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은 안보수업부터 받아야”
“대선 후보들은 안보수업부터 받아야”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0.1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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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용원 한국국방안보포럼 기획조정실장

유용원 조선일보 기자는 대한민국 최초의 군사전문기자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0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1993년부터 국방부를 담당했으며, 2001년 8월부터 <유용원의 군사세계>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지난 4월 누적방문자 2억명을 돌파하는 등 군사매니아들이 대거 찾는 커뮤니티 중 하나다.

유 기자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의 기획조정실장도 겸임하고 있다. <미래한국>은 10월 4일 서울 용산 한강로에 있는 KODEF 사무실을 찾았다. 유 실장으로부터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각종 국방-안보정책 및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다음은 유 실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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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협상, ‘사거리’가 다는 아냐

- 이번 한미 미사일 사거리 연장 협상이 사거리 800km에 탄두중량 500kg으로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의미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보통 미사일 지침 협상에서 사거리에만 관심을 많이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거리 외에도 방금 말씀하신 탄도중량, 또 UAV(무인항공기) 탑재중량, 민간고체로켓 허용문제 등 크게 4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이들 모두 중요한 내용들입니다. 사거리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탄도 중량도 늘어나야 하고, UAV 탑재중량 역시 증가돼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한국군의 무인공격기 보유가 허용돼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민간 우주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고체로켓도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만 이 역시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 중요한데, 정부에서는 사거리를 800km로 늘리는 데 주력한 것 같습니다.

- 800km라는 사거리 뿐 아니라 500kg으로 제한된 탄두중량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500kg 정도의 재래식 탄두는 대략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질까요?

관통용이냐, 고폭탄이냐에 따라 약간 다릅니다. 참고로 현재 한국군의 현무 미사일에 탑재된 탄두의 중량이 그 정도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구요. 대략 반경 수십미터 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 만약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 미국과의 합의 절차를 생략하고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설 경우 미국의 대응 수위는 어느 정도일 거라고 보시는지요? 실제로 우리 정부에 이 같은 강경책을 주문하시는 분들도 꽤 계신 것으로 압니다만.

미국이 즉각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는 정도의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미간 많은 현안 문제들에서 마찰이 생길 가능성은 높습니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방위금 분담 등의 현안들과 관련해서 미국이 유·무형의 보복 또는 반발 및 각종 감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보유를 우려한 중국과 일본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일본이 실제로 미국에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경우는 미국과 특수 관계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거리가 1000km 이상 증가하는 데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리라고 보는데요. 중국이 직접 미국에 대해 그런 메시지를 전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KFX와 3차 FX 연동시켜야

- KFX 사업이 예산만 수백억 쓰고서 좌초 위기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걸 일단 보류하고 3차 FX사업에 전력을 집중시키는 게 맞다고 보시는지요? 아니면 차기 정권에서라도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원래 현 정부의 기본 방침은 3차 FX와 KFX 사업을 연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KFX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3차 FX사업으로부터 절충교역 조건으로 이전받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다가 3차 FX 사업이 지연되면서 KFX와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KFX 사업의 경제성이 약하다는 논리로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결국 2013년 예산을 보면 연구.용역 및 기본 디자인 비용에 들어갈 45억원만 제외하고는 모두 삭감됐습니다. 좀 아쉬운 대목이구요. KFX 사업과 3차 FX 사업을 연계시켜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 등을 감안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중국의 군사력 증강 추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분쟁 상황에서 각종 무력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음 타깃이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미 중국이 이어도 인근에 무인정찰기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중국과의 남해 힘겨루기에 대비해 우리 해군이 어느 정도로 전력 증강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우리 해군이 2000년대 초반에 전략기동함대를 고안하면서 KDX-3(이지스함) 6척, KDX-2(한국형구축함) 12척, 독도함급 대형상륙함 3척으로 해군의 주력을 구축하려는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예산문제로 인해 현재 반토막이 난 상황인데요. 이지스함을 포함한 수상함들의 증강도 필요하구요. 그와 더불어 잠수함전력 증강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잠수함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무기입니다.

