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낙방 15년, 이제 세상이 보입니다"
"대통령 낙방 15년, 이제 세상이 보입니다"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0.26 16:3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박찬종 무소속 대선 후보
 


1992년 제14대 대선은 김영삼-김대중-정주영 후보의 3자대결로 진행됐다.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기존 양자구도 속에서 정주영 후보가 제3세력을 흡수한 판세였다.

그런데 이 3자대결 구도 하에서 6.2%의 의미 있는 득표를 기록하며 선전한 후보가 있었다. 당시 각광받던 국회의원이었던 박찬종 후보였다.

지난 2012년 10월 4일 박찬종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대선 본선에 나서는 것은 지난 92년 이후 딱 20년만이다.

이에 <미래한국>은 그의 출마 동기 및 생각을 듣기 위해 박 전 의원을 만났다. 박 전 의원과의 인터뷰는 10월 11일 여의도에서 진행됐다. 

-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근 근황은 어떠신지요.

"현재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국민후보추대연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 현재 칠순이 넘으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대선에 출마하시는 건 20년 만이죠?

"그렇습니다. 내가 39년생인데, 안철수 후보가 내 큰 아이보다 두 살 많습니다. 내가 장가를 2년만 빨리 갔어도 안철수 씨와 동갑인 아들이 있었을 겁니다(웃음)."

- 이번 대선에 출마하신 명분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우선 국민후보추대연합이라는 기구에 대한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헌법학자들과 200개 NGO들이 지난달에 이번 대통령 선거의 판을 정당끼리의 정권교체 여부를 놓고 벌이는 대결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에서 이 기구를 만들게 됐습니다.

지난 87년에 故 박종철 군이 고문치사를 당한 뒤 무수한 희생자들이 나오면서 직선제 개헌이 쟁취된 것 아닙니까? 그것이 금년으로 25년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헌법에 명시된 대로 정당과 국회의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저는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상은 썩고 낡고 병들었으며, 밀실.야합.돈 공천의 행태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각 정당의 지도부가 공천권을 무기로 자신의 텃밭 지역에 국회의원을 임명하는 형태라는 말씀입니다. 즉, 국회가 정당의 졸개로 전락한 것이죠."

3권 분립 무너진 한국 민주주의가 안타까워

-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 때문에 출마하셨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3권 분립입니다. 야당 의원들 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과 행정부가 잘못된 길로 갈 때에는 비판하고 견제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헌법 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해서 양심에 따라 직무를 다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자율권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당 지도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천되고,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지도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다음 총선 공천에서도 정당 지도부 또는 실세들이 줄세우기를 해서 공천권을 좌우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만약 박 후보님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말씀하신 부분을 어떻게 개혁할 생각이신지요?

"앞에서 말씀드린 썩은 행태를 싹 물갈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선은 국회의원 숫자 감축부터 시도할 것입니다. 현재 299명의 의원수를 200명으로 줄이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인구 16만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일본.대만 등 주변국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꽤 많은 의원 숫자입니다.

물론 비례대표도 없애야죠. 궁극적으로는 국회의원 공천권을 지역구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을 하려는 사람들이 대통령이나 정당 지도부가 아닌 지역구 주민들만 바라보게 되지 않겠습니까?

예산이나 낭비하고 있는 백해무익한 지방의회도 없애겠습니다. 감사 기능도 국회에 통합시킬 계획입니다. 뇌물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정치자금법도 대대적으로 손을 보겠습니다."

97년에 당선됐다면 실패했을 듯

- 박 후보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15년 전인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이 생각납니다. 당시 일반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던 후보는 박 후보님과 이인제 당시 경기지사였는데요. 경선 결과는 신한국당 대의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회창 후보였습니다.

"그때 신한국당(현재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출 시스템이 현재 새누리당처럼 당심 50%, 민심 50%만 됐어도 제가 후보로 선출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당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 룰은 대의원들만이 투표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오히려 민심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후보는 박해와 질시의 대상이었죠.

그 대의원들이라는 것도 어떻게 뽑았는지 아십니까? 딱 1만3,500명의 대의원들만 투표를 할 수 있었는데, 전국 250개 지역구에서 지구당위원장(現 당협위원장)들이 50명씩 대의원들을 적어서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에 중앙당 추천의 대의원들이 약간 추가된 정도였죠. 민심이 철저하게 무시된 경선방식이었습니다."

-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만약 그때 경선에서 승리하셨다면 본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상대로 이기고 당선됐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만약 당선됐다면 어떤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셨을 것 같습니까.

"좀 의외일수도 있는 답변을 드리겠는데요. 저는 만약 제가 97년에 당선됐으면 실패한 대통령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저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어떤 정책을 쓰고 어떤 방식의 인사를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그 시련을 겪고 15년이 흐르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제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훨씬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다 훤히 보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분이 정치경력이 없는 게 자산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치 경력이 있다는 자체로 모조리 사기꾼에 범죄자라는 생각을 해서는 곤란합니다. 과거를 경륜으로 승화시킨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앞부분에서 말씀하신 정당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정당 공천시스템에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할 텐데요. 일각에서 주장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도 도입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각 지역구에서 무작위 추출(Random Sampling)을 통해 선거인단을 뽑아 투표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작위 추출을 통해 선출된 선거인단이 모두 같은 날 투표를 하게 되면 역선택의 우려도 사라질 것입니다."

선거인단 추출 통한 국민경선이 바람직

- 그렇다면 지난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에서 했던 모바일투표처럼 누구나 다 참여가 가능하고, 선거인단 동원이 가능한 방식에는 반대하시겠군요.

"당연히 반대합니다. 그건 헌법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민심을 왜곡시킬 위험이 너무 큽니다."

- 대학 시절에 고시 3개를 다 합격하셨는데요.

"제가 자유당 말기 어두운 시기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당시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에 사법고시, 공인회계사, 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한 후에 검사를 거쳐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 현재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공동정부, 책임총리제 등을 논의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결국 후보단일화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정치판을 어떻게 바꿀지를 얘기하지 않고 권력 분점을 전제한 단일화 논의에만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 박찬종 후보님의 이념성향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대한민국 헌법주의자’입니다. 저는 보수-진보라는 이분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삼권분립, 국회 운영, 지방자치, 공천시스템 등등...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에 대한 기반조차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우선 지키고 개혁할 가치가 있는 정치제도를 먼저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는 그 이후에야 설득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 최근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탈당하고 안철수 후보 진영으로 가면서 ‘낡은 세력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법조계 후배라서 송 의원을 좀 압니다. 똑똑한 후배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좀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했더군요. 송 의원이 경기 과천에서 당선된 건 민주당 소속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무소속이었으면 쉽지 않았겠죠. 민주당이 자신에게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그런 말을 하려면 의원직부터 사퇴하는 게 더 순수해 보였을 텐데요." (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친구사이 2012-10-29 11:45:52
참으로 올바른 생각을 하고,그 생각을 실천할수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분이라 확신합니다.어떤 형태로든 갖고 계신 정치적인 포부가 이번기회에 꼭 실천될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