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김태호"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김태호"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1.0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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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9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7위 -

- 황상민 교수의 발언 이후 또 하나의 ‘생식기’가 여론을 강타했다.

- 이번에는 새누리당발(發)이다. 주인공은 경남도지사 출신 김태호 의원. 그는 9일 오전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이며 유권자가 속아 넘어갈 것이라 생각한다면 국민을 홍어X로 보는 것이다.”

- 이에 대해 단일화의 당사자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 측은 말할 것도 없고 심상정 캠프마저 “막말정당의 화룡점정”이라며 비난성명을 냈다. 김 의원 측은 “분노의 표현이 지나쳐서 과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금세 사과했지만 여론의 축은 이미 한 쪽으로 기운 뒤다.

- 김태호 의원이 홍어의 생식기를 운운한 데에 저간의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컷 홍어의 생식기에는 가시가 붙어 있어 조업하는 어부들에게 방해가 된다.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부들은 수컷 홍어를 낚으면 생식기부터 떼어낸다고 한다. 이에 천대받는 존재를 지칭할 때 ‘홍어X’라고 말하는 시쳇말이 일부 지역에서 쓰이고 있다.

- 이 건에 대해 “김 의원이 호남비하 발언을 했다”고 정색한 언론도 있었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특정지역 비하와는 관계가 없는 셈이다. 단지 공적 담론을 나누는 회의장에서 비속어까지 운운하며 상대 진영을 비방했다는 맥락(context)만으로도 충분히 여론의 거부감을 살 만하다.

- 언젠가부터 ‘막말’은 정치계의, 아니 21세기의 시대정신이 되어버린 듯하다. 금기(禁忌)를 넘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발언을 하는 건 더 이상 예술가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열광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말도 서슴지 않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은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던 이건희 회장의 1995년 '베이징 발언'을 연상케 한다. 어쩌면 지금 한국의 정치는 4류를 넘어선 오류(誤謬)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로마인 이야기>를 저술한 시오노 나나미는 거대한 로마 제국을 다스리면서도 결코 분노의 감정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카이사르, 그리고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할 때 세심하게 단어를 골라 말했던 아우구스투스의 사례를 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실언은 정치가에게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어리석은 짓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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