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서울대 대출 도서 1위"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서울대 대출 도서 1위"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0.12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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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2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3위 -

- 책을 선택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타인의 목록을 따라 읽어보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의 대출도서 목록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 학업능력이 가장 뛰어난 (혹은 그럴 것으로 추측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또한 그들의 목록과 자신의 목록을 교차시키면서 교집합을 확인해 보는 가늠자의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2012년 1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였다. 인문학과 과학을 교차시키며 문명발전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하는 이 명저는 올 한 해 동안 총 81회 대출되었다. 그 뒤로 정이현의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 시선을 넓혀 100위까지의 순위를 훑어보면 책을 읽는 한국 청춘들의 내면지도가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대출목록 보기) 에세이를 포함한 문학의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심리학을 포함한 인문학/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다.

- 정치 분야에 대한 관심 역시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62위), 존 로크의 <통치론>(61위) 등에 투영되어 있고 <정의란 무엇인가>(20위)로 대표되는 ‘마이클 샌델 열풍’도 목록 안에 반영되어 있다.

- 하지만 세태가 반영되었다는 사실이 균형 잡힌 리스트임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경제 분야에 대한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대출목록은 1-100위권 내에서 양적으로 별로 풍성하지 않을뿐더러 질적으로도 큰 정부를 선호하는 저작들에 치중된 모습을 보인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100위)와 <88만원 세대>(11위) 등의 책이 리스트에 속해 있는 가운데, 그나마 시장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나마 친화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책은 기초교재의 성격이 강한 <맨큐의 경제학>(12위)과 대중서적으로 저술된 <경제학 콘서트>(67위) 정도다.

- 부르디외의 책 <구별짓기>(47위)가 그렇듯 사회적 문제를 얘기하는 상당수의 책들에서 발견되는 구절은 “시장을 맹신하는 자본주의 질서가 담론의 대세를 점한 것이 문제”라는 따위의 것들이다. 그런데 정작 그 ‘맹신주의자’의 책들은 베스트셀러의 목록에도 없고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대출목록에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

- 비판론자들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대세’란 대체 얼마나 위력적인 것이기에 끊임없는 저주의 대상이 되는 걸까? 하이에크와 미제스, 애덤 스미스와 밀튼 프리드먼을 읽지 않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 어느 날 갑자기 자유주의자가 될 리는 없을 것이다. 한국 자유주의의 길이 여전히 멀고도 험한 이유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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