현재 우리가 잠수함을 총 18척을 보유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도 지금 잠수함을 대폭 늘리고 있고 중국은 이미 신형 핵추진잠수함들 뿐 아니라 재래식 잠수함들을 추가 건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면에서 잠수함 전력 증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방금 말씀하신 수상함-잠수함 등 한국 해군의 전투력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전술적.전략적 이득은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요?

제주해군기지는 이어도에서 중국과 분쟁이 벌어졌다고 가정할 경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리 해군이 중국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다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진해나 부산항에서 출동하는 경우에 비해 제주해군기지에서 출항하면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됩니다.

만약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지 않고 현 상황대로 간다면, 중국쪽 해군기지에서 출동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느려지게 됩니다.

또 한가지 명심할 부분은 제주 남방 해역이 원유 등 우리의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중요한 해상교통로라는 사실입니다. 전략물자의 대부분이 그쪽을 통해서 오는데요. 이런 수송루트 보호 차원에서도 역시 제주해군기지는 큰 도움이 되겠죠.

제주 해군기지, 무역로 보호 위해서도 필수

- 10월 3일에 충격적인 기사가 나왔는데요. 중국이 센카쿠열도 부근까지 온 미국 항공모함 전단을 겨냥해서 핵미사일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였습니다.

즉 미국을 상대로 핵으로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발상인데, 이런 무리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중국이 그동안 ‘항모 킬러’라며 자랑해 온 ASBM(대함탄도미사일)의 정확도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도 되는 듯 합니다만.

우선 저는 그 해당 기사의 신뢰성에 대해 판단을 보류하고 싶습니다. 군사상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핵탄두 장착 미사일을 겨냥할 만큼 위기가 고조된 상황도 아니구요. 그 보도의 사실 여부를 조금 더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중국의 ASBM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미국 펜타곤(국방부) 등에서 나온 보고서 등을 봐도 아직 중국이 100% 개발을 끝내고 실전 배치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것 같습니다. 즉 ASBM으로 당장 미국 항모전단을 겨냥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ASBM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탄도미사일 자체 뿐 아니라 인공위성 등을 통해 미국 항모전단의 움직임을 치밀하게 추적해야 하고,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후에도 항모전단의 이동거리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탄도미사일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탄도미사일이 탄착점을 수정해서 목표를 명중시켜야 하는데, 이게 기술적으로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이런 체계를 중국이 완비시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 마하 7~8의 속도로 고공낙하하는 탄도미사일에다가 종말유도장치를 달아 궤도를 수정한다는 건 기술적으로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과연 가능할까요?

기술만 완비된다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국방·안보정책과 관련해서 차기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

차기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15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됩니다. 이에 대한 준비를 사전에 철저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에 한반도 안보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 급변사태가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럼 점에서 차기 대통령은 사전에 전문가들로부터 관련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해야겠죠. 그래야만 안보문제에 있어서 준비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치권 일각에서 모병제를 주장하는데요, 어떤 입장이신지요?

의외로 일선 장교들과 얘기를 해보면 모병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징병제 하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자살자 등이 생기면 대단히 큰 문제가 됩니다. 모병제가 되면 이런 우려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죠.

하지만 저는 현 상황에서 모병제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예산문제가 있죠.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건비가 소요될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북한에서 언제 급변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데, 그 경우 북한에서 안정화작전이 필요할 경우 병력의 질도 중요하지만 숫자도 중요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안정화작전을 진행할 경우에 치안 유지를 위해 30만~40만명의 병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병력 감축이 필연적으로 전제되는 모병제로의 전환은 적어도 당분간은 무리입니다. 앞으로 통일 이후 징병제와 모병제를 병용하는 형태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사진/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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