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지대'는 분할될 수 있을까
'제 3지대'는 분할될 수 있을까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0.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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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검증 진행되면서 부동층 이동 가능성 有

서기 207년, 후일 촉(蜀)의 승상이 되는 제갈공명은 조조에게 쫓겨 형주(荊州)에 와 있던 유비로부터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예로써 부름을 받고 그의 책사(策士)가 된다. 이때 제갈공명이 유비를 위해 내놓은 계책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였다.

강동의 손권과 함께 조조를 견제하면서 형주(荊州)와 익주(益州)를 차지한 뒤 조조-손권과 나란히 중국 대륙을 3등분해서 통치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유비와 제갈공명은 결국 천하삼분에 계획대로 천하삼분에 성공했고, 중국 대륙의 패권 향방은 위(조조)-오(손권)-촉(유비)의 3자대결 구도가 됐다. 이때부터 ‘천하삼분지계’는 3자대결 구도를 지칭하는 보편적인 어휘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3자대결 구도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지난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김대중 양자대결 구도 하에서 정주영 후보가 출마를 강행함으로서 대선은 3자구도로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정 후보는 16.3%를 득표했다.

97년 대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와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양자대결 속에서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제3후보로 출마하면서 3자대결로 치러졌다. 대선을 완주한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은 19.2%였다.

2002년 대선에서도 제3후보는 등장했다. 월드컵 4강 열풍을 업고 출마한 정몽준 후보는 그해 9월말까지 3자대결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등 선전했으나 11월말에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뤄냈다. 결과는 단일화를 통해 정몽준 후보의 지지도를 대거 흡수한 노무현 후보의 승리였다.

안철수, 제3후보일까 불쏘시개일까

이번 선거에서는 안철수가 제3후보 자리를 점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양자대결 구도 속에서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 층을 파고 든 안철수가 제3후보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2002년 선거를 돌이켜 보면, 이회창 후보로서는 ‘3자대결 필승론’만 믿고 있다가 패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단 한번도 이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지지도에서 역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3자구도 하에서도 노무현과 정몽준의 지지도를 합치면 항상 이회창보다 높았다. 단일화를 통한 판세 역전 가능성은 이미 잠복해있던 셈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박근혜-안철수-문재인 3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2002년에 그랬듯이 안철수+문재인 지지율을 합치면 박근혜를 훌쩍 넘는다. 게다가 박근혜vs안철수 및 박근혜vs문재인 가상대결에서도 접전 양상이다. 실제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컨벤션 효과로 인해 단일후보의 지지도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새누리당 측에서도 2002년과는 달리 안철수-문재인 단일화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셈이다. 만약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그 순간부터 대선은 양자대결로 치러지게 된다. 

제3지대 분할되면 여권에도 희망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이대로 3자구도가 지속되는 경우 뿐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제3지대를 안철수 후보가 독점하면서 그 유권자들의 표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다가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을 극대화시킨다는 게 야권의 시나리오라면, 그 3지대가 분할되는 시나리오가 새누리당에게 있어서 한가지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군소후보로 출마한 강지원-박찬종 등의 후보들에게 제3지대의 지지도가 옮겨가는 시나리오다. 강지원 후보는 이미 여론조사에서 3%대 지지를 얻고 있다. 또한 박찬종 후보는 지난 92년 대선에서 제3후보로 출마해 6.2%의 지지를 얻었으며, 97년 대선을 앞두고는 여당인 신한국당의 경선에서 그해 초반까지 지지율 1위를 달린 ‘거물급’ 군소후보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 계속되면서 그의 지지율에서 거품이 빠지고, 이로 인해 안철수 후보의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 중 일부가 이들 군소후보들에 대한 지지로 선회할 경우에는 제 3지대의 분할을 예측할 수 있다. 강지원-박찬종 두 후보들은 민주통합당과의 후보단일화 의사가 없는 순수한 의미의 제 3세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안철수에게 쏠려 있는 제3지대가 분할된다면 추후에 안철수-문재인 단일화가 진행되더라도 그 파괴력은 대폭 감소하게 된다.

막판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효과로 인해 야권의 승산이 높다고 점쳐지는 상황에서 제 3지대의 분할 시나리오는 여권이 희망을 가질 만한 또 하나의 경우의 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변희재 회장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강지원, 박찬종, 이인제 모두 지지율 3-5% 정도 나올 텐데, 다 합치면 10%가 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제 3세력이 될 수 있다”며 “안철수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면 안철수의 지지율이 이리로 넘어오면서 의외로 대선의 변수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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