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싸이외신반응"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싸이외신반응"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0.05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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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5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5위 -

- “통통한 34살 청년이 국가적 영웅이 됐다”, “미국시장에서 단기간에 성공을 거둔 싸이가 한국 최고의 문화 전도사가 됐다”, “팬들은 황홀경에 빠졌다” …… .

- 시청 앞이라는 공간은 독특하다. ‘광장’이라는 단어가 그러하듯이 이곳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일거에 토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넘실거린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시청 앞에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면 그것은 국가적 사안의 발생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월드컵이 그랬고 2008년의 촛불 파동이 그랬고, 어제는 싸이였다.

- 지난 9월 25일 빌보드 Hot100 차트 2위를 기록한 싸이는 “1위를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무료로 공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맥락에서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시청 앞을 연상시켰다.

- 10월 13일자로 새롭게 발표된 빌보드차트에서 싸이는 재차 2위를 기록했지만 4일 저녁 시청 앞에서 무료 공연을 했고 웃통도 벗었다. 운집한 관중은 8만 명. ‘1위가 아니면 어떠랴, 이미 당신이 최고’라는 분위기로 하나 된 그들은 일제히 떼창을 하고 말춤을 추었다는 후문이다. 오늘 오후 2시 한국인들은 어제의 명장면을 외신들이 어떻게 봤는지를 궁금해 했다.

- 캐나다 외신에서 사용한 ‘국가적 영웅’이라는 표현은 달라진 싸이의 위상을 수식하는 적절한 말이다. 7월 15일 ‘강남스타일’ 음원 발표 당시 싸이는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던 입장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대한민국’의 국가적 영웅이자 문화책사, 심지어 대변인의 역할을 위임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왔다.

- 9월 중순 정부가 싸이를 독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뉴스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암시한다. 외교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자리에 K-POP 스타를 임명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복잡하게 엉킨 국제정치의 실타래를 ‘인기’라는 지렛대로 풀어보겠다는 움직임에 다름 아닌 것이다.

- 어제 시청에서 이뤄진 공연의 제목은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였다. 하루 두 끼 라면만 먹으며 연습을 거듭해 온 권투선수에게나 써야 할 듯한 ‘석권’이라는 단어가 싸이와 자연스럽게 매치되는, 지금은 그런 분위기다. 병무청과 갈등을 빚으며 군대를 두 번 다녀오고 욕설 섞인 반미(反美) 메시지의 노래를 녹음한 사고뭉치 싸이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중이다.

- 한때는 싸이를 미워하고 무관심했던 대중들도 이제 그에게 감정을 이입해 '글로벌 석권'의 꿈을 키워가게 되는 것일까. 인기라는 지렛대 하나가 모든 것을 봉합할 충분한 명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강남스타일’은 그저 유쾌한 작품일 뿐인데, 다수의 세계인이 반응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적인 의미까지 얹어야 한다면 <무한도전>이 그랬듯 결말은 예술의 적, 무거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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