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최악의 대학전공"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최악의 대학전공"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0.16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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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6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9위 -

- 우리 시대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헛소문은 ‘청년들이 평등을 좋아한다’는 명제다. 평등을 좋아하는 것치곤 언제나 눈치를 보고 ‘서열 매기기’에 몰두하는 것 역시 명백한 청년들의 민낯인 것이다.

- 스무 살이 넘어서까지 타인들 눈에 스스로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과도하게 신경 쓰는 심리를 ‘괜찮아’로 뒤덮으면 멘토가 되어 출세할 수 있고, ‘너희 탓이 아니야’로 뒤덮으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으며, “정신 차려”라는 따끔한 충고를 해 주는 어른들만이 순식간에 ‘꼰대’가 된다는 불편한 진실.

- 여기에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가 ‘최악의 대학전공’을 서열로 매기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기사를 실을 수 있다. 지난 10일 포브스는 조지타운 대학이 2010-2011년간 진행한 연구 보고서를 분석해 실업률과 평균 연봉에 있어 가장 최악인 대학 전공 10개 분야를 선정해 발표했다.

- 1위는 인류학‧고고학, 2위는 영화‧영상‧사진 전공, 3위는 미술, 4위는 철학‧종교, 5위는 교양, 6위 음악, 7위 피트니스, 8위 그래픽 디자인, 9위 역사, 10위 영어‧영문학이 차지했다.

-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직업에 대한 서열 매기기 결과가 발표되어 눈길을 끌었다. 1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생 6291명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을 조사한 결과 1위 초등교사, 2위 의사, 3위 공무원, 4위 중‧고교 교사 순으로 조사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대답한 희망직업 개수는 212개로 다양한 편이지만 ‘안정성’의 마수가 아이들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 의문은 남는다. 모든 이들의 염원인 안정성을 손에 넣은 이 땅의 초등 교사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할까? 의사와 공무원들은 넘치는 행복에 겨워 살고 있을까? ‘최악의 전공’을 수료한 미국의 인류학‧고고학 출신들이 자리 잡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들 이 현실은 앞으로도 ‘안정적’일까?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늘 좋은 것일까?

- 청년들이 마음 속 깊은 속에서부터 평등을 좋아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짧은 인생을 거치며 자유(自由)의 짜릿함을 이미 맛보았기 때문이다. 삶이란 안정적이지도 평등하지도 않기에 기쁘고 신나며 의미 있는 것임을 청년들도 이미 알고 있다.

- 오늘 오후 2시 한국인들은 ‘최악의 대학전공’을 검색했지만, 좋게 말해도 가십에 지나지 않는 정보일 뿐 이 세상에 최악의 전공 따위는 없다. 본인의 전공이 이 리스트에 들었다는 사실에서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 학문에서 스스로의 자유를 발견한 사람이라면 도리어 설렐 일이다. 이 두 사람이 지금은 ‘평등한’ 상태일지 모르겠으나 곧 그렇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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