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13년 결과는?
의약분업 13년 결과는?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0.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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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제조·항생제 처방, 여전히 뜨거운 감자

올해로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3년째다. 의약분업은 의사가 치료의 수단으로 환자에게 약을 사용하려고 할 때,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만을 교부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고 투약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즉 전문 의료인인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진단해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가장 적합하게 처방한 후에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전문적으로 의약품을 조제하고 판매하는 제도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제도가 시행돼 왔다. 한국에서도 의약분업은 지난 90년대 초부터 꾸준히 논의됐으나 의료수요자의 불편 및 의료업자와 약사의 지역적 분포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94년 개정약사법에 1999년 7월 7일 이전에 의약분업을 실시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1998년부터 도입이 추진돼 왔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1998년 의료계·약계·언론계·학계 등으로 의약분업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의사협회·병원협회·약사회가 의약분업 실시 연기 청원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시행은 1년간 연기됐다.

이어 1999년 5월 다시 시행방안을 협의해 정부에 건의한 뒤 같은 해 9월에 시행방안을 최종 확정했고 역시 같은 해 12월 7일 약사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시행에 돌입했다.

주요 목적은 약품 오남용 방지

의약분업의 핵심적인 목적은 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의사와 약사 사이에 환자 치료를 위한 역할을 분담해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협력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외래환자는 원내에서 조제·투약을 받을 수 없고 반드시 원외에 있는 약국에서만 받아야 하며, 약국에서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약학교육 저널(American Journal of Pharmaceutical Education)은 1997년에 의약분업의 전통적인 기능을 ‘견제와 균형’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저널은 “의사와 약사 모두 환자에게 투약할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의사와 약사들이 과잉 처방과 과잉 조제가 되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의약분업을 하지 않았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약의 중복 사용, 즉 약의 낭비를 없애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그동안 약사의 임의 조제에 대해 적용하던 약국의료보험제도가 폐지되고,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조제 받는 경우에만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지난 13년간 실행된 의약분업이 국민 건강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료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임의조제에 대한 부분이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사법상 의사와 약사의 직능이 분리돼 있지 않음에 따라 의사는 병의원(의료기관)에서 약을 직접 조제했고, 약사도 의사의 처방 없이 약을 직접 조제한 게 사실이다. 의약품이 남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임의조제가 사실상 근절됐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지난 2010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의조제 횟수는 2000년 이후로 연간 100건 이후로 감소했으며 2010년에는 22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다른 자료를 내놓으며 반박하고 있다. 2010년 8월 2일자 의협신보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6%(746명 중 343명)가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때 약사가 증상을 물어본 후 약을 조제한 사실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분업에 의해 금지된 임의조제 행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항생제 처방률이 감소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2006년까지 들쑥날쑥한 변화를 보였다가 2006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특히 급성상기도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모든 의료기관들에서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의사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항생제 처방률을 보면 아직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인식하는 비율(65.9%)이 높다. 이는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국내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의사 인식 설문조사’에 따른 것이다.

임의조제·항생제 사용 감소?

특히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은 감소했지만 제약회사들의 항생제 생산 실적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의약분업이 목표로 했던 항생제의 남용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복지부는 의약분업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지난 10월 1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약분업의 성과로 약국의 임의조제 방지, 처방전 공개로 주사제와 항생제 등 의약품 오남용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또 복지부는 의사-약사 간 처방 이중점검에 의한 약화사고 예방도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어 ‘원외처방 발행, 약사 복약지도 등으로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알권리가 신장됐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의약분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완해 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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