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아진요"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아진요"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1.12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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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2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2위 -

- 때때로 독일어는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정확히 집어낸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도 그렇다. 이 단어는 ‘타인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지칭한다.

- 지난 10일 새벽 아이유가 실수로 게재한 은혁(슈퍼주니어)과의 사진 한 장은 스무 살의 나이로 K-POP의 정점에 올라선 한 여가수의 커리어를 샤덴프로이데로 점철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12일에는 급기야 ‘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아진요)’라는 인터넷 카페까지 등장했다.

- 1993년생 아이유가 2년 남짓한 시간동안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로 커다란 인기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껏 쌓아 온 성공에 커다란 균열을 내는 실수를 한 책임도 결국엔 그녀 본인에게 있다. 한 마디로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 그러나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말이 그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려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진요’의 출현은 단 하나의 약점만으로도 상대의 인격을 난도질하는 한국사회의 병리적 단면을 상징하면서 이 사건을 연예면에서 사회면으로 이행시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진실’은 대체 무엇일까.

-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은 이미지, 쉽게 말해 ‘달콤한 거짓’에서 기인한다. 굳이 모든 것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다. 이번 해프닝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로엔 엔터테인먼트(아이유의 소속사)의 어정쩡한 대응을 비난하지만, 100%의 진실을 전부 밝혀서 살아남을 기획사는 지구상에 단 하나도 없다.

- 지금 아진요가 아이유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진실’이 아니라 ‘거짓의 연장’인 게 아닐까. 그녀가 국민 여동생이었던 시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과거의 이미지를 계속 간직하고 싶다는 표현을 비틀어진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실망스러운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아이유의 진실이 마치 제 것인 양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턴 자의식 과잉일 뿐이고 아진요는 我진요일 따름이다.

- 아이유가 그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실수를 해서 가장 크게 손해를 볼 사람은 아이유 자신이다. 이번 해프닝을 가장 열심히 수습해야 할 사람도 그녀 자신이다. 대중들이야 마음껏 비꼬고 비난하고 패러디하면 그만이겠지만 가수는 무대에 남는다. 더 이상 국민 여동생은 아니지만 여전히 스무 살에 불과한 아이유는, 이제 수백만 개의 샤덴프로이데를 뚫고 노래해야 한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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