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추석인사말"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추석인사말"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09.28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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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8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6위 -

- 추석은 정치적이다.

- 추석의 유래는 농경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을 추수를 끝내고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들에게 감사 차례를 지내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차례상이나 산소에 바치는 ‘오려송편’은 가장 먼저 수확한 햅쌀로 빚은 명절 떡을 의미한다.

- 그런데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추석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추석을 대표하는 말은 더 이상 햅쌀과 햇과일이 아니다.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가족친지들을 만나기 위한 ‘민족 대이동’이야말로 설과 추석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표현이 되었다.

- 긴 시간동안 떨어져 지낸 가족들은 회포를 풀면서 달라진 서로의 상황과 견해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현실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한 대화 역시 ㅎ오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생각의 편린들은 나와 비슷한 사고방식,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친지들과의 대화 속에서 한쪽으로 정착되곤 한다.

- 바로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선 후보를 위시한 정치인들은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추석 직전엔 되도록 자신과 관련된 안 좋은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고, 가족들끼리 얘기하기에 쉽고 편한 화제를 만드는 쪽으로 행보를 조절한다.

- 추석의 정치성은 비단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을 대할 때에도 고도의 정치성은 요구된다. 노총각, 노처녀 조카들에게 상처 되는 말을 하거나 취직을 하지 못한 삼촌에게 결과를 물어보는 실례를 범할 수는 없는 것이다.

- 평소 연락에 소원했던 지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처한 상황에 민폐가 되지 않으면서 지혜롭게 안부를 전하는 표현법이 요구된다. 가족이든 지인이든 오랜만에 맞닿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요구되는 아이러니. 이쪽이야말로 21세기 추석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

- 연휴를 앞둔 오늘 오후 2시, 한국인들이 ‘추석인사말’을 검색한 이유도 어쩌면 추석의 정치성을 체득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심스레 선별된 자음과 모음의 조합 속에서 부디 서로가 원만한 연휴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얼추 비슷할 것이다. 추석은 정치적이지만, 그래서 또한 인간적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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