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대통령 후보는 있는가?
준비된 대통령 후보는 있는가?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09.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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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망생이 아니라 지도자가 필요하다
 

1961년 2월10일 백악관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쿠바 미사일 위기에 결정을 내려야 했던 케네디의 뒷모습이다. 〈뉴욕타임스> 사진기자 조지 테임스는 자신이 촬영한 이 사진에 ‘가장 고독한 자리(The Loneliest Job)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쿠바 미사일 위기의 상징이 됐다. 동시에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외로움과 책임을 나타내는 이미지가 됐다.

케네디는 ‘시끌벅적한 투우장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바로 황소와 맞서야 하는 자’라고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그처럼 외롭고 황량한 삶이 가능하리라고는 꿈도 못 꿨다”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도 대통력직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트루먼(33대 대통령)은 백악관을 “거대한 하얀감옥”이라고 표현했고 빌 클린턴(42대 대통령)은 “연방 교도소의 백미”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거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라고 보좌관들에게 대통령 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뉴스위크지가 보도한 적도 있다.

미국의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못해먹겠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그 놈의 헌법”이라는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가장 외롭고 쓸쓸한 자리”라고 고백했다.

권력 핵심에 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들이 올라오고 판단조차 불가능한 모호한 위기상황들이 보고된다고 한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감당하기 어려웠다”라고 실토했다. 노대통령은 그때까지 자기가 신뢰하고 있는 라인으로부터 ‘북한의 핵실험은 없다’라는 정보를 믿어 왔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김대통령은 북한이 2004년 2월 미국측에 핵개발 프로그램 존재를 인정하기 전까지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터무니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잘못된 판단을 하는 대통령들은 대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 사실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북한 핵은 자위용’이라고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후에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너무 두려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보라는 상황에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4대강 사업으로 사회비용 해소의 인프라를 구축한 점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역시 그렇게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1998년 국회의원직 상실 이후 李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즈니스맨으로 재기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만일 그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BBK나 인터넷은행과 같은 불투명한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李대통령 인수위의 ‘아린쥐’,‘고소영, 강부자 내각’ 등에서 정당화된다. 인수위의 면모는 그의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뿐만 아니라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어처구니 없는 청와대 뒷동산의 ‘아침이슬’ 해프닝,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단호하게 맞서지 못했던 태도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한계였다. 안보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준비된 대통령을 들라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그나마 준비된 대통령을 들라면 김대중과 이명박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대한민국을 반석위에 올려 놓은 인물들이다. 김대중과 이명박은 국가 위기 상황에 필요한 대응을 펼 수 있는 판단력과 지도력을 갖고 있던 인물들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의 지도자는 어떤 자여야 하는가? 이승만,박정희의 탁월함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최소 김대중의 소통력과 이명박의 판단력 정도는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는 대통령도 문제지만 경험과 능력에서 검증받지 못한 후보들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도 우리 국민에게는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정치 지망생이 아니라 지도자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 조국 교수가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이기 때문에 ‘문안드림’ 단일화를 하면 시너지가 창출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한 번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문재인 후보의 장단점은 ‘정직하지만 능력은 알 수 없다’라고 요약된다. 안철수 후보는 ‘진솔하지만 경험이 없다’라고 정리된다. 그렇다면 이 두 후보의 보완재 요소를 합친 단일화 대통령은 이렇게 정리된다.

‘정직하고 진솔하지만 능력과 경험이 없는 대통령’

북한 핵실험에 ‘감당할 수 없었다’던 죽은 노무현을 다시 뽑자는 이야기인가?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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