 행동에 관한 결정적인 정의는 찰스 틸리(Charles Tilly)라는 유명한 사회학자가 말한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전쟁을 만든다(war made the state and the state made war)’라는 것이다.

국가는 전쟁의 산물

현대 국가는 전쟁의 산물이며 전쟁을 치르기에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라는 사실이 현대 국가의 속성이다. 그러나 전후 일본은 국가정책의 수단으로서 전쟁을 부인하는 국가임을 강요 당했다. 패전국 일본은 미국이 만들어준 평화헌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을 패망시킨 미국의 목표는 일본을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 역사는 그렇게 진전되지 않았다. 냉전의 상황에서 일본은 재무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무장한 일본 군대는 국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다. 일본의 국방부도 방위성이 아니라 방위청으로 불렸다. 방위청(防衛廳)이 방위성(防衛省)이 돼 국방담당 최고 인물이 장관(대신)급 으로 승격된 것도 겨우 5년 전인 2007년의 일이다. 일본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말하는 ‘보통국가’가 된다는 의미는 국군을 가지고 국가 정책으로서 전쟁을 고려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과 동의어다.

한때 미국에 이어 세계 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각광받았던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경제발전이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며, 고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어려움마저 겪게 돼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국가 몰락의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저토록 헤매고 있는 일본은 근대 최초로 서양 강대국을 물리친 동양국가였고 세계 최강 미국과 전쟁을 벌인 나라였고, 패하기는 했지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 미국을 다시 위협했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범국가였다. 그런 나라가 이제 늙고 병든 나라로 남의 조롱을 받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에서 보듯이 일본은 자연재해로 인한 위기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나라가 돼 버렸다.

일본과 중국의 속내는

일본이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를 개조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한 국가가 국제분쟁에 말려 들 경우 가장 신속하게 국가를 개조할 수 있다. 국민의 의식과 국가의 동원체제가 정비되는 기회다. 그래서 찰스 틸리는 전쟁은 현대국가 건설의 기초가 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일본은 독도와 센카쿠에서 동시 다발 분쟁을 일으켰는데 특히 센카쿠에 대한 조치는 중국의 격렬한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중국은 지금 국가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경이적인 경제성장 속도가 한풀 꺾인 상태며, 일본이 20년 전 당했던 것처럼 심각한 경제버블 붕괴의 가능성마저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동안 완벽한 안정성을 자랑하던 중국의 정치 시스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정권 교체를 앞둔 불안전한 시점이며, 중국 지도부의 치부가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 역시 주권과 자존심 문제인 댜오위다오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사람이 몇 명만 모여도 쩔쩔 매며, 당장 달려가 강제 해산했던 중국 정부인데 최근 보이는 엄청난 규모의 데모 군중은 역설적으로 중국 정부의 통제력에 문제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중국과 일본 양국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태가 하나 있다. 모두 미국을 자기편으로 묶어 두려고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자국을 방문한 패네타 미 국방장관에게 센카쿠 분쟁이 격화될 경우 미일동맹을 적용시켜 달라고 신신 당부했다.

방일 직후 중국을 방문 중인 미 국방장관은 중국으로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최대의 정중한 예우를 받고 있다. 패네타 장관의 전임 게이츠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던 2011년 1월 중국은 보라는 듯 스텔스기를 실험하며 미 국방장관을 겁주고 모욕했다.

국제정치는 파워 폴리틱스(power politics)라는 사실이 다시 증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제정치 무대를 ‘양과 사자가 함께 거니는 동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과 중국의 행태를 보며 힘센 나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배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