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토빈세가 위험한 이유
새누리당 토빈세가 위험한 이유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10.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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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새누리당은 핫머니라고 불리는 국제 단기 투기성 자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 바 ‘토빈세’를 박근혜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토빈세는 국가 간 자본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국내 외환·자본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토빈세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적인 검토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과연 이 토빈세가 해외 투기자본을 막고 자본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토빈세는 근본적으로 자국 통화의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거래의 코스트를 높이는 자본의 가격규제 방식이다. 문제는 우리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 원인이 주식이나 채권 등에 대한 핫머니 투기로 인해 영향을 받는 다기 보다는 시중 은행들과 외국은행들의 지점에서 발생하는 단기 차입금의 유출입으로 인해 교란 받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경제 연구원 이태규 연구원의 2010년 보고서 ‘자본규제 논의의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에서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기 시 변동성이 크면서 가장 큰 규모의 적자 폭을 나타내는 자본수지는 기타투자수지라는 것인데 기타투자수지 중 특히 예금은행의 단기차입 상환으로 인한 자본유출이 기타투자수지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통상 주식 등에 투자된 유동성이 강한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변동성이 금융위기를 증폭시킨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만기연장이 되지 않아 일시에 상환되는 해외 차입금으로 인한 자본유출이 보다 큰 문제임을 이 연구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 교란은 투기자본이 아니라 단기차입금

이는 2006년 IMF의 연구에서도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금융위기시 가장 큰 유출 규모를 보이는 것은 ‘은행차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이러한 은행들의 단기 차입은 통상 30일,60일,90일등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외채는 금융위기 시마다 외화유출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9월~2008년 12월 기간 동안 주식에서는 74억 달러, 채권에서는 134억 달러가 유출됐던 반면 은행들의 단기 차입금은 487억 달러가 유출됐다.

이러한 사실은 금융 상품을 거래하는데 부과하는 토빈세가 실질적으로 외화자본의 유입을 제한할 수는 있어도 외환시장이나 자본유출은 막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 인해 한국경제연원의 보고서는 세계 금융연구 기관들의 결론은 토빈세와 같은 자본시장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한 예는 브라질이 1991년에 자본시장 규제를 도입하자 외국인들이 브라질 국내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여기에 투자한 다음 금융상품 거래를 내국인 자격으로 했던 사례가 보여준다.

결국 외환시장과 국내 자본시장의 안정을 위해 규제를 하게 되면 거래 감소로 자본 시장의 효율성과 규모는 줄어들지만 단기 차입금의 유출입 효과로 외환시장의 안정성은 담보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을 비롯, 야당들이 이 토빈세를 적극 도입하려는 배경으로 독일,프랑스,이탈리아등 유로존 국가들이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은 대개 자본시장이 주식이나 채권보다는 은행쪽으로 발달되어 있어서 자본조달의 방식에 우리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미국, 일본, 홍콩,싱가포르,영국등은 이를 배제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토빈세가 성공적인 효과를 발휘하려면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그런 협력의 규약이 공통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만 도입하게 되면 주식과 채권시장에 해외자본이 오히려 빠져나가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해외자본의 기피 현상으로 국내 신인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 자유화로 FDI와 같은 장기투자 확보해야

대개 자본 시장에서 장기적 투자성향을 보이는 부분은 FDI라고 불리는 직접투자다. 그 다음이 채권과 주식이다. 따라서 건전한 해외자본을 유치하려면 FDI와 같은 직접투자를 유치해야 하며 이는 규제철폐와 산업구조 개편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70년대 이스라엘이 키부츠라는 집단 경제에서 벗어나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해외 기술과 자본을 결합한 이러한 FDI투자 유치에 있었다.

반면에 켈트의 호랑이라고 불린 아일랜드의 경우 산업구조의 개편 없이 단기적 금융투자 유치에 집착한 나머지 과잉복지와 생산성 하락하자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결국 디폴트를 맞게 된 경험이 있다.

자본시장 규제는 매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이다. 글로벌 금융자본이 투자할 곳이 한국만이 유일하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며 이미 사이즈가 커진 한국 자본시장에서 잘못된 규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정부개입이 만능이라는 국가주의(Statism)가 과도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정부의 행위란 결국 공무원의 의사결정이고 그러한 관료들이 神이 아닌 이상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알 수가 없다. 그러한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는 시장의 실패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행함으로써 ‘규제의 나선구조’를 가져옴을 하이에크와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일찍이 경고해 왔다.

하이에크는 그러한 관료들의 설계주의를 치명적 자만(Fatal conceit)라고 규정했다. 인간의 지식과 이성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예는 지난 30년간 내로라하는 학자들과 관료들이 온갖 지혜를 짜내고도 실패하고 있는 반 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보여주고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